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의 여정은 모든 이의 삶의 여정과 닮아 있다. 삶의 보물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는 것,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것은 표지의 언어를 담고 있다는 것, 멀고 먼 길을 돌아 결국 처음의 자리로 돌아오는 것, 돌아온 산티아고는 예전의 그가 아니라는 것, 교차로에서 하나의 길을 선택하며 길을 걸어온다는 것, 지금의 산티아고는 길 위의 수많은 인과조건이 만든 결과물이라는 것, 그리고 삶은 지속된다는 것
그래서 여전히 우리는 산티아고의 여정에 동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의 주요 테마인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는 말은 한때는 희망의 언어로 또 한때는 비웃음의 언어로 회자되었다. 또 한번 이 언어를 마주하고 있다. 내 사고의 회로는 다음처럼 작동한다.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서 그것을 실현시켜준다는 것.
그것은 미래 시제인가 현재 시제인가?
미래 시제라면, 현재 나는 무언가를 간절히 원해야만 한다.
내 특정한 간절함만이 미래에 실현된다는 것인가?
내 모든 간절함이 실현된다는 것인가?
현재 시제라면, 지금 이 상황은 과거의 내가 간절히 원한 결과인가?
아니면 간절히 원하지 않았기에 얻은 결과인가?
간절히 원했다면, 혹은 원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나는 달라졌을까?
간절함의 정도는 어느정도인가?
간절함은 내 의식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인가?
의식으로 파악할 수 있다면, 간절함은 결핍의 다른 이름은 아닌가?
의식으로 파악할 수 없다면, 내가 어떻게 간절해질 수 있는가?
혹자는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어서 ‘자신의 간절함이 우주를 움직였다’고 한다.
나의 간절함은 간절함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 무언가를 강렬하게 희구한다는 것, 한때는 삶을 이끌어가는 추동력이라고 생각했었다. 이제는 그 강렬함이 일으켰던 수많은 긴장과 전투의 현장이 버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