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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기 머리가 삐뚤어졌어요!

<정재호 원장의 상담 일기>





-아이두형센터에서 생긴 일-



어제는 젊은 엄마가 100일을 갓 넘긴 여자 아기를 데리고 외래에 오셨다. 

아이의 얼굴이 비대칭인 것 같아 검사를 받으러 왔다고 했다. 나는 갓난아기를 보는 것이 좋아서, “벌써 성형외과를 왔어?” 하곤 아이의 얼굴과 볼, 머리를 만져 본다. 물론 손을 깨끗이 씻고 아이의 전신을 촉진하는 것이다. 8, 9개월이 넘으면 우는 아기들도 있지만 4, 5개월 정도의 아기들은 그저 멀뚱히 쳐다보기만 한다. 

어찌나 예쁜지!  

그런데, 아이의 두상은 너무나 정상적으로 아주 예쁜 형태였고, 한 방향으로 치우치거나 뒤통수가 납작하지도 않았다. 굳이 머리 형태를 알아보는 전문 스캐너를 사용하여 스캔을 할 필요가 없는 상태인데, 아이 엄마는 꼭 스캔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스캐닝은 CT와는 달리 방사선 노출이 없고, 아기에게 무해하므로 부모에게 아이가 괜찮다는 확신을 객관적으로 보여주어도 좋겠다는 판단 하에 스캔을 했다. 스캔 결과 아이의 두상은 균형 잡힌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었고 가로, 세로 모두 황금비율의 예쁜 수치를 보여주었다.


결과지를 보고도 아이 엄마는 오른쪽 광대뼈가 더 크다며 어떻게 안 되냐고 안타깝게 물어왔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 엄마에게 “혹시 엄마 본인의 두상이 마음에 들지 않으세요?”하고 물었다. 그렇다는 대답이었다. 아기 엄마는 본인 두상의 옆이 넓어서 보기 싫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두상의 형태나 비율이 전혀 나무랄 데 없이 좋았다. 그런데도 본인의 두형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아이 머리를 볼 때도 스스로에 대한 불만족이 투영된 것이 아닌가 싶었다. 나는 먼저 아이를 키운 아빠의 입장에서 말을 건넸다.


“엄마가 원하는 대로 아이를 키우지 마시고,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 주세요. 쉽지 않은 줄은 알지만요.”


그러자 아이 엄마는 내가 동네 이웃이라도 된 듯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자신은 변호사인데 대형 로펌에서 일하다 나와서 지금은 집안 사업을 돕고, 남편은 의대 교수라고 했다. 다섯 살과 100일 된 아기 이렇게 딸이 둘인데 주변 다른 엄마들의 교육열을 보면 아이 키우는 것이 두려울 정도라고 했다. 나도 딸만 둘이다. 15년 전 둘째가 갓 태어났을 때 아이들 키우던 생각이 쏜살같이 머리를 스쳤다. 그 워킹 맘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장소와 여건에서 아이를 키웠던 내가 아이 엄마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하나였다.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내가 잘 못했던 일, 그래서 지금까지 두고두고 후회되는 일이다.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 주고, 가능한 아이 곁에 오래 있어 주세요.
특별히 공부를 가르치거나 놀아 주지 않아도 됩니다.
아이는 자기가 스스로 큽니다.
다만 옆에 든든한 사람이 참견 않고 있는 상태를 가장 행복해해요.”


이 글을 보다가 아이의 머리 모양까지 가지고 요란을 떤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성형외과 전문의의 시각에서는 아기가 어릴 때 두형(頭形), 즉 머리 형태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에게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지만, 머리가 틀어져 있으면 교정해 주는 것이 치아 교정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이 의료 선진국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 영국, 독일, 덴마크, 캐나다 등에서 많은 유아들이 4, 5개월 정도에 두형을 교정한다. 머리형이 똑발라야 얼굴형, 어깨, 쇄골, 척추, 골반에까지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제 내원한 엄마의 아기처럼 예쁜 머리까지 교정할 필요는 절대 없지만,
갓난아기를 가진 부모라면 한 번쯤은 아기의 머리 형태를 점검해 볼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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