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하면 이상한 느낌이 들게 하기
나는 스물여섯 살이 될 때까지 외국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고, 심지어 비행기를 타 본 적도 없다. 그런데 스무 살 정도에 나는 토익 만점, JLPT 1급 (지금은 다른 체계처럼 보이긴 하지만)에 영어번역이나 일본어 번역일도 종종 아르바이트로 했었다. 물론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외국어를 많이 사용한 편이지만, 그전에는 외국어 교육을 따로 받은 적도 없다. 언어에 재능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그렇다고 실제로 재능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냥 컴퓨터 게임이 다 영어 아니면 일본어라서 공부하는 김에 해 둔 정도였을 뿐이다.
외국어를 잘하는 방법은 한 가지인데, 매일 하는 것이다. 매일 단어를 외우든, 책을 읽든, 게임을 하든 간에, 매일 하면 된다. 그런데 매일 하는 게 원래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것이다. 회사 들어가서 자신의 분야에서 실력을 쌓게 되는 것은, 월급을 받으니 매일 강제로 일을 하게 되서가 대부분이지, 뭐 청운의 꿈을 가지고 그 일을 시작해서가 아니다.
주변에서 영어를 잘하는 방법을 가르쳐달라고 하면, 나는 한 가지만 하라고 한다. 하루에 5분씩 영어단어를 외우든, 영어교재를 읽든 뭐든지 정해놓고 하루 딱 5분만 한 달 동안 하라고, 절대 5분을 넘기지 말라고. 너무 이상한 방법에 다들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고, 대부분 돈 내고 학원에 갔다. 그리고 여전히 그들은 영어한마디 못한다. 당연히 읽을 줄은 알지만, 제대로 잘 읽지도 못한다.
저런 방법을 써서 성공한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시키는 대로 한 달 하더니, 좀이 쑤셔서 공부를 더 하면 안되냐길래, 그러라고 했고, 본인의 목표를 이루었던 것 같다. 하루 5분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만, 하루 5분씩 주말도 포함해서 한 달을 하게 되면, "안 하면 이상한 느낌이 드는" 날이 된다. 그리고 5분'만' 하라고 하면 5분 이상 하고 싶어 지는 게 사람 마음이다. 결핍이 욕심을 만들어내기 마련이지만, 중장기적인 욕심을 만들어내려면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첫 달에는 5분 이상 하고 싶어 져도 참고 습관 만들기만 하면 된다. 그다음부터는 알아서 하게 된다. 공부든 뭐든 알아서 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멈추고, 그동안의 노력은 대부분 헛수고가 될 뿐이다. 원래 공부하기 전에 책상에 앉는 게 제일 힘든 법이니까.
운동을 잘하는 방법도 외국어와 같다. 처음 한 달 동안은 트레드밀에서 너희적 너희적 하고 싶은 만큼만 하고, 다른 운동기구는 쳐다보지도 않으면 된다. 헬스장은 무조건 가까운 곳에 좋은 샤워시설이 있는 곳으로 하면 된다. 가끔 샤워실정도가 아니라 사우나도 있는 곳이 있는데, 가격이 비싸더라도 이런 곳에 가길 추천한다. 절대 한 달 동안은 땀나게 운동하면 안 된다.
운동은 쥐꼬리만큼 하더라도, 샤워를 하고 나오면 또 거기 즐거움이 있어서, 그냥 처음 한 달은 샤워하러 간다고 생각하고 가면 좋다. 당연히 주말에도 가도록 한다. 운동 끝나고, 맥주를 마시든 콜라를 마시든 마음껏 인생을 즐기다 보면 한 달이 지나가 있을 것이고, 이제부터는 "안 가면 이상한 느낌" 이 드는 상태가 된다. 이때부터는 그냥 하고 싶은 운동을 하면 된다. 그러다 보면 어떤 운동이 있는지, 데드리프트는 어떻게 하는지 뭐 이런 거 유튜브를 찾아보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습관이 생기면, 알아서 하기 마련이다. 인간은 익숙함의 노예다.
운동을 꼭 예쁜 몸매를 만들기 위해서 할 필요는 없다. 무게를 많이 들고 근육이 우락부락할 필요도 없다. 다 쓸데없는 것이고, 젊어서 과하게 운동하면 40살 넘어서 몸이 아픈 데가 많이 생긴다. 특히 젊어서 근육이 많던 사람들이 나이 들어 발이랑 어깨가 많이 망가지는데, 삶의 질이 급하강하게 된다. 그러니 즐겁게 운동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살면 된다.
매일 무언가를 스스로의 의지로 한다는 것은 굉장한 것이다. 그리고 힘들고 불가능한 일처럼 보이는 것들도, 매일 조금씩 하다 보면 결국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이것을 깨닫는 사람들은 세상의 아름다움을 더 많이 볼 수 있기 마련이다. 인생을 좀 더 길게 보고, 더 긴 계획을 세워도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앞의 욕심. 5분을 넘어 책을 보아야겠다는 욕심이나 트레드밀을 벗어나 땀을 흘리고 싶다는 욕심들만 버리면 가능한 것이다. 욕심을 버려야, 욕심을 채울 수 있는 인생의 아이러니이지만, 우리가 살면서 성급한 욕심이나 두려움으로 많은 기회를 날려버린다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다.
익숙함은 대부분 수동적으로 경험하지만, 능동적으로 익숙함을 만들어내는 경험을 한 번이라도 해 보면, 그것이 얼마나 환상적인 일 인지 알 수 있게 된다. 허세로라도 매일 책을 읽다 보면, 결국 명작들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고, 내가 싫어하는 음악장르도 억지로 또는 허세로라도 하루 종일 듣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아름다움과 재미를 찾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평양냉면 마니아들조차 허세로 몇 번 먹다가 중독된다고 하지 않나.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익숙해져야 그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자신에게 끊임없는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에게만 그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마련이다. 예술이든 사람이든. 그리고 관심 없는 사람도 매일 보다 보면 친해지기도 하는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