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인 리 Feb 28. 2018

가끔은 한번씩 살아온 날들을 정리하는 것도 좋아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존 것들의 정리 

브런치에 작가 등록을 한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원래는 그 당시 내가 시작했던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했었는데, 머지않아 그 사업을 정리하면서 브런치도 자연스럽게 내 머릿속에서 잊혔다. 내게 사실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을 정리하는 하나의 도구이다. 몇 달간 글을 쓰지 않았다는 것은 즉 내 머릿속에 그동안의 겪었던 많은 일들이 얽히고설킨 채 정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15년의 해외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했다. 내가 14살 때 한국을 떠났으니 인생의 반이 넘는 시간을 해외에서 보낸 샘이다. 귀국한 지 어느덧 세 달째에 접어들고 있다. 노매딕 했던 나의 삶이 안정권에 접어들고 나니 인생을 어떻게 살았는지 한 번쯤 정리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올해 초부터 대학원 진학 준비를 시작했다.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에세이를 써야 했는데 에세이는 내가 살아오면서 겪은 무수히 많은 경험 중 알짜배기만 골라서 멋진 스토리로 완성해야 한다. 멋진 스토리 라인도 중요하지만 이것저것 참 많은 일을 하면서 살아왔기에 한 번쯤 내가 뭘 하면서 무슨 생각으로 살았는지 정리를 하고 싶어서 30살 인생을 정리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앞뒤 구분하지 않고 미친 듯이 써내려 갔다. 생각나는 데로 에피소드, 가치관, 세계관, 인생관 삶의 목표, 의미, 연인 가족 등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썼다. 그렇게 일주일쯤 썼을까? A4 용지로 약 50장 정도가 채워졌다. 물론 두서없는 글이었지만 마지막 점을 찍고 나서 알았다. 


그동안 참 열심히 살았구나. 


세상에 태어나서부터 내 인생 열다섯 살까지는 그냥 평범한 삶이었다. 초등학교를 입학하고 부모님, 조부모님과 함께 살며 친구들과 등하교를 함께 했다. 가끔 일탈을 꿈꾸기도 했지만 그냥저냥 학교 끝나면 학원 가고 학원 끝나면 떡볶이 먹고 집에 돌아와서 숙제를 하고 드라마를 본 뒤 잠을 자는 일상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잡은 기회에 중국 유학길에 올랐다. 유학은 무척 힘들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언어도 안 통하는 상황에 철저히 내던져졌다. 세 달은 눈물로 밤을 지새웠던 거 같다. 그렇게 나의 유학은 시작되었고 이학교 저 학교 이 도시 저도 시를 거치면서 고등학교까지 무사히 졸업했다. 하지만 나에게 졸업은 또 다른 시련의 연속이었다. 가족과 같은 사랑하는 친구의 죽음을 겪었고, 원하던 대학은 진학하지 못했다. 자존심, 자존감에 크나큰 상처를 입었고 나름대로 나의 살 길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전공도 몇 번이나 바꾸었고, 학교 시스템과 중국의 문화와 법규에 맞서기도 하면서 참 쉽지 않은 길을 갔다. 결국 나는 중국에서 다니던 대학교를 그만두었다. 


새로운 삶을 찾아 방황하던 나에 눈에 들어온 것은 프랑스였다. 자유와 사랑의 나라. 그런 나라에 가서 살아보고 싶었다. 집도 절도 없었지만 돈이 없지 열정이 없으랴. 그렇게 나는 프랑스에 갔다. 민박집에서 스태프로 하루 20시간을 일했다. 돈도 쥐꼬리만큼 받고 나중에는 쫓겨나기까지 했지만 나름 후회 없는 시작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프랑스의 삶은 세상에서 가장 잘한 선택 중에 하나이다. 나는 후에 프랑스에서 대학을 나왔고 사랑을 했고 인생을 배웠다. 일 년의 반은 프랑스에서 나머지 반은 전 세계를 여행 다녔다. 내가 가진 최고의 자산은 호기심이라고 할 정도로 나에게 있어 모든 것의 동력은 호기심이었다. 궁금한 게 많았고 알고 싶은 것도 많았다. 그리도 일단 알고 나면 다수와 나누고 싶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영상제작이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다. 돈도 벌고 여행도 하며 새로운 가치를 나누는 일을 했다. 큰 수확은 결국 사람이었다. 열정과 사랑을 가진 수많은 사람을 직접 만났고 영감을 얻었다. 익숙한 곳 새로운 곳 가리지 않았다. 


카메라도 다를 줄 모르는 내가 영상 제작에 편집까지 하게 되고 덕분에 또 다른 일의 즐거움을 알게 됐다. 흙을 만지며 내 텃밭을 가꾸어 보기도 했고 농사짓는 농부들을 도와 진짜 농사를 짓기도 했다. 채식주의자가 되기도 했으며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매일매일 요리를 했다. 


꿈같은 시간이었다. 물론 어려운 순간이 아마 더 많았을 거다. 나는 질투, 욕심, 욕망, 두려움과 같은 무서운 감정의 에너지에 휩쓸렸고 스스로를 망가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겨내기 위해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여행을 했으며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청했다. 명상을 하러 가기도 하고 요가에 심취하기도 했다. 구루를 만나 내 마음의 병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밤새 눈물을 흘렸던 기억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다. 제주도 앞바다에서 몰아치는 파도를 보며 내 인생과 어쩜 이렇게 닮았지? 하던 기억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창업을 했고 실패를 했다. 결혼할 것만 같았던 남자와 헤어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 다시 헤어졌다. 아주 오랜만에 철저히 혼자가 되었다. 혼자가 되고 나니 안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는 내가 있다. 이제야 나를 돌아 보는 삶을 살 수 있게 됬다. 슬프고 고독한 나날의 연속에서도 미래의 희망과 사랑이라는 없어지지 않는 감정을 그대로다. 


세상을 살면서 나와 비슷한 삶을 산 케이스는 없었다. 그래서 조언을 구할 곳이 없었고 내 길은 내가 개척해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삶은 수많은 선택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그러한 선택의 책임은 온전히 나에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시 브런치에 돌아왔다. 글을 쓴다는 말이다. 


한 편 한 편 덤덤히 인생의 조각을 풀어놓으려고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선택하는 인생을 살아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