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인 리 Jul 15. 2020

절제의 기술

수많은 선택지로부터 해방되어 단순한 삶을 사는 방법 

2020년 7월 15일 오전 네시 반 정도에 일어나 간단하게 요가를 했다. 그리고 침대에 앉아 뜨거운 차를 한 잔 마시며 스벤 브링크만의 책 "절제의 기술"을 읽기 시작했다. 


나의 삶에 있어서 절제하고, 조금 덜 하고, 단순하게 살아가는 것에 대한 욕망은 살아가면서 점점 더 생겨나지만 그런 바람과는 다르게 삶은 더욱 복잡하고 선택지는 늘어간다. 이런 삶의 모습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 이 책을 선택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연구결과와 자기 계발서에서 충분히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내용들이 많이 들어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제를 수도 없이 외치는 이 책은 내가 욕망하지만 참 닿기 힘든 단순함의 길에 GPS를 맞추고 갈 수 있게 자극이 되었음은 분명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몇 개의 takeaways가 있는데 정리하면 이렇다. 


첫 번째. 선택지를 줄이기 위한 습관을 기르고 정말 필요한 일에만 선택을 위한 에너지를 쓴다. 


세상에는 너무 많은 선택지가 있다. 셀 수 없이 많은 정보와 그런 정보를 푸시하는 소셜미디어와 쇼핑 어플들은 자꾸 그런 선택지의 늪 속으로 나를 빠트리는 느낌이다. 인터넷에서 휴지를 골라야 할 때 생각해보자. 다양한 브랜드, 휴지의 촉감, 가격, 배송시간 등등 모든 변수들은 하나의 휴지를 고르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이게 한다. 이렇게 선택해야 하는 것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더 중요한 일에 쓰여야 할 에너지와 시간은 줄어든다. 마크 저커버그와 오바마 역시 너무 많은 결정을 해야 하는 삶에서 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굳이 신경 쓰고 싶지 않은 것들을 줄여나갔다. 대표적인 게 옷이다. 그저 자신이 가장 편하게 생각하며 어디에나 어울릴 수 있는 한 가지 한 소재의 옷을 여러 벌 걸어놓고 옷을 고르는데 시간을 들이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나 역시 점점 자주 하는 선택들에 있어서 선택지를 줄여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언젠가 하루의 시간을 들여 뇌가 활동하고 몸이 편안하게 느끼는데 필요한 미네랄이 가장 많이 들어있는 경수를 골라냈고 그 결과 평생 선택하고 마실 수 있는 탄산수와 미네랄워터 브랜드를 선택하게 됐다. 덕분에 이제 더 이상 병에든 물을 구매할 때 고민하지 않는다. 카페를 가거나 커피를 마실 때도 한 브랜드만 고집한다. 그 브랜드를 고집하기 까지 그 회사가 가지고 있는 경영철학, 커피의 품질, 빈번하게 이용할 수 있는 편리성 등을 고려하는 과정을 거쳤고, 심지어 경영자를 만나 확신까지 얻었다. 지금은 그 회사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원하며 주식까지 샀다. 한국으로 가는 여정에는 조금 비싸든 시간이 어떻듯 상관하지 않고 한 항공사만 이용한다. 옷을 구매하거나 화장품을 살 때 혹은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다듬어야 할 때는 정말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로부터 조언을 거의 100% 따르며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 방황하며 결국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하는 상황을 피한다. 


이처럼 내가 자주 고민해야 하는 상황으로부터 선택지를 계속해서 줄여나가는 연습과 노력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수많은 선택지들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몰라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고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하게 되면 시간과 노력에 대비해 너무 허망한 결과로 인해 우울함이 몰려온다. 이를테면 엄마의 취미생활을 도와주기 위한 물건을 고르다 고르다 결국 아무것도 고르지 못하고 엄마에게 선택지를 넘겼을 때 시간은 이미 두 시간이 지난 후였다. 여행지에서 지내고 싶은 숙소를 고르다 고르다 결국 며칠 동안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한 채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호텔로 간 건 기운이 빠지는 일이었다.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좋은 습관이 자리를 차지하게 해서 일종의 삶의 틀을 만들어 버리는 것도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이라는 작가의 말에 100% 공감한다.


 좋은 습관을 배양하는 일은 시간과 노력이 걸리는 일이지만 일단 그런 습관이 몸에 베어 들고 나면 그 이후로는 불필요한 뇌의 에너지를 줄일 수 있어서 좋다. 연구에 따르면 습관적으로 어떤 행동을 할 때 뇌가 사용하는 에너지가 무려 60%는 줄어든다는 결과가 있다. 이처럼 선택지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래야 내가 더 집중하고 고민하고자 하는 일에 무한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 


두 번째, 더 적게 대신 더 철저하게 해라.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멀티 태스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여러 가지 일이나 프로젝트를 동시에 하는 것이나 작게는 문자를 보내면서 책을 읽는 것과 같은 것들 말이다. 또한 섹터와 분야를 넘나들며 여러 경험을 동시에 취하려고 했던 적도 있었다. 아니 그런 모습이 나에게는 20대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지배적인 시간이었다. 사실 후회는 하지 않는다. 내가 즐겁게 임하며 원하던 것을 마치 황소처럼 들이받으면서 경험하던 시기 었으니까. 나는 이 시기가 지나면서 두 가지를 얻었다. 


