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안할거면 하지마라
우리나라는 남북대치 상황상 징병제가 필수라고 하기는 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지금 경제수준으로는 모병제를 해도 상관은 없는데, 다만 징병제 덕분에 대부분의 남성이 나이 불문하고 기본 군사훈련을 받아놓은 것이 장점이 되어, 지역방위시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런데 말입니다. 징병제가 과연 공정하고 공평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 나는 잘 사는 동네의 평범한 가정 출신인데, 내 고등학교 동창들중에 현역병으로 입대해서 만기 전역을 한 친구들은 0 명이다. 특히 의사 아들이나 별달기를 포기한 영관급 장교의 아들들은 군대 간 꼴을 못봤고, 다들 어디가 아픈 장애인들로 판정되어 군대를 가지 않았다. 물론 군 면제 전에도 축구는 과격하게 했고, 군면에 이후에도 축구나 농구를 과격하게 하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군대에 가보면 사실 전투병과는 전체의 30% 나 될까 말까이고, 대부분 보급/행정/정보 등의 행정병과가 엄청나게 많은데, 이 행정병과들은 자기들도 전투훈련에 끌려나간다며 궁시렁대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전투에 별로 기여할 수도/기여할 필요도 없는 병과들이다. 내 생각에는, 걷지 못하는 장애인들도 가능한 국방의 의무를 하는게 더 좋을 것 같다. 전처럼 군대가서 내돈쓰면서 지내는 것도 아니고, 적절한 급여도 나오니까.
우리나라의 징병시 신체검사는 "얘가 군대가서 총을 쏠 수 있나" 를 중심으로 보는 것 같은데, 총을 못쏘는 사람도 군역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엄청 마른 사람이 군대 서류작업이나 정보작업을 못할 이유가 없지 않나. 폐에 기흉이 있다고 해서 기본 보급관리 업무를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을 면제시켜버리고, 군내 PX 나 행정병들을 신체건강한 전투가능인원으로 채우고 있으니, 당연히 군대 인력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돈 없고 백 없는 병사들은 힘들고 더러운 보직을 받고, 신체건강하고 잘먹고 잘 산 병사들은 아버지 덕에 좋은 병과를 받아서 편하게 지내는 일들이 비일비재 하다. 게다가 군장성 테니스병같은 말도안되는 짓까지 하면서 군 인력을 갉아먹으면서 항상 군병력 부족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징병제는 '공정함' 과 '공평함' 이 없으면 무너지게 되어 있다. 전에야 강한 애국심으로 몇몇 유력자들이 꼼수 써서 자기 자녀들을 군면제로 만들어도, 대부분의 국민들이 국방의 의무에 동의하고 군대에 가서 각종 부조리를 견디면서도 의무를 다 했다. 하지만, 그 꼼수부리는 계층이 점점 나라의 부를 독점하고, 기득권의 권리는 다 향유하면서 기본적인 국방의 의무를 각종 꼼수로 내팽개치는데, 이 모든 것이 "면제 가능성" 때문이다.
면제 자체를 없애고,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징병을 하되, 군 병과 조절을 통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일을 나누어 주는 것이 더 공정하고 공평한 징병방법일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하겠으면 모병제로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 군이 소유한 콘도니 골프장이니 하는것들 다 치우고, 그 돈으로 군인 월급 올려주면 모병제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 공평하지도 못하고 공정하지도 못한 징병제 아래서, 돈없는 집 자식은 땅개새끼고, 돈 있는 놈 집 자식은 면제받아놓고 그런 사병들에게 "땅개새끼" 라는 말로 비웃는 이런 웃기는 사회놀이는 그만 할 때가 되었다.
최근 독일의 청년들은 징병제 부활에 "부와 자산을 독차지한 기득권은 군역을 하지 않았으면서, 왜 이제와서 청년들에게만 부담을 지우려고 하나" 라며 징병을 거부하고 있다. 한국이라고 다를까? 그나마 북한과 한국인의 애국심 덕에 징병제가 유지되어 온 것인데, 이제 사람들은 불공정함에 희생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징병을 할 거면 꼼수나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완전하게 공정하게 하든지, 하지마라 그냥. 니들 무능에 누구는 2년 썩고, 누구는 2년동안 기회를 얻는 불공정함을 더 이상 방치하고 싶지 않다. 군대 안가면 평생 인두세라도 내게 하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