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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리 Dec 20. 2020

순간의 두려움 매일의 기적

김하종 신부님의 책으로 그의 섬김을 만나다

순간의 두려움 매일의 기적. 김하종 신부님의 275일 섬김의 기록을 만나다. 


며칠 전 아침 우연히 뉴스에서 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안나의 집에 대한 기사였다. 벤츠를 탄 여성이 불우해 보이지 않아 보이는 자신에게도 노숙인을 위한 도시락을 달라며 행패를 부리고 갔다는 내용이었다. 김하종 신부는 도시락이 더 배고프고 절실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김하종 신부가 누군지, 안나의 집이 무엇을 하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 그렇게 아침에 잠시 본 뉴스 기사 정도로만 생각하고 잊히는 듯했으나, 오전 일하는 내내 다시금 김하종 신부의 이야기가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조금 찾아보니 그의 이력이 너무나도 특이했다. 김하종이라는 석자의 이름을 보고 당연히 한국인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이탈리아인이었다. 30년 전 한국에 사역을 하기 위해 왔고 지금까지 노숙자들을 위한 음식을 만들고 그들을 위한 봉사를 하고 있었다.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그가 이탈리아인 이라기에 마르코 교수님이 생각났다. 미국에서 비영리 부문 석사를 하는 동안 나의 논문을 지도해주던 사회복지분야의 전문가이자 이탈리아인인 그였다. 그에게 김하종 신부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뜻밖에도 그가 빈센초 신부님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바그노르에 있는 그가 다녔던 교구를 통하여 김하종 신부가 한국에서 사역 할 수 있게 여러해 동안 지원해 주었었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해주었다. 세상은 정말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구나를 느끼며 더욱더 김하종 신부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래서 그가 최근에 썼다는 “순간의 두려움 매일의 기적”을 주문했다. 이 책은 코로나 19 이후 안나의 집의 275일간의 기록을 담은 것이었다. 


책은 주문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먼 땅 미국까지 도착했다. 토요일 오전 명상을 한 뒤 마음을 가다듬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그의 책을 차분히 읽어 내려갔다. 첫 장부터 눈물이 앞을 가렸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먹먹함, 슬픔, 감동, 벅차오름등 다양한 감정이 마음을 쓸고 지나갔다. 김하종 신부는 그의 모든 것을 헌신해서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이들을 섬기고 있었다. 책에는 매일매일의 분투와 그가 ‘친구’라고 부르는 700여 명 가까이 되는 노숙인들에게 한 끼 식사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또, 우리가 평소에는 접하기 힘든 그들의 어려움, 고난, 역경 그리고 고독이 짙게 묻어있었다. 


몇 년 전 프랑스의 ‘희망’이라는 단체를 취재한 적이 있다. 프랑스 동부의 작은 마을에 있던 그 단체에서도 어려운 사람들에게 한 끼 식사를 나누어 주고 보금자리와 재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그곳을 취재하면서 노숙을 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경험할 수 있었는데, 그때 나는 내가 가지고 있던 노숙인에 대한 편견을 버렸다. 그들은 ‘신체가 건강한데 게을러서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저마다 정신적인 질환을 겪고 있거나, 어떤 트라우마가 있거나, 혹은 몸과 마음이 너무 불편해서 도저히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갈 수 없는 이들이었다. 아주 어렸을 때 가정에서 버려져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서, 또 온전히 우리가 누려야 할 안정과 사랑을 전혀 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 살아왔던 사람들이었다. 팔과 다리가 불편한 채로 어린 나이에 버려진 한 여성은 수십 년 동안 길거리에 살면서 온갖 성폭력에 노출되어 왔고, 말을 잘하지 못해 어려움을 표현하지도 못했다. 그런 그들에게 우리 사회는 또 지난날의 나는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기준으로 삼아 그들의 겉모습을 판단하고 평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하종 신부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겉보기에는 정상으로 보이지만 노숙인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신적 문제, 육체적 문제, 경제적 문제, 심리적 문제에 성격적 결함, 사회성 결여까지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는 사회적 약자들이다. 단, 1분이라도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이들이 얼마나 힘든 시절을 보냈고 지금껏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수 있다. 대부분이 어릴 때부터 이루어진 학대와 방임으로 정서가 매우 불안한 사람들이다. 마음의 상처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작은 이들을 사회는 보호해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 제발 겉모습이 아닌 마음으로 사람을 보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노숙인 판단하고 평가한다. 그들의 삶에 한순간도 들어가 보지 않은 채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편협한 생각만으로 우리는 그들을 조금도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을 알기 위해서 이해하기 위해선 그들과 진심 어린 마음으로 대화해야 한다. 김하종 신부는 마음으로 그들과 대화했고 팔로 그들을 안았으며 손으로 그들의 한 끼 밥을 손수 지었다. 그는 28년간 그가 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서 사회에서 버림받고 외면당한 이들을 위하고 또 위했다. 


