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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은 왜 오르기만 할까

다른것들은 대부분 끼워맞추기일 뿐.

by 제이니

"풀린 돈의 총합은 총 자산과 같아야 한다"


우리는 경제성장이니, 소득이 늘었느니 하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정당화 하지만, 모든 금리연동 자산은 단 하나의 지표로만 움직인다. 바로 통화량. M2 니 뭐 이런 전문적인 말을 쓸 필요도 없다. 평균 집값이 1억원인 어느 도시에 갑자기 돈의 양이 두배로 급증하면, 그 지역의 집값은 2억원이된다. 아주 단순한 원리이다. 해당 지역에서의 집의 양 대비 돈의 양이 두배가 되니, 당연히 집에 대한 상대적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해당 지역의 다른 자산이 있다면, 해당자산의 가격도 마찬가지로 두배로 오르게 될 것이다. 물론 정확히 두배가 되지는 않는다. 각 자산별 보유비용이나 기타 금융비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결국 방향은 그 쪽이다.


흔히들 지역의 소득이 오르면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이상한 망상들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느정도는 사실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증가된 소득 곧 통화량이 해당지역에 전부 풀릴 경우에만 그렇게 되는 것이다. 지역의 소득이 올라도 집값이 오르지 않는 지역은 세계적으로 적지 않다.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그렇다면, 자산가격대비 소득이 줄면 자산가격이 떨어져야 하는데 그런일은 역사적으로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통화량이 줄면 자산가격은 확실히 떨어진다.


수요공급곡선 하나 배워가지고 온 경제학 좆문가들은 뭐 또 주택공급이 부족해서 집값이 오른다는 헛소리들도 하는데, 이게 솔직히 부자 이민자가 급증하던 캐나다나 호주라면 뭐 어느정도 맞다고 해줄 수 있는데, 구매능력 있는 이민자가 거의 없고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한국에서 도대체 총수요가 일정한데 공급이 얼마나 늘어야 된다는 이야기인지? 뭐 더 크고 좋은 공간 수요가 경제발전과 함께 늘어난다는데, 이런 개뜬금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놈들은 경제학공부를 어떻게 한 건지 이해가 불가능. 그저 신축이 구축을 교체하는 게 공급의 다인 수준인데, 여기서 왜 공급부족이야기를 하는지, 그냥 건설사 돈받아쳐먹고 나팔불어대는 수준.



나는 경제학 전문가랍시고 떠드는 분 들 중에, 통화정책만 들고와서 금리를 올리느니 내리느니만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거의 사기꾼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통화정책은 그냥 급한 불 끄는 용도이기 때문이다. 급한불이 꺼지고나면 부작용이 상당히 심각한데, 통화량 폭주로인한 인플레이션 및 자산가격 폭등이 얼마 뒤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빨리 통화량을 흡수하고, 재정정책으로 선회해서 실물경제 주체들 주머니에 돈을 넣어줘야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경제를 원상복귀 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번 풀린 돈은 다시 가져오기가 힘들다. 통화량 증가는 GDP 성장에 따라 당연히 조금씩 늘어나는 것이 정상이지만, 정상범위를 벗어난 통화량은 다시 흡수해야하는데, 그걸 흡수하면 시장충격이 반드시 한번은 발생하니, NIMT (Not in my term, 내 임기중엔 안돼) 가 만연하고, 자산가격에 거품이 끼기 시작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게 한 20년이 흘러왔고, 전세계 통화량은 거의 미친수준이다. 심지어 현대통화이론이라는 "통화는 많이 풀어도 상관없어" 라는 아몰랑 이론? 같은게 전문가 사이에 만연했던 적도 있으니 말 다 했다.


통화론자들은 재정정책이 재정을 악화시키니까 좋지 않다라고 한다. 하지만 재정적자는 GDP 성장률보다 낮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것도 중장기적으로 10년간 GDP 가 30% 성장했으면, 평균GDP 대비 30% 정도의 10년간 적자는 아무런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게다가 재정정책은 경제주체의 거의 90% 인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의 높은 한계소비성향때문에 자산 가격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생활물가는 조금 오를 수 있지만, 결국 대부분이 소비되고 이것은 내수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반면 완화적 통화정책 (긴축적 통화정책을 하는 것을 나는 최근 20년간 한번도 본적이 없다) 은 급한불 (유동성위기) 을 잠깐 꺼주지만, 돈이 풀리는 방식이 탑다운이고 해당 유동성을 가져가는 것은 강한 경제주체부터 가져가기 때문에 풀린 돈의 한계소비성향이 거의 0에 수렴한다. 그래서 이 돈은 거의 100% 자산시장으로 직행한다. 처음에는 채권, 그리고는 부동산, 그리고 주식. 실물 경제주체들이 이 돈을 볼 일은 없다. 다만 부동산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 집값이 올라서 좋을 수는 있겠지만, 시멘트 뜯어먹고 살 거 아니면 실물경제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통화정책이야말로 예측할 수 없었던 사고인 IMF (우리는 정반대로 했지만) 나 2008년위기나 코로나 때 빛을 발하는 정책이고, 딱 그럴 때만 사용해야 하는데, 우리는 틈만나면 수출이 줄었다고 금리를 내리고, 부동산이 침체라고 금리를 내리고, 자영업자들 힘들다고 금리를 내리고, 그래서 그런 문제들이 해결이 됐다면 모르겠는데, 내수는 여전히 어렵고, 자영업자들은 폐업이 창업보다 많아졌는데 부동산 가격만 끊임없이 오르는 것이다. 심지어 미국보다 통화를 15배나 더 풀었다. 이쯤되면 거의 통화정책에 미친놈들만 정책을 만들고 있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




