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코미디 같은 여행을 해 본 적 있나요?

by 도비

"설날에 뭐 할까?" 했더니

"온천으로 바람이나 쐬러 가자."는 엄마의 말씀에

"해수온천이 미네랄 많아서 피부에 좋데~!"

동생은 해수온천을 외치며 바닷가 그곳에 미리 달려 가 있다.

"온천은 북면온천이 최고지!"라는 나의 말 무시하고

"바닷물 끌어올려 팔팔 끓인 온천이라는데?"

동생은 이미 그곳에 몸 담그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길 떠난 곳은 포항의 꼬리에 있는 구룡포 호미곶!

처음 계획할 때부터 해수온천을 외치더니 바닷물 팔팔 끓인다는 그곳이 호미곶에 있단다.

차 막힐까 봐 설날부터 아침도 굶어가며

엄마 나 동생 제부 조카

이렇게 5명 출발하며 아들도 불렀다.

"저는 온천 안 돼요. 엄마 오실 때쯤 집으로 갈게요."

무릎인대 수술 후 아직 치료 중인 아들은 미끄러지면 안 된다며 목욕탕이 위험하단다.

"아들이 와야 짝이 맞는데..."

"짝이요?"

무슨 소리냐는 듯 되묻는 아들!

"3대 3 짝 맞으면 여행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

"네.........."

엄마의 말에 뭔가 여운이 남는 듯한 기운 빠진 목소리로 답한다.


난 처음부터 온천 할 마음 없었다.

1박 할 생각도 전혀 없었다.

엄마께도 저녁에 돌아올 수 있다 말씀드리고 출발했다.

그래서 몸도 마음도 아주 간단히 집 나섰는데..

동생의 차에 실린 커다란 가방과 짐 보따리가 예사롭지가 않다.

"방 예약했나?"

"그게 펜션이나 그런 거는 이미 예약이 다 끝나고 없어서 안되면 시내로 들어와서 자든지.."

말끝을 흐린다.

"그래그래 그러든지!"

대답은 그리하면서 집으로 돌아올 생각만 한다.


포항으로 가는 길에 울주 대암댐 (대암댐주변에 우리나라 대표재벌의 별장이 있다기에 설 첫날에 부의 기운도 받아보자며 들렸으나 재벌의 별장은 찾지 못했다.)과 선사시대에는 사람이 호랑이사냥을 하면 죽은 호랑이의 영혼을 9마리의 거북이가 하늘로 데려간다는 토속신앙이 담긴 대곡천의 암벽화의 이야기를 들으며 반구대 (설연휴에도 해설사가 있었다.)에서 간단히 트레킹을 했기에 허기진 배도 채울 겸 죽도어시장 들려서 점심을 먹고 드디어 구룡포에 도착했다.


시간은 저녁을 향해 달려가고,

나의 마음은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집으로 향해 달려가는데,

동생네 세 식구는 서로 이마를 맞대고 인터넷 마구 뒤적이며 숙소를 찾고 있었다.

하늘로 향해 나아가는 길인 듯, 높고 가파른 일본식 가옥거리의 계단 위에는 9마리의 용가족들이 용트림을 하며 구룡포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시리도록 차가운 바닷바람 맞으며 구룡들과 함께 동생네 이마 맞댄 뒤통수를 내려다보고 있는데 드디어 찾았단다.

해수온천 바로 옆의

"새로 리모델링했다는데 ㅇㅇ호텔이야!"

리모델링하면서 아직 입소문이 안 나서 객실이 남아 있다며

"길 하나 건너면 바다래."

만족한 듯한 웃음 흘리며 말하는 의지의 내 동생!

(집으로의 귀환은 이미 물 건너갔다!)


호텔이라더니!

모텔급의 이름만 호텔인 객실로 가면서

바다뷰가 너무 좋다며 바다를 향한 복도의 통창을 보며 감탄하더니..

정작 문 열고 들어 선 객실은 어깨 높이로 뚫린 작은 창이라서, 다리 아프게 창틀 부여잡고 서 있어야 동해바다 먼 수평선을 맘 껏 볼 수 있었다.


새벽 6시에 '온천 가자' 알람 울려

부스스 눈 뜨면서 엉거주춤 목욕 바구니 들고 나오는데

"아 맞다. 호미곶에서는 일출을 봐야 하는데..."

갑자기 생각 난 듯 문턱에 한 발 걸치고 몽한 얼굴로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검색을 한다.

"오늘은 흐려서 일출 못 보고 8시에 해 뜬데."

"그래서? 해 뜨면 온천 가자고?"

또 잠시 생각에 잠기기에

"그 해 내일 또 뜬다. 너의 사랑 해수온천이나 하러 가자."

"그래도 호미곶의 일출인데...."

미련을 못 버리기에

"그럼 혼자 일출 보고 와!" 했더니

그제야 한 발 걸친 문턱에서 발 들어 따라 나온다.


어두운 새벽의 바다 바람은 얼마나 차가운지 잠깐의 걸음에도 볼을 얼얼하게 만드는데..

여행의 목적지인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온천의 첫인사는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수증기 자욱한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은 상상하던 바닷물 온천탕느낌이 아니었다.

작은 시골의 한적한 동네 목욕탕이랄까?

'그래도 해수온천이라니...'

얼굴 마주 보며 실망은 잠시 접어두고 따끈한 물에 몸 적시며 샤워를 하고 탕으로 들어갔다.

새벽이라 아줌마 한 분 온천에 몸 담그고 계신다.

해수온천이라더니 뭔가 맹맹해서

"여기 해수온천 아닌가요?" 했더니

"해수탕은 저깁니다." 하며 손짓하는 곳에

산소방울 보글보글 올라오는 수족관처럼 보이는 아주 작은 욕탕에 '해수탕'이라 쓴 푯말 보인다.

"아!"

그냥 웃었다.

"바닷물 팔팔 끓인 해수 온천이라메?"

"그래서 후기가 그리 없었나?"

"해수면 어떻고 아니면 또 어때? 이왕 왔으니 깨끗하게 씻어보자!"며 우리는 부지런히

민물온탕과 바닷물냉탕을 번갈아 오갔다.

그러다 바닷물 짠 소금맛의 해수냉탕에 앉아서 방울방울 올라오는 산소방울을 무심히 쳐다보니 우리가 꼭 어항 속의 물고기들처럼 숨 쉬고 있는 것 같아 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인터넷 바닷속에서 과대광고의 홍수 덕에 민물과 바닷물을 오르내리는 연어들처럼 허우적허우적 온탕 냉탕을 지느르미 살랑살랑 흔들듯 들락거리는 우리들의 모습!


"아 웃겨라."

"이번 여행도 우리 나름 재미있었다. 그치?"

"다음엔 또 어디로 갈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하하 호호 수다 삼매경으로 이어진 올해 90을 맞은 엄마와의 여행...

마음 게으른 언니 대신, 언니 같은 동생의 고마운 부지런함으로 배부르고 마음 부른 여행이 될 수 있었다.

앞으로 몇 번을 함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온천을 향한 소박한 소망으로 시작된 이 여행의 좌충우돌 해프닝도 내일이면 엄마와 함께 그려 놓은 또 하나의 작은 그리움이 되겠지!


(우리가 들린 해수탕과 호텔은 포항시에서 호미곶 관광을 위해 오래되어 낡고 노후한 건물을 리모델링한 곳이었는데 깨끗함은 좋았습니다. )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는 대통령의 후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