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콩밭 노동도, 콩을 훔쳐가는 우드척도 어제와 다름없이 뜨는 태양도 그에게 새롭지 않은 것이 없다.
낯설음에는 두려움과 호기심 그리고 배제가 모두 작동한다. 소로우는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배제보다는 참여의 태도를 보인다.
솔직히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숲에서 작은 오두막을 짓고 콩밭을 일구며 호수에서 수영하는 소로우의 홀로인 삶을 따라 할 생각은 없다. TV에서 방영하는 ‘나는 자연인이다’의 모습도 내가 그리는 이상적인 삶의 모습은 아니다. 아직 사람 사이에 사는 것이 좋고 타인을 맞이하는 안녕이 좋다.
그러나 소로우의 태도 만큼은 닮고자 한다. 주위의 것을 낯선 시선으로 온 감각으로 맞이하는 그에게서 누구도 앗아갈 수 없는 풍요로움을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진 것보다는 가지지 못한 것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채우고 또 채우고 채운다. 그럼에도 채워지지 않는 헛헛함이 남아 있는 것은 낯익은 시선과 무뎌진 감각 때문은 아닐까.
오늘 소로우처럼 익숙한 것에서 낯설음을, 고요한 것에서 소리를, 어둠 속에서 움직임을 포착해본다. 쏟아지는 햇살, 살랑거리는 바람, 아침을 여는 새소리, 빛이 닿는 미세한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