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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리 Feb 28. 2018

선택하는 인생을 살아라

인생은 선택의 연속 

삶은 무수한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자연스럽게 생긴 여러 갈래의 선택의 길 속에서 어떤 방향을 선택할지는 선택하는 자만이 알고 있다. 행여 머리가 이성적으로 가리키는 방향의 길도 가슴이 원하지 않으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버리고 마는 게 우리의 인생이다. 그 끝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선택을 하고, 생각하지 못했던 순간에 그 결과에 대해서 직감적으로 깨닫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깨달음이 반짝이는 불빛처럼 우리에게 다가왔을 때 그것이 잘한 선택이었는지, 후회가 남는 선택이었는지를 판단한다. 후회가 남든 남지 않든 매 상황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다고 믿는 것 이외에 우리는 기댈 곳도 없다. 


스무 살에 미국 여행을 떠났다. 그때의 주제는 나를 찾는 여행이었다. 당시 나는 금융학을 전공하고 있었고 투자은행에 취직하는 것이 마치 이 길의 종착점처럼 보였다. 그래서 나는 그 당시 투자 은행이 밀집되어 있고 그 일에 온 몸을 바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뉴욕 월가로 향했다. 나는 그저 세상이 그리는 방식에 의해 삶의 방향을 규정짓는 선택을 하고 싶지 않았다. 


갓 스무 살을 넘긴 나는 배낭을 메고 가난한 여행을 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뉴욕의 싸구려 호스텔도 나에게는 사치처럼 느껴졌다. 뉴욕에 도착하면 하늘이 나를 인도해 주겠지라는 근거 없는 믿음을 가지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뉴욕 JFK공항에 도착했다. 여권 심사를 마치고 출국장을 나오면서 생각했다. 지금부터 진짜다. 은인을 만날 수 있을 거야. 


내 눈앞에는 작은 캐리어 가방을 끌고 가는 여자가 있었다. 망설임 하나 없이 그분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그 여자는 어리둥절하며 양 옆으로 고개를 돌리며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는 건지 재차 확인했다. 그녀는 비즈니스 목적으로 종종 뉴욕에 오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저는 뉴욕에 배낭여행을 하기 위해서 온 스무 살 청년입니다. 혹시 방향이 같다면 함께 동행해도 될까요?" 그녀는 맨해튼 중심에 있는 고급 호텔에 묶었고 택시로 그곳까지 이동했다. 혼자 오기도 했고 말동무도 필요했었는지 우리는 금세 친구가 되었다. 나보다 스무 살이나 많은 분이었지만 그런 것들이 타지에서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가지고 있는 프로페셔널리즘에 그녀는 내가 가지고 있는 청년의 열정에 감탄했다. 


나는 그 분과 함께 맨해튼에 있는 한 호텔로 갔다. 우리는 맥주를 한잔 하며 여행의 피로를 풀었다. 그분은 흔쾌히 뉴욕에 머무는 동안 자신의 방에서 필요한 만큼 묶고 가라고 제안했다. 세상에나. 역시 행운이라는 것은 찾는 자에게 온다고 하더니. 나는 지금도 그분의 배려에 감사함을 느낀다. 그날 저녁 그분은 피곤하다며 먼저 잠자리에 들었고 나는 일기장을 가지고 로비에 내려왔다. 시차가 적응이 안돼서 그랬는지 그날 밤새도록 나는 로비에서 지나가는 여행객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일기장에 글을 끄적이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침에 나는 목적한 대로 월가로 향했다. 하늘이 보이지 않는 빌딩 숲 사이로 길게 뻗어 있는 도로 주변에는 스산할 정도로 유리와 시멘트로 만들어진 건물들이 즐비했다. 건물 아래에는 팔짱을 낀 채 담배를 물고 있는 은행원들이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서 나의 소개를 간단하게 하고 내가 여기 온 이유이자 정말 궁금한 질문을 했다. 

"Are you happy?" 


그때 알았던 것 같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인생의 가치관은 바로 행복이라는 것을. 

월가를 돌아다니면서 수없이 많이 질문했다. 사람들은 시간도 없었고 마음의 여유도 없었으며 무엇보다 모두가 행복하다는 말을 쉽게 하지 못했다. 그들은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룬 자신들의 삶을 높이 평가하는 듯해 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과 목소리에 내가 찾던 열정과 행복 바이러스는 없었다. 나는 그렇게 금융학을 포함해서 내가 선택하려고 했던 선택지를 내려놓았다.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고 나에게 남은 질문은 하나였다. 


그래서 나는 누구인가? 였다. 배낭을 메고 한참을 돌아다녔다. 마치 여행을 하면 그 답을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걷고 걷고 또 걸었다.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기도 했고, 구걸하는 노숙자의 옆에 앉아서 농담 따먹기를 하기도 했다. 맥도널드에서 산 햄버거를 그들과 나누어 먹기도 했고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비행기에서 만난 승무원을 우연히 스타벅스에서 만나 커피를 마시기도 했다. 즐겁게 여행을 하고 미국을 알아갔지만 여전히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진 못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기 며칠 전이었다. 이 여행의 목적 중 하나는 바로 나를 찾는 것이었다. 나를 찾는다.. 찾는다.. 찾는다. 


우연히 한 상점에 들어갔다. 내가 들른 그 상점은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한 곳이었다. 영혼 없이 발 가는 데로 상점을 어슬렁거리다가 내 눈앞에 들어온 것은 냉장고에 붙이는 마그네틱이었다. 거기엔 이렇게 쓰여있었다.



"Life is not about finding yourself, Life is about creating yourself"



"인생은 나를 찾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깨달음은 늘 불빛처럼 온다. 그렇다. 살아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내가 나를 찾는단 말인가. 마치 내가 늙은 영혼이라 기존에 살았었던 옛날 육신 속의 나의 모습을 찾기라도 한단 말인가? 


결국 알았다. 나라는 사람은 내가 선택한 삶의 조각 하나하나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내가 매 번 하는 크고 작은 선택 속에서 나는 다듬어지고 만들어지고를 수없이 반복한다. 결과는 늘 달콤하지만을 않다. 마치 씁쓸한 초콜릿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 또한 나의 선택에 의해 만들어지는 아름다운 삶의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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