첫 번째는 세상에 대한 얕지만 넓은 경험치다. 정말 많은 장소를 오가고 사람들은 만나며 다양한 삶의 방식을 알게 되었다. 내가 살아왔던 공동체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많은 공동체가 존재한다는 것과 그들이 지니고 살아가는 문제와 그걸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도 보았다. 덕분에 무언가를 조망할 때 비교적 넓고 다양하게 사고할 수 있는 사고의 틀을 갖추게 되었다. 


다양한 일을 하며 살며 얻은 두 번째 깨달음은 이제는 더 적은 일을 더 철저하고 깊게 파고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릴 때 삶과 세상에 대해서 잘 몰랐을 때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선택해서 그 길만 걸으려는 용기를 내지 못했다. 살아보지 않았는데 한 가지의 삶을 선택해서 그 길만 걸어야 한다니 나에게는 너무나도 논리적이지 않은 말이었다. 그래서 내린 결정이 세상을 공부하자였기도 하고. 그리고 나니 나에게는 삶의 원칙과 평생 지니고 가야 할 가치관이 생겼고 그러한 가치를 바탕으로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 때 원칙을 지키면서 더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을지 알게 되었다. 이제 알았으니 그 일을 더 철저하게 하는 일만 남았다. 


하지만 사람은 관성이라는 게 있기에 그리고 그 관성은 삶의 어떤 모습에도 쉽게 적용이 되기에 팔랑팔랑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하며 다양한 관심사를 받아들였던 지난날의 습관을 누르고 한 가지를 깊게 파는 일이란 결코 쉽지 않다. 아직도 여전히. 유혹당하고 유혹에 넘어갔다가 다시 되돌아오기를 반복한다. 그럼에도 지난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진득하게’라는 행동을 스스로 훈련했다. 진득하게 앉아서 0번의 레이어를 잘 만들고 그 위에 1번의 레이어를 만들어 얹젔다. 그리고 2번 또 3번을 향해 천천히 철저하게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결과는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단지 지금은 그렇게 하고 싶고 그렇게 해야 한다는 믿음이 생겼을 뿐이다. 


세 번째 기쁜 마음으로 뒤처지기. 


나의 일을 하다 보면, 나의 삶을 살아가고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다 보면 어느 순간 사회에서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과는 다른 모습의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때가 있다. 뒤처진다는 표현은 어쩌면 숫자나 명확하게 표현되는 것들 중에 평균값보다 못하다고 생각될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인 것 같다. 이를테면 커리어를 쌓은 지 몇 년이 되었는지, 연봉을 얼마이며,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는지, 집은 몇 채를 가지고 있는지 등등 명확하게 정량화하여 나타낼 수 있는 그런 것들이 내가 가진 것에 비해 사회에 나의 또래가 가진 것이 평균 이상일 때 사람들을 뒤처진다고 느낀다. 나도 가끔 그렇게 느낀다. 나와 같은 시기에 대학에 들어간 나의 친구들이 어느덧 10년에 가까워진 커리어 경험치를 가지고 있을 때 순간적으로 뒤처진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예전에 한비야가 쓴 책에서 읽었던 구절 중에 그런 게 있다. 가을에 피는 국화는 봄에 피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고. 꽃도 사람도 모두 자기의 때가 있는 법이라고. 그저 나의 삶을 나의 꽃을 피우기 위해 지금 이 순간 내가 생각하는 최선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간다면 언젠간 나도 나만의 꽃을 피우고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져한다. 사회의 평균과 나를 비교하는 일을 그만두고 기쁜 마음으로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아래는 책에서 공감 가는 내용들을 쭈르륵 적은 것들이다. 



“지나치게 다양한 선택지와 유혹이 가득한 세상에서 개인은 쉽게 파편화된다. 일도, 취향도, 우리의 삶과 정신도, 한 사람의 단단한 삶은 그저 많은 일을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해내는지 판단하는 멀티태스킹 능력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정말 중요한 몇 가지를 선택하고, 거기에 지속해서 마음을 기울이는 능력이 더욱더 필요하다.”


“고대 그리스인에 따르면 모든 일에서 절제를 실천할 때 비로소 우리는 용기와 관대함 같은 다른 덕도 익힐 수 있다. 다른 모든 덕을 익히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역할을 하는 덕이 바로 절제의 기술이라는 말이다. 만약 누군가 세상 모든 일을 모조리 다 해내려 애쓴다면, 정작 특정한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돼 기른 무척 힘들 것이다”


유혹의 시대를 이기는 다섯 가지 삶의 원칙   

선택지 줄이기

진짜 원하는 것 하나만 바라기    

감사하고 기뻐하기    

단순하게 살기    

기쁜 마음으로 뒤처지기   


“우리는 소중한 다른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무언가를 내놓고, 그들이 나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데 감사하고 기뻐할 때 비로소 인간답게 살 수 있다.”


