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의식 진화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에덴을 넘어> 켄 윌버 저
켄 윌버는 전작 ‘무경계’에서 인간을 존재의 스펙트럼에 따라 분류했었다.
인간은 아담 이후 사물에 이름을 부여하면서 사물에 경계를 부여했다. 피타고라스 이후 사물의 이름에 수를 더해서 메타 경계를 부여했다. 수를 더한다는 것은 숫자 아래 모든 사물을 보편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후 갈릴레오, 케플러를 대표로 하는 과학혁명은 수 위에다 변수를 더해 보편화된 사물을 규칙으로 설명해내었다. 그 규칙을 바탕으로 인간은 자연을 대상으로 무수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잊은 게 있었다. 애초에 경계는 인간이 임의로 그은 선일 뿐이라는 것을.. 자연과 우리 사이에 애초에 경계선이 없었다는 것을..
이는 인간 존재 양식에도 적용이 되었다. 피부를 경계로 자연과 나를 구분 짓고, 인간내에서도 몸과 마음을 경계 짓고, 마음 안에서도 자아와 그림자를 경계 짓고, 끊임없이 경계를 그어 왔다. 경계선은 잠재적 전선이다. 우리가 어디에 경계를 긋느냐에 따라 우리 삶의 투쟁장도 달라진다.
‘에덴을 넘어’에서는 인류 전 역사를 대상으로 인간 의식의 변이를 추적한다. 켄 윌버의 사상적 배경은 영원의 철학이다. 영원의 철학의 핵심은 어떤 무한한 것, 절대적인 신성과 같은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사실로 인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사물과 사건 그리고 인간 존재라는 창조물과는 동떨어진 어마어마한 존재가 아니라 만물의 실재 본질 혹은 바탕이다.
그러면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서문에 밝히기를 인간을 자신의 본질(즉 만물의 본질 혹은 바탕)을 찾아가는 짐승과 신 사이에 있는 고뇌적 존재이고 진화적 존재라고 본다. 니체가 짜라투스트라의 입을 빌어 한 선언을 연상시킨다. 켄은 연대기의 흐름에 따라 인간 의식의 수준을 ‘우로보로스 수준’ - ‘타이폰 수준’ - ‘언어-멤버십 수준’ - ‘정신-에고 수준’ - ‘직관적 교환의 심령적 수준’ - ‘광명의 정묘 수준’ - ‘궁극적 교환의 원인 수준’ 분류한다.
진위나 호불호를 떠나 저자의 스케일에 압도된다. 유발 하라리가 호모 사피엔스의 전 역사를 가지고 논했듯이 켄 윌버도 전 인류의 역사의 흐름에 따른 의식의 진화를 가지고 논한다. '사피엔스'와는 내와 외처럼 한쌍을 이루는 듯 하다.
* 영화 '설국열차'
책을 읽는 경이 중의 하나가 책 앞에 숭고미를 느낄 때, 그리고 기적같은 우연을 접할 때이다. 이 책을 두 번 읽었을 때 마침 ‘설국열차’가 개봉되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내 눈앞에는 ‘에덴을 넘어’가 펼쳐졌다. 전사들이 이동하는 각 열차의 칸들은 켄 윌버가 말한 인간의 의식의 역사를 그대로 펼쳐 보여 주고 있었다.
결코 쉬운 책은 아니다. 그러나 도전해볼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