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관료화되면 나라는 망하기 마련
우선 행정가와 관료는 다르다. 관료라고 해서 행정을 잘 하는 것도 아니고, 관료가 아니라고 해서 행정을 못하는 것이 아니기도 하다. 사실 별 상관관계가 없다. 관료가 일반인보다 나은 점은 행정법을 잘 알고 그 틀 안에서 사고를 치지 않는 것 뿐이지, 행정을 더욱 잘 하거나 행정을 더 개선시킬 수 있는 존재는 절대 아니다.
군생활이나 공무원 생활을 해보면 알겠지만, 이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는 국민 후생의 증진같은게 아니고, 부국강병도 아니다. 이 분들의 최대 관심사는 "승급" 과 "승진" 이다. 사실 고위직으로 갈 수록 돈에도 별로 관심 없는 경우가 많고, 보통은 더 큰 감투를 좋아한다. 그냥 "승진" 해서 입신양명하는게 사실 공무원의 유일한 낙이고 목적이다. 이건 어쩔 수 없고, 모든 시대, 모든 나라의 관료들이 마찬가지이다. 그거 빼면 뭐가 있나. 군인과 관료는 '승진' 에 미친듯이 목을 맨다. 잘못된 것이 아니다. 이건 부자가 마치 돈이 필요없음에도 계속 돈을 버는 이유와 같다. 그냥 돈 버는 것 자체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인생의 목적이 '승진' 인 사람들은 모든 자리에 위/아래가 있고, 자신은 그 위에 있어야만 만족하는 사람들이다. 당연히 자기중심적인 세상에서 서열을 나누고 그 서열에 따라 상명하복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은 막상 평평한 책상에서 토론이나 회의를 시키면, 자기입장의 주장만을 하다가 결국 "내가 윗사람이면 말을 들을텐데" 라는 생각을 가진채 툴툴거리며 의미없는 회의/토론이라고 격하하며 끝내기 마련이다. 군인이나 관료는 평평한 회의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알 필요도 없고.
사기업이나 정치인은 인생에 굴곡이 있다. 잘나가다가 망하기도 하고, 당선되었다가 낙선도 된다. 이 와중에 성격파탄자가 되기는 해도 한번의 우위가 다음의 우위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그에 따라 처신하는데, 군인과 관료는 '강등' 이 없다. 한번 승진하면 그다음부터는 내려갈일이 없다. 짤리지 않는 한. 그러니 파면이나 징계를 두려워해서 보신주의가 횡행할 수밖에 없다. 보신은 법으로 하므로, 주어진 법 테두리안에서 '관료적' 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나이까지 들면 절대 창의성과는 상관없는 사람이 된다. 창의성이 있는 군인이나 관료를 본 적이 있나? 나는 없다. 그리고 어느조직이든 보수적인 상급자들은 창의성있는 부하직원을 아주 싫어한다. 사고치니까.
윤석렬이 대통령이 되고나서 초반에 보여준 행보가 딱 '아 나 승진했어' 였다. 군대도 안갔다온놈이 군대 사열하면서 뽕찬얼굴로 돌아다니고, 각종 의전 챙겨먹는것 부터 시작하는 걸 보니. 아 저 사람은 그냥 인생의 목적이 '승진' 인 사람이구나. 이제 더 올라갈 곳이 없으니, 반드시 사고를 치겠구나. 싶었다. 승진의 끝에 다다르면, 사고를 치지 않고는 더 높이 올라갈 수가 없다. 윗사람을 발라버리거나, 자신을 신으로 만들거나. 윤석렬은 자신이 신같은 전능한 독재자로 '승진' 을 꿈꾼 것이다. 평평한 책상에서 야당과 협치를 하는 것은 관료적 서열주의에 물든 승진광에게는 절대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인 것이다. 결과는 내란. 가장 내란과 상관없어 보이는 관료출신 대통령이 가장 엉터리 내란을 일으켜 한국을 위험에 빠뜨린 것이다.
내가 경험한 고위관료들은 대부분 윤석렬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저 미친놈처럼 실행에 옮기지는 않지만, 대부분 민주적 토론을 굉장히 멸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본인들의 회의는 절대 민주적일 수 없기 때문에, 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군인은 더 하다. 군인이 문민통제를 받지 않으면, 시간의 문제일 뿐 반드시 쿠데타를 하게 되어있다. 왜 안일하게 문민통제도 못하면서 그런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다. 군인이 쿠데타만 하는 존재라는 것이 아니라, 문민통제를 하지 않으면 반드시 쿠데타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렇게 할 수 있으면', 그것이 옳든 그르든 언젠가는 '그렇게 한다'. 이것은 만고불변의 법칙이다. 그래서 내가 '도덕' 에 의한 통치라든가 '민도' 가 어쩌구 저쩌구 하는 소리들을 개소리라고 생각 하는 이유기도 하다.
관료출신이 아닌 대통령들도 당연히 독재권력을 추구하지만, 그 빈도는 낮은 것 같다. 세상의 독재자들중의 절대다수는 관료출신 또는 군인출신이다. 세상을 평평하게 보지 않는 사람들이 통치를 하게되면, 세상을 합리적으로 수직계열화하려고 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하려면 '독재' 가 답이고, 관료와 군인의 또 다른 장점은 '자기합리화' 와 '면피' 에 극도로 유능한 존재들이라는 것이다. 정치할 때와 재판에서의 윤석렬의 모든 행동이 나는 전부 이해가 간다. 그가 공무원이었으니까.
비 선출직 관료는 그래서 그냥 훌륭한 관료로 남는 것이 맞다. 인생을 숙제풀고 칭찬받는 걸로 살아온 관료들에게 정치란 지나치게 복잡한 비선형방정식이다. 비선형적 문제를 해결하는 두 가지 방법은,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각개격파하거나, 문제자체를 칼로 잘라버리는 것이다. 독재자 군인 알렉산더는 후자로 해결했고, 윤석렬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시는 관료출신 대통령을 보고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