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 지나치다
최근 몇몇 언론이 현대차 정의선 회장이 주가 상승덕에 돈을 많이 벌었다는 것과 동시에 상속세는 어떻게 하나 하는 도대체 염소가 호랑이 걱정해주는 어리석은 글들을 싸지르고 있는 것 같다. 상속세는 정회장이 알아서 하겠지요 이사람들아. 당신들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야. 쓸데없이 상속세 여론 만들어서 한국을 인도처럼 만들고 싶은 것 아니면, 닥치세요.
개인 상속세는 개인적인 일일 뿐이고, 특정한 목적(?) 이 있지 않다면 언론에서 개인의 상속세 문제를 언급할 이유가 없는데, 우리나라의 언론들은 그 정도가 과하다. 나는 해외 뉴스에서 부자들이 죽어서 자녀나 그들의 애완견이 상속했다는 일은 봤어도, 그 상속세가 얼만지, 상속세가 높아서 상속인이나 상속견이 얼마나 부담스러운지 걱정하는 논조의 글은 본 적이 없다. 유달리 한국에서만 부자들의 상속세를 정말 진지하게 걱정해주는 것 같다. 그런거 걱정할 시간에, 좀 다른데 발로 뛰어서 제대로 된 기사를 쓰는게 맞지 않을까. 언론이랍시고, 공정성이 어쩌고 운운 하면서 밀어붙이는 논리는 초등학생들보다 못하다. "내가 세금내고 번돈 자식한테 물려주는데 돈을 왜 뺏어가" 수준. 가족모두가 사업이나 재산에대한 무한책임을 같이 진다면 저 말이 맞겠지만, 자산과 사업에 대한 책임에 대해서는 가족도 '특수관계인' 이상의 책임을 지지 않는 현행 법제상 저런 논리는 말이 안되는 것이다. 그래도 억울하면 그냥 모은 돈 다 쓰고 죽으면 된다. 누가뭐라나 자기돈 자기가 쓴다는데. 유한책임은 거기까지만 인정해주는 개념이다. 그조차도 싫으면 유한책임 없이, 일가친척친구 모두가 한배를 타는 무한책임시대로 돌아가든지. 연좌제로 주리가 틀리던 그 시대로.
상속세 공제한도를 높이는 것은 물가상승률에 따라서 하는 것이 맞겠지만, 그것도 중산층에게나 해당되도록 하는 것이 맞지, 지금 언론처럼 상속세 최고세율을 낮추자고 하면, 그냥 재벌이나 부유층의 부의 대물림만 가속화할 뿐이다. 솔직히, 부자들한테만 상속세 좀 더 받는다고 국가 재정이 확 좋아지지 않는다. 머릿수가 별로 없을 정도로 부유한 사람들이 '부자' 이므로, 개별 세액은 높을지 몰라도 합산한 세액은 그저 그렇기 때문에. 그리고 뭐 그 사람들도 한 80년에 한번씩 세금내는 건데, 뭐 얼마나 되겠나. 하지만 이것보다 중요한 것은, 부의 대물림과 그에따른 신분사회의 도래로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것이다. 인도는 자기들은 민주주의 역사가 오래되었다고 자랑하지만, 아무도 인도가 제대로된 민주주의 국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극심한 빈부격차와 제로 상속세 덕에 '카스트' 보다 더 심한 차별이 존재하는 곳이 인도이다.
인도처럼 되어가는 곳이 '미국' 이다. 그나마 미국은 최고상속세율도 꽤 높다. 하지만 상속공제가 거의 몇백억에 달하기 때문에 중산층이나 적당한 부유층은 상속세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백년간 부의 대물림이 지속되니, 지금은 빈부격차가 가장 극심한 나라중에 하나이다. 그나마 중산층이 살기에 미국이 가장 조건이 좋은 편이라 불만이 없는 것이지, 속으로 들여다보면 빈부격차가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잘 보이지는 않는다. 땅이 넓고 개인 사유지에는 함부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최근에 미국 상위 10퍼센트가 전체 소비의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뉴스가 많이 나온다. 중산층들도 푸드뱅크를 이용하는 판국인데, 2025년 미국인 해외여행객은 사상최대치를 찍었다. 극우가 안나올래야 안나올 수가 없다. 극우의 다른 말은 극좌이다.
우리나라가 윤석열처럼 역겨운 민주주의 파괴자들에 의해서만 민주주의를 잃는 것은 아니다. 공정한 경쟁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부의 대물림을 반드시 막고, 계층 이동성을 더욱 유연화 해야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건강하게 수십 수백년간 유지되는 것이다. 다들 "옜날이 좋았지" 라고 하면서 "옜날" 이 왜 좋았는지는 다 까먹은 것 같다. 옜날에 빈부격차가 그다지 심하지 않았을 때에는 부자건 서민이건 같이 모여 살았다. 불과 수십년이 지난 지금은? 계층간 혐오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것은 좋지 않다. 계층간 이동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이것이야말로 로마가 공화정에서 황제정으로 바뀌고 이후 멸망한 가장 큰 이유들중의 하나였다.
소득세니 법인세니 하는 건 마음대로 해도 된다. 낮추든 올리든 때에 따라서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 하지만 부의 대물림과 계층을 고착화시키는 것을 방지해주는 장치인 상속/증여에 관한 법이나 세금은 절대 양보하면 안된다. 이를 방치하면, 당신의 자녀들이 미래에 귀족이 된다는 보장이 없는한, 반드시 노예상태로 떨어지게 되어있다.
그러니까 재벌 상속세 걱정은 재벌들이 하라고 합시다. 쓰레기 언론사 사주 및 기자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