그래서 결론이 뭐야 하면, 저런 통화정책 맹신자들이 경제정책을 좌우하는 한, 한국의 집값은 끝없이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개방경제 하에서 자산가격은 달러화 환산 자산가격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므로, 결국 달러화 환산 부동산 가격은 끊임없이 우하향 할 것이다. 아주 가까운 예로 집값이 11배 오른 튀르키예는 집주인이 '현지' 에서는 부자가 되었겠지만, 세계 기준으로는 알그지가 되었는데, 그것은 튀르키예 환율이 20분의 1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집주인 재산도 반토막이 났는데, 월급쟁이 튀르키예 사람들은 뭐 그야말로 해외여행 한번 가기 힘든 신세가 된 것이다. 불과 10년동안 일어난 일이다.


어떤 사람이 한국은행의 이창용 총재를 엄청 존경하는 분이라고 하는 글을 한번 본적이 있는데, 이사람은 그냥 비겁하고 본인이 뭘 해야되는 사람인지 잘 모르는 사람이다. 그저 할줄 아는 거라곤, 그냥 정부가 뭐 시키면 '우리는 독립조직이야' 하면서 허세좀 부리다가 몰래 정부가 하자는 대로 다 하는 사람일 뿐이다. 이런 사람이 정말 오랫동안 한은을 이끄는 것을 보면서, 아 우리나라는 그냥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구나 싶다. 욕은 기재부 (이 조직은 하도 이름이 자주 바뀌어서 이름이 뭔지도 모르겠다) 도 먹긴 해야하지만, 최소한 통화정책의 결정은 한은이 하니까 좀 더 욕을 쳐먹어야 한다.



나의 월급이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오른다고 가정할 때 (실제로는 그렇지도 못하지만), 통화량이 물가상승률보다 더 늘어난다면, 나의 실질 소득은 사실 감소하는 것이다. 그런데 부동산 및 자산가격은 물가상승률만큼 오르는 것이 아니라 통화량 증가율만큼 늘어나므로, 여러분이 평생 돈을 벌어봐야 자산가격 상승분을 따라갈 수 없고, 결국 영끌을 하는게 유일한 방법이 되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영끌이니 갭투자니 하는 온갖 지랄을 통화정책이라는 개수작으로 일으켰고 그걸 20년째 유지하고 있으니, 당연히 청년들의 소득은 형편없고, 자영업자는 폐업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업이라도 잘 나가면 몰라, 콘크리트밖에 파먹을게 없는 나라에서 기업도 탈출해서 미국에 가 있으니, 통화가치는 떨어지고, 또 어려워진답시고 통화정책 남발하면 집값은 꾸준히 오를 것이고. 이따위로 경제정책을 하면서 나라의 녹봉을 받아가나?


다행이 새로운 대통령은 재정정책을 더 중요시하는 사람이니 기대를 좀 해 보지만, 20년간 이미 다 빼먹은 갈비뼈만 앙상해진 한국의 경제체력이, 아직은 걷고 있지만 다시 뛰게 만들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집값은 오를테니까 집주인들은 걱정마시길. 그 댓가는 여러분들의 자녀들과 손주들이 치르게 될 겁니다만. 내 집이 지금 30억이니 손자까진 괜찮지 않겠어? 나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1998년 IMF 이후로 한국은 어려울 때, 결단이 필요할 때마다 항상 쉽고 '좋은게 좋은 것' 인 방향으로 정책을 결정해 왔고, 결국 산업재편의 마지막 기회를 2010년대에 놓쳐버렸다. 그리고 경제가 안좋아지니 쉽고 편한 통화정책을 남발해 지금의 자산거품을 만들고, 이런 자산거품 때문에 출산율이 떨어지고, 내수경제가 박살나는 상황을 2020년대에 만들고 있는 것이다. 나도 사람이라 이런 똥볼을 20년 연속으로 이렇게 차대면 그냥 포기하고 싶은데, 그래도 우리 아들딸들이 살아가야하는 미래의 한국이 좀 더 합리적이고 발전하는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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