 “가정에서 아이 중에 연약하고 아픈 아이가 있다면, 부모는 아픈 아이를 먼저 챙긴다. 그렇기에 대가족인 사회에서도 가장 약한 사람부터 관심을 가져야 한다 […] 이들을 돌보는 것은 큰 섬김이다. 사회 전반에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섬김.” 전염병이 돌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질병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는 사람들이 어쩌면 이들일지도 모른다. 이들에 대한 관심을 갖고 그들을 보호할 때 우리는 어쩌면 더 병이 더 크게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의 말처럼 코로나 시기는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어려운 시기인 것은 맞다. 하지만 "나눔, 사랑, 존중, 환경과 형제애, 소외된 이들을 위한 섬김을 바탕으로 새롭고 나은 사회를 준비하는 시기"가 될 수 있다. 그의 책을 통하여 내가 앉아 있는 미국 땅까지 안나의 집의 사랑과 연대의 바이러스가 전해짐을 느낀다. 


안나의 집의 조그마한 후원을 하고 싶다면

순간의 두려움 매일의 기적을 구매해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노숙인을 끝까지 자활의 길로 이끄는 프랑스 단체 에스 포아의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대학은 일정 기간 문을 닫아도 온라인으로 공부할 수 있다. 교회가 문을 닫아도 대다수의 신자들은 집에서 기도를 통해 예수님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기아는 그 어떤 대통령령으로도 해소될 수 없다." p.42


"(노숙인)들이 잘 먹고 건강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으면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시킬 확률이 낮아진다. 그렇기에 이들을 계속 돌보는 것은 도시 전체를 돌보는 것과 같다." p.43


"하루의 모든 순간을 사랑과 열정으로 보냈기에 아름답다. 가슴에 가득 찬 기쁨을 다른 사람에게 자신있게 전해주는 것이 진정한 행복의 비결이라고 믿는다." p.50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매일 급식소에 가는 이유는) 개개의 정의와 시민의 의무와 관계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배제된 가난한 사람들을 모른 척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들을 도울 사람이 거의 없으며, 정부가 돕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들을 도울 사람이 거의 없으며, 정부가 돕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들이 버려져서는 안된다. 가정에서 아이 중에 연약하고 아픈 아이가 있다면, 부모는 아픈 아이를 먼저 챙긴다. 그렇기에 대가족인 사회에서도 가장 약한 사람부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금은 매우 어려운 시기이며, 이 친구들이 정상적으로 먹지 못하게 되면 문제가 확대될 확률이 높다. 이들의 면역체계가 무너져 코로나 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되면 다른 시민에게 전염되기 쉬우므로 노숙인들을 돌보는 것은 큰 섬김이다. 사회 전반에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섬김!" p.62


"두려움은 삶의 기준이 될 수 없다" p.63


"무엇을 하든 상관 없지만 지금 이순간을 얼마나 큰 사랑과 기쁨으로 살고 있는지가 진정한 행복의 원천이다." p.64 


"보상을 기대하지 않는 사랑은 아름답다" p.89


"복음에서 나오는 '사랑하라'는 동사를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다른 단어로 바꿀 수 있다면, 그건 '주다'이다" p.89


"경제적인 가난을 기준으로 노숙인들을 정의할 수는 없다. 머리와 마음이 아픈 친구들을 위해 오늘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봉사했다." p.171


"누군가를 돕고자 할 때, 그 사람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p.184


"죽은 노숙인이 발생하면 안나의 집으로 연락해달라고, 그래서 성남시에서 노숙인이 죽으면 나와 직원들이 가서 장례를 치른다." p. 188


"(안나의 집에 오는 사람들 중에서) 42%의 노숙인들은 대부분 한글을 제대로 읽을 줄 모른다. 이로 인해 사회성을 배울 수 없었고, 열등감을 가지게 되었다. 대부분 어렸을 때 제대로 교육받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한글을 잘 모르니 자신감이 떨어져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노숙인 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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