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알고싶지 않았다
당뇨에 안걸리는 쉬운 방법이 있는데, 비 당뇨인중 이를 실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돈도 많이 안든다.
방법은 간단하다. 구식 혈당측정기 (연속혈당기 말고) 를 사서 하루에 한번씩만 찔러서 혈당체크를 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내생각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당뇨에 안걸릴 거라 확신한다. 매일 몇번씩 손가락을 찔러야 관리가 될까말까한 당뇨가 되기 전에 대부분 알아서 생활관리를 하게 될 것이다.
당뇨를 진단받게되면 처음 한두달 꽤 우울감이 들기도 하고, 내가 왜 그랬나 하는 자책감도 들기도 한다. 물론 부질없는 생각이다. 당뇨는 전단계에서 확진될 때 까지도 몇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그 전에 수 많은 기회가 있었고, 그걸 모두 날려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당뇨확진자가 초기 우울증 및 작심석달의 마음으로 식생활도 확 바꾸고 운동도 하고 해서 세달뒤에 당화혈색소를 검사하면 정상치에 가까운 수준으로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리고 또 해이해져서 이전 생활로 돌아가고, 당뇨가 악화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췌장은 나이가 들면 안좋아지기만 하므로, 당뇨는 절대 나아지지 않는다. 혈당치만 좋게 만들 수 있을 뿐이다.
당화혈색소는 쉽게 낮출 수 있다. 세달동안 순탄수화물(탄수화물 - 식이섬유) 을 하루에 100그램 미만으로 먹고, 하루 총 식사시간을 8시간내로 한끼나 두끼만 단백질/지방/채소 위주로 먹으면 췌장이 완전히 죽어버리고 몸이 지방에 쩔어있지 않은 이상 거의 정상치로 떨어진다. 물론 의사가 권장하는 방법은 아니긴 한데, 만약에 인슐린 계열의 혈당강하제를 복용중이면 저렇게 하면 안되고, 멧포민 수준의 약을 먹는다면 저혈당문제가 적으니 별 문제는 없다. 물론 의사와 상담하든지 각자 리스크를 안고 실행하면 된다.
잘 관리된 당뇨병자의 당화혈색소는 4.7~4.9 수준도 꽤 많다. 이러려면 평균혈당치가 85~95 수준이라야 하는데, 평균혈당치는 공복 + 식후 혈당의 가중평균이므로, 식후혈당이 200으로 튀어서 1시간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두번 이상 있으면 공복혈당이 80이라도 도달 불가능하다. 당화혈색소가 정상인들보다 낮다고 해서, 당뇨가 완치된 것은 아니니 착각은 하지말자. 공복혈당장애를 식단과 운동으로 없앴다고 해도, 대부분의 경우인 내당능장애는 절대 좋아지지 않는다. 췌장을 갈아버리지 않는 이상.
당뇨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이다. 공복혈당을 낮추고 식후혈당을 적당히 유지하는 것. 공복혈당은 지방간이나 고지혈증 및 몸에 지방 (내장지방) 이 많으면 높아질 수 밖에 없는데, 원리는 간단하다. 피속에 지방이 많으면 그게 간으로가서 간은 그걸 포도당으로 바꾸든지 간에다가 저장을 하든지 하는데, 포도당으로 바꾸면 혈당이 올라가니 공복혈당이 높아지는 것이고, 간에 저장을 하면 지방간이 되고, 그것도 꽉 차서 신장에 저장을 하면 고혈압이 되고 하는 것이다. 공복혈당이 높으니 췌장이 계속 인슐린을 뿜어대고, 계속 뿜으니 인슐린 민감성이 떨어져 인슐린을 더 뿜어대다가 췌장이 점점 약해지는 악순환이 2형당뇨가 되는 보통의 과정이다.
공복혈당이 문제면 몸에서 지방을 빼고 운동해서 당 신생작용을 줄이는 것이 좋은데, 한두달 강도높게 유산소운동을 하면 상당히 좋아진다. 전분/지방을 많이 줄이고 운동을 하게 되면 공복혈당은 한달안에도 정상치로 떨어뜨릴 수 있다.
식후혈당 (내당능장애) 문제는 어쩔 수 없다. 췌장기능대로 나오는 거라서, 초기 당뇨면 췌장기능이 꽤 살아있으니 약간의 식습관 조절로 크게 고통스럽지 않게 식후혈당을 조절할 수 있지만, 중증이상이라 인슐린이 필요하거나 한 경우에는 고통스럽지 않게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당뇨는 사람들이 꽤 무서워하는, 약간 혈당공포증같은것도 생기는 모양인 대사질환이다. 합병증들이 하나같이 으스스해서 그런것 같은데, 관리가 잘 되면 합병증은 크게 걱정할 것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당뇨때문에 식생활이나 운동, 금주 등을 강제로 하게되어 습관화 되니 실제로 몸의 컨디션은 더 좋아지는 것 같다. 정신승리라면 정신승리이고, 아니면 아니겠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당뇨는 탄수화물때문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과식' 때문에 생기는 것 같다. 몸에 과도한 지방이 쌓여서 공복혈당이 천천히 높아지고,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니 내당능장애로 혈당스파이크가 생기게 되는 것이니까. 탄수화물에게는 죄가 없다. 지방에도 죄가 없다. 과식을 하지 않았어야 했다.
당뇨에 걸리고 나서 힘든 점은 면류/쌀밥/빵을 거의 못먹는다는 것인데, 시간이 좀 지나면 또 별로 안땡기게 되기는 한다. 오히려 단것이 땡기면 요새는 제로슈거초콜렛들이 보통 초콜렛보다 더 달게 나오기도하고, 제로 잼에 뭐 제로콜라에 없는게 없어서 큰 문제는 없다. 다만 외식하기가 피곤해지기는 한다.
당뇨에 걸리고 나서 좋은 점은 어떻게든 탄수화물을 먹긴 해야하니 채소를 많이 먹고, 맛있게 먹는 법을 찾아서 결국 채소를 맛있게 먹게 된다는 것이다. 고기야 뭐 먹던대로 먹으면 되니까 상관없고. 채소가 이렇게 맛있었나? 하면서 먹다보면 식생활이 전반적으로 자극적이지 않게 되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가끔 먹는 된장찌개가 그렇게 짭쪼름하니 맛있을 수가 없다.
이 모든 것은 당뇨에 걸리지 않으면 굳이 알게될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 지금 바로 약국에서 혈당기를 사서 손가락을 매일 또는 매주 찔러서 혈당을 재도록 하자. 당뇨에 걸리기 싫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