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더 차가웠던 모스크바, 그리고 첫인상
별로 청결치 못한 기숙사에서 잤지만 새로운 곳에서의 생활에 잔뜩 쫄아서였는지 잠은 잘 잤다. 러시아의 대학/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선 예비학부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함께 온 사람들과 함께 예비학부를 등록하러 갔다. 환전을 했고 (예비학부의 학비는 달러로 표시되어 있지만 루블로 받는다.), 러시아어 공증을 새로 받고 (한국에서 받았더라도 러시아에서 한 게 아니면 인정을 안 해준다..) 여권을 복사하여 러시아어로 번역했고 (마찬가지, 국제여권도 인정을 안 해준다...) 친절하지도 빠르지도 않았던 직원을 통해 등록을 어느 정도 마무리지었다. 식사는 대충 패스트푸드에서 때우고 대형마트에 가서 많은 것들을 구입하고는 남은 시간 정말 내가 러시아에 와있긴 하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지친 몸을 달랬다.
아내가 오는 날, 그래도 이틀 먼저 살았다고 의기양양하게 공항으로 향했다. 어찌저찌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고, 이틀 만에 보는 거지만 심적으로 의지할 사람이 생겨서 그런지 아내가 매우 반가웠다. 내가 오는 날 도와준 사람의 얘기로는 3만원 이상 절대 주지 말라고 해서 호객행위 하는 사람들이 금액을 부를 때마다 거절했는데 어떤 사람이 곧잘 3만원에 해주겠다고 하여 그 택시를 탔다. 기숙사에 무사히 내리나 싶었지만 택시 기사가 택시비를 요구했다. 택시비를 이미 냈다고 하니, 그건 중계료이고 택시비가 18만원이 나왔으니 내라고 한다. 아는 한국 사람에게 전화해서 도움을 요청했으나 역시 쉽지 않았다. 이런 택시기사를 하는 사람들이 러시아 마피아와도 연결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하기도 하고, 이제 막 도착했는데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 비용을 지불했다.
흐린 하늘과 추운 날씨, 불친절한 사람들, 나의 멍청함으로 인한 사기, 이 모든 것들이 러시아의 첫인상을 망치기에 충분했다. 이대로 꺾일쏘냐, 나는 더욱 굳세게 갈테다, 3년간 정신 바짝 차려라 하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그렇게 러시아에서의 첫 며칠은 분노와 다짐으로 순식간에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