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수집, 통찰, 기록의 과정을 거쳐라
독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지적 전투력을 높이는 독학의 기술 <야마구치 슈>
2021년 새 해를 준비하면서 올 한 해는 책을 닥치는 대로 읽기보다는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책의 테마를 정해서 읽어 보자고 결심한 터에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다.
책에서 중요하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하나다. 우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변화하는 사회에 발 빠르게 맞추어 나가기 위해 꾸준하게 배워야 하며, 배움에 전략적으로 접근할 때만이 ‘지식 전투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식 전투력이란 우리가 배운 지식을 유연하게 운용하고 효율적으로 정리하며 축적을 통해 자유자재로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쑬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지식 전투력을 키우기 위해 우리는 전략, 수집, 추상화 및 구조화 그리고 축적 이렇게 네 가지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첫 번째, ‘전략’은 배움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을 인지하고 그 테마에 관해 온전하면서도 깊은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방향성을 설정하고 전략을 새워야 한다는 것이다. 전략을 세울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평소에 관심 있는 분야에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를테면, 나는 최근 "어떻게 효율적으로 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가?”와 “사람의 기억력은 어떻게 시각화 자료를 받아들이는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어서 정보관리, 효율성, 기억력과 관련된 뇌과학 분야의 책 등을 찾아보고 있다. 이렇게 질문을 하고 방향성을 잡는 것이 작가가 말하는 첫 번째 전략이다.
전략을 설정하고 나면 우린 인풋의 단계로 넘어간다. 작가는 인풋을 이렇게 설명했다. “전략의 방향성에 근거해 책과 기타 정보 소스로부터 정보를 획득하는 것." 보통 한 가지 분야에서 깊이 있는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얕지만 전반적인 내용을 훑을 수 있는 정도의 입문서 다섯 권, 보다 깊은 내용의 전문서 다섯 권을 읽는 것이 좋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이 부분에 대해 동의한다. 나 역시 한 분야에 대해 관심이 생기면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그 테마의 서적이 꽂혀있는 서가에서 그 책을 중심으로 비슷한 테마를 다루고 있는 책을 모두 찾아본 뒤에 최소 세 권에서 다섯 권 정도의 책을 구매한다. 그리고 그 책을 한 권 한 권 읽어가면서 그 책에서 다시 추천하는 혹은 그 책에서 참고한 참고도서를 구해 읽는다. 그렇게 다섯 권에서 열 권 사이의 책을 읽고 나면 그 테마를 중심으로 하는 일반적이고 또 구체적인 내용을 습득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하나의 테마 깨기를 하고 난 뒤 다음의 책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저자의 다른 책, 블로그, 논문, 트위터 등을 팔로우해서 지속적으로 관련된 정보를 받아보는 것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조금더 나아가자면 나는 정말 좋아하는 작가에게는 따로 연락을 취해 만나보거나 감사메일을 보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작가는 책에서 "식견이 있는 사람을 만나 그 사람으로부터 가르침과 지식, 견문을 얻는 것은 가장 효율적인 학습 방법이라는 것이다. 식견이 있는 사람을 직접 대면하고 가르침을 구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라고 말했다. 깊게 동의한다.