“인류학자 해리 울컷은 자신이 지도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더 적게, 대신 더 철저하게 해라”


“스토아 철학의 요지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있으며, 그러므로 끊임없이 자신을 계발하려고 애쓰는 대신 인생에서 결코 바꿀 수 없는 것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절제는 계속해서 쾌락 쳇바퀴를 달리는 행위, 새로운 쾌락을 끊임없이 찾아다니는 행동을 멈추는데 쓰여야 한다.”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는 오늘날 사람들에게 선택원이 부쩍 늘어났다는 사실이 우울증 확산의 원인이라고 믿는다. 문제는 개인주의, 그리고 개인의 통제와 선택을 강조하는 현대 문화가 우울증에 맞설 예방 백신을 우리에게 빼앗아 갔다는 것이다.”


“슈워츠는 행복의 핵심이 개인에게 있지 않고, 타인과의 친밀함과 사회적 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행복은 누구에게도 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상태가 아니라, 우리 주변의 타인들에게 올바르게 매여있는 상태다”


무언가를 하지 않음으로써 삶을 더 낫게 만드는 다섯 가지 방법.   

     선택의 자유를 어떤 방법으로든 자발적으로 구속하라    

     가장 좋은 것만 찾는 대신 그럭저럭 괜찮은 것을 찾아라    

     우리가 내린 결정에 대한 기대치를 낮춘다면 삶은 더 나아진다.    

     우리가 내린 결정을 뒤집을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면 삶은 더 나아진다.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덜 기울이고 그들과 나를 비교하는 것을 멈춘다면 삶은 더 나아진다.    


우리는 삶에서 ‘형성 의지’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우리가 삶에 의미 있는 형태를 부여함으로써 보다 온전하게 만들고자 하는 것을 말한다. 즉 우리 삶의 기본 조건인 셈이다.


미국의 인생 코치 토니 로빈스는 성공을 이렇게 정의했다. “당신의 원하는 것을,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사람과 함께, 원하는 만큼 하는 것”


유혹은 만족할 줄 모르고 끝없이 ‘더 많은 것’을 원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온다. 이는 형태 자본주의 문화의 본질적 요소이기도하다. 이런 생각에 ‘저스트 두잇!”이라고 말하는 철학과 죽기 전에 가능한 한 많은 일을 하라는 명령까지 더해지면 거의 종교처럼 된다. 



“욕망을 최대한 실현하겠다는 야망은 우리를 자유롭게 만들지 못한다. 욕망의 노예로 전락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으로 자유로워지고 싶다면 불필요한 욕망을 절제하고 기꺼이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전부 붙들고 다 이루려고 애쓰느라 정작 중요한 게 뭔지도 모르게 되거나 틀없는 삶 속에서 욕망에 휘둘리고 이리저리 방황하며 사는 대신 정말 가치 있고 중요한 단 한 가지에 마음을 쓸 줄 알아야 한다.”


절제는 인색함과 한없는 관대함 사이에서, 비겁함과 무모함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다. 


우리가 삶의 여정 내내 계속해서 다양한 정체성을 갖고 온갖 서사를 갖추려 시도한다면 자기 동일성이라는 삶의 틀을 가질 수 없다. 


조모 JOMO Joy of Missing Out 은 포모 FOMO Fear of Missing Out의 반대말이다. 우리는 내려놓는 일과 뒤처지는 일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단순한 삶에 즐거움을 느끼고 좋은 삶을 사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시인 로버트 프루스트가 [가지 않은 길]에서 노래한 것처럼,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든 필연적으로 다른 무언가를 놓치기 마련이다. 그러니 두 갈래 길을 동시에 다 걷겠다고 애쓰는 것은 헛수고다.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야 말로 바로 포모가 아닌 조모를 실천하는 첫걸음이다. 


아리스토 텔레스는 어떤 분야에 어느 정도의 정밀성이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것이 지성이 성숙도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 분야의 특성에 따라 가장 단순하면서도 정밀하게 개념을 표현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대학교에 들어와 첫 과제물을 제출하는 학생들은 대개 무겁고 학술적인 문체로 쓰는 경향이 있지만, 나이 들고 경험 있는 교수들은 훨씬 더 가볍고 더 우아한 형식을 찾아낸다. 어려운 소재를 이해하기 쉽게 단순한 메시지로 전달하는 일은 중요하다. 


“선택해야 할 때를 선택하라. 인생의 모든 상황에서 모조리 직접 선택하려 들지 마라, 모든 상황이 선택의 순간이 된다면 정신이 너무 피곤할 것이다. "



(end) 

매거진의 이전글 순간의 두려움 매일의 기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