집을 나설 때 파밭에서 김을 매시던 할머니는 내가 집으로 돌아올 때도 같은 모습으로 밭에 계셨다. 겨울을 지낸 묵은 파잎을 정리하고 그새 왕성하게 자란 잡초를 제거하시는 거였다. 조금 비껴 서서 밭을 보니 갈 때와 다르게 정갈하다. 파들은 마치 작은 선인장처럼 싱싱하고 굳세다.
그런데 밭에는 파만 자리한 것이 아니었다. 군데군데 더러더러 보이는 보랏빛들.제비꽃이 밭 여기저기 피어있다.
밭주인 할머니는 김을 매시면서 제비꽃을 남겨두고 계셨다.밭의 제비꽃들을 보니 올봄에 새로 싹튼 것이 아니다. 들판 여기저기 핀 것들과 달리 무리 진 것이 크고 보랏빛도 진했다. 작년에도 그 이전에도 제비꽃은 파와 함께 꽃 피웠고 밭주인은 그것을 남겨둔 것이리라.
제비꽃을 남겨두고 김매는 할머니
추운 계절에 지칠 때쯤 햇살이 따스해지기 시작하면서 냉이가 나오고 곧 제비꽃이 피기 시작한다. 밭둑이나 길섶 여기저기에 핀 제비꽃을 발견할 때마다 반가워 걸음을 멈추곤 했다. 그러나 번식력이 강한 제비꽃은 밭을 일구는 사람들에겐 성가신 잡초일 뿐이다. 대부분 눈에 띄는 대로 뽑아버리고 마는데 밭주인인 할머니는 뽑지 않고 남겨두고 계셨다.
파의 뿌리에 제비꽃이 엉겨 함께 자라도 뽑아버리지 않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밭을 어지럽히는 잡초라 보지 않고 어여쁜 꽃이니 파와 한 가지로 돌보고 계신 거겠지.
허리 한 번 펴지 않는 할머니.
파와 함께 남겨둔 제비꽃들이 김을 매 정갈해진 밭에서 초록 파와 더불어 조화롭고예쁘다. 제비꽃들 때문에 할머니의 파밭은 매우 특별하게 보인다. 파들이 유난히 크고 굳센 것도 제비꽃을 남겨두는 밭주인의 마음 때문일 거라는 생각을하며 한동안 바라보다 돌아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