전략과 정보 습득을 마치고 나면 다음 단계인 ‘추상화’와 ‘구조화’의 과정이다. 나는 사실 추상화와 구조화라는 각각의 단어가 설명하는 꽤나 복잡한 의미 대신 ‘깨달음’ 그리고 ‘통찰’의 과정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특히 관심을 갖거나 공감했던 부분, 훌륭한 정보원으로 수집하고 싶은 부분들에 대해 나의 지적 경험을 토대로 아하! 하며 얻는 깨달음과 그때 그때 생각나는 것들을 덧붙이는 작업을 뜻한다. 한 권의 책을 읽고 나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고 실제로 나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정보와 결합된 통찰 부분이다. 정보는 한번 보고 나면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하지만 정보와 나 자신의 깨달음을 융합시키고 나면 그것은 오랫동안 나의 것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보, 통찰을 기록으로 남기는 과정이 마지막 ‘축적’의 과정이다. 언제든지 관련 정보와 책을 읽었을 때의 깨달음을 얻고자 할 때 그 기록을 꺼내볼 수 있게 정리하는 것이 지적 전투력을 높이는 과정의 마지막이다. 나는 이 축적의 과정을 거칠 때 보통 에버노트 앱을 이용해서 글로 기록해 놓는다. 책을 통째로 한 권씩 한 개의 노트에 정리해 놓을 때도 있고, 책의 내용이 다양하고 다루는 테마가 여러 가지 일 때는 테마별로 노트를 나누어서 정리한다. 이를테면, 타이탄의 도구들이라는 책을 읽었을 때 다양한 전문가들의 통찰의 테마가 다 달랐다. 그때 나는 “문제를 작게 만드는 방법,” “열정을 따르면 안 되는 이유,” “승리하는 아침을 만드는 습관” 이런 식으로 하나의 주제와 테마를 정해서 노트를 정리했다. 책이 아니더라도,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할 때도 '시간의 흐름’에따라 무거운 하나의 통합된 노트 정리를 하는 것보다, 주제별 테마별 태그별로 정리를 하는 게 나중에 정보를 결합하는데 유리하다. 이를테면, '생산성'에 대한 글을 쓰고 싶을 때, 테그를 입력하면 관련된 노트가 주르륵 나오고 그것들을 통합해서 하나의 글을 비교적 쉽게 쓸 수 있다. 독일에서는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카드 정리를 하게 만드는데 그들의 카드 정리 방식과 테마 정리 방식은 일치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김정운 교수의 에디톨로지 책에 더 자세한 내용이 나와있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이 네 가지 단계를 이해하고 배움에 적용하는 것이다. 저자가 설명하기를, 보통 책을 한 권 완독 하는데 5시간에서 6시간 정도가 걸린다. 하루에 한 시간 정도를 책을 읽는 데 사용한다고 하고 추상화와 구조화의 과정을 거쳐 기록하는 단계까지 가면 1시간에서 2시간을 더 잡아야 한다. 즉 한 권의 책을 온전하게 내 것으로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일주일이다. 물론 이 과정에 하루를 다 쓴다면 일주일에 여섯일곱 권도 읽을 수 있지만 그건 시간이 별로 없는 현대인들에게 꽤 어려운 일이다. 일 년 내내 우리가 읽을 수 있는 책은 고작 50권에서 60권 사이라고 생각한다면 책을 마약처럼 읽어 내려가는 사람들에게는 꽤나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느껴진다.
나는 2020년 한 해 240여 권 정도의 책을 구매했다. 그중에 대부분은 내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골라서 빠르게 읽고 다음 책으로 넘어갔다. 당장 필요하거나 알아야 하는 내용이 아니면 또 신나게 플롯을 따라가며 읽는 몇 권의 소설책을 제외하곤 나는 모든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는다. 그럴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한다. 또한, 의외로 정독을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을 찾기 위해 수많은 책을 보기도 한다. 정말 잘 쓰인 한 권의 책을 찾기 위해 다서 여섯 권의 책을 빠르게 읽고 소비해 버린다. 저자 역시 책에서 ‘깊고 날카롭게 읽어야 하는 책을 발견하기 위해 대량의 책을 얕게 대충 훑어'본다고 말했다. 또한 정말 잘 쓰인 책 한 권은 한 번이 아닌 여러 번을 보아도 늘 배우는 부분이 있기에 그 한 권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서 이해할 때, 얕게 대충 훑어보는 일은 시간을 세이 빙하며 더 좋은 것을 찾아 나서는 전략으로 생각할 수 있다. 올 한 해 나만의 60권이 무엇이 되면 좋을지 방향을 결정하고 선택해 나가는 신나는 작업을 시작해야겠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2021년 한 해는 전략, 수집, 통찰, 축적의 과정을 통해 보다 집중된 배움의 시간을 갖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