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내 나이엔 얼마만큼 예뻐져야 좋을까?

<정재호 원장의 상담일기>




모든 일이 그러하듯 적당한 것이 가장 좋은데, 최적을 찾는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 특히 내가 하는 성형 수술 분야에서는 연령대 별로 환자가 원하는 것과 실현 가능성 사이의 최적을 찾는 것이 더더욱 중요하다. 오랜 경험으로 보면 최고의 선을 맞춘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성형 전문의 생활을 30년이나 했으니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아름다움에 대한 적정선을 어느 정도는 터득했다고 속으로는 자부하지만, 아직도 끝없이 찾아가는 길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 분들에게는 연령대에 따라 몇가지 경향이 있다. 사각턱이 심해 고민인 20대에서 30대 초반의 환자가 상담을 왔다. 젊은 나이의 환자일수록 드라마틱한 변화를 원한다. 파격적인 브이(V)라인을 원하는 환자의 눈높이에 맞추려면 턱을 아주 많이 깎아야 한다. 그런데 무조건 많이 깎는다고 환자가 원하는 그림 같은 브이라인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환자가 원하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조금 잘라서 환자의 질책을 듣는 것이 많이 잘라서 고생하는 것보다 낫다. 의사 입장에서는 나이 들면서 일어나는 변화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 턱을 자르는 게 목적이 아니라 예뻐지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눈매교정술만 봐도 나이에 따라 차이가 많다. 40대 이후의 환자들은 대개 자연스럽게 눈 수술을 해 달라고 하신다. 여기서 ‘자연스럽다’에 조심해야 한다. 자연스러운 것은 ‘40대라는 나이에 수술 전 눈매이면 자연스러운 것이지’라고 생각하고 눈꺼풀을 조금만 잘라내거나 라인만 좀 크게 잡아서는 수술의 만족도가 떨어진다. 그렇게 하면 대부분의 환자 분들이 수술 초기 2개월 까지는 표정이 밝았다가 그 후로는 무표정한 얼굴로 다시 찾아오신다. 너무 티가 안 난다고 ‘조금 더 세게 해 주세요’라는 요구를 하신다.
40대 환자가 원하는 자연스러움은 30대 초반 같은 자연스러움이다. 수술을 한 티는 나지만 예쁘게 수술이 되었다, 라는 반응을 얻고 싶어하는 것이다. 환자가 말하는 언어의 다른 층위를 읽어야 한다. 그러니 의사인 내가 열심히 인문학 책도 보고, 환자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이런 경우에도 물론 처음에 너무 많이 피부를 잘라내서, 수술한 티가 너무 나거나 강한 인상이 생기는 경우보다야 자연스럽게 수술을 한 번 더 하는 것이 백 번 낫다.
50대에 오시는 분들은 항상 애매한 문제를 갖고 오신다. 50대 환자들의 문제는 대부분 얼굴이 처져 보이는 것이 문제이다. 이 때는 본격적으로 칼을 대는 안면 거상술을 할 것인지 아니면 실이나 눈썹 거상술 같은 중간 정도 수위의 수술을 할 것인지, 보톡스나 필러 등을 권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건 어마어마한 상담을 한 후 결정해야 한다. 상담할 때 그 무엇보다 의사에게 필요한 것은 환자의 기본적인 얼굴 형태와 이목구비의 모양이 어떠한가를 매의 눈으로 직시하는 것이다. 무조건 당겨 달라고 하는 환자도 바라는 것은 ‘예쁜 얼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당기는 경우에도 피부를 너무 많이 잘라서 귀 모양이 칼귀가 되고 귀 형태가 변형되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이 백 번 낫다.
78세의 환자가 와서 쌍꺼풀과 코 수술을 원하시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연세가 많으시니 적당히 당기는 수술을 권해야 할까? 나이 든 환자의 마음을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 보니 설령 80이 넘었다 해도 쌍꺼풀과 코 수술을 해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면 어중간하게 당기는 수술보다 낫다.
그 누구도 나이를 거꾸로 먹을 수는 없다. 하지만 나이 먹었다고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를 버릴 필요는 없다. 다만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만족하는 것은 필요하다. 평소에 운동과 보톡스, 필러, 비타민 등을 섭취하여 관리하며 매번 겨울 앞에 서서 ‘요만큼만 지속되었으면 좋겠네’하고 만족하는 것이 노화에 대한 가장 아쉽고 좋은 치료임을 명심하자.

작가의 이전글 아름답게 나이 든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