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모욕감을 준 이방인.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의 내용은, 어떤사람이 무고하게 기소되어 단지 그가 평소에 냉소적이고 부모가 죽었어도 겉으로 슬퍼하지 않는 등 '이방인' 같이 행동했기 때문에 매우 부조리하게도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아 사형당하는 내용이다. 사형 전날 감옥 창살에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그는 피식 웃으며 소설이 끝난다. 원래 세상은 부조리하다.
영화 달콤한 인생은 충성스러운 부하를 한순간에 제거하려는 보스와 그 부하의 치열한 다툼을 다루는 영화인데, 마지막에 도대체 왜 그랬냐는 부하의 질문에, 보스가 답한다.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우리는 살면서 사람들의 태도나 평소 행실을 보고 그의 행동을 예측하기를 좋아한다. 예측에서 끝난다면, 사람 잘보는 수준에서 좋게 끝나겠지만, 예측에 불과한 정황에 확신을 가지기 시작하면, 종교에서는 광신도, 정치에서는 파시즘이 되어 세상을 불행하게 만들기 마련이다. 남편이 죽었는데 사소한 일에 웃는다든지, 옷을 화려하게 입는다든지 하는 정황증거만으로 사람을 무자비하게 살인자로 몰아가는 것이 알베르 카뮈가 살았던 100년전 (은 아니고 좀 덜 되었지만) 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보인다.
나이가 들면 좋은 것은, 사소한 모욕감에 별로 신경이 안쓰인다는 것이다. 그냥 관심이 없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모욕감때문에 일을 크게 만드는 사람들이 상당히 있는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중심적인 어린시절 습성을 여러 이유때문에 버리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모욕감에 익숙치 않은 엘리트들 중에 좀 많은 것 같다. 물론 속이 시꺼먼 정말 머리좋은 엘리트들은 모욕감같은건 신경쓰지도 않는다.
모든 사람이 아무리 각자의 선을 추구한다 해도, 단 하나가 규칙을 어기고 부정한 방법으로 받아야 할 벌을 받지 않게 되면, 규칙 전체가 무너지고 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다는 것. 그것을 알면 좋겠다.
사족으로, 인물중 하나인 검사가 경찰출신으로 나와서, 결국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장면이 있는데, 무슨 의도인지는 도대체 모르겠지만, 경찰출신이라 '감' 으로 수사한다는 느낌이라도 주려고 기획한건가. 그냥 이건 나의 과대망상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