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통령의 후예다.

by 도비

꿈을 꾸었다.


알 수 없는 조합으로 이루어진 우리는 버스롤 타고 대통령의 궁으로 여행을 간다.

크고 높고 웅장하고, 섬세한 조각의 기둥으로 세워진 아름다운 대문!

긴 창을 딛고 미동 없이 서있는 수문장 옆을 지나

회색의 대리석 길을 걸어서 대통령의 궁으로 들어간다.

인자한 미소로 화려한 왕좌에 앉은 근엄한 대통령을 마주하는데 그분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대통령의 식당에서 우리는 커다란 원탁에 둥글게 둘러앉아 식사를 한다.

나와 나의 옆 동행은 멋진 접시에 아름답게 세팅되어 나온 과일 샐러드를 맛있게 먹고 있는데, 고개 들어보니 다른 사람들의 접시에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요리들이다.

"아니! 왜 그걸 당신들만 먹어요?" 의아한 듯 내뱉는 말에 당황한 그들

"아 몰랐어요. 같이 먹어요." 하며 내민 접시는 거의 다 먹은 찌꺼기만 남았다.

꿈속에서도 은근히 속상하고 먹지 못한 빈접시의 요리에 미련 남아서 그 맛이 자꾸 궁금하다.


식당에서 나와 혼자 호젓한 숲길을 걸어가자니

나무로 지어진 작은 오두막에서 백열전구의 하얀 불빛이 아늑하게 새어 나온다.

나도 모르게 옮겨진 발걸음!

그곳에는 더벅한 머리의 수더분하지만 곧은 인상의 키 작은 남자가 혼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곳이 카페주방이란다.

"여기서 당신이 혼자 차를 준비하는 거예요?"

그렇다는 듯 고개 끄덕이는 그!

주방 앞에 서서 그에게 계속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뒤돌아서며 그는 빵빵하게 부풀린 노란 종이봉투를 건넨다.

"가져가서 먹어요."

살짝 들여다봤더니 하얀 가루가 눈처럼 소복이 쌓인 아래 팥앙금이 공처럼 들어있는 큼직한 떡이 요리처럼 들어있다.

"우리 나중에 같이 먹자!"며 어느새 다가와 있는 옆 동지 그녀에게 말한다.


카페로 들어가니 우아하게 차려입은 세련된 그녀들이 삼삼오오 화려한 소파에 몸을 묻으며 담소 중이고,

카페의 한편에는 한눈에 보아도 고급스러운 물건들이 눈부시게 진열되어 있다.

차를 마시며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던 그녀들은 자연스러운 몸짓으로 그것들을 쇼핑해 나간다.

나는 돈이 없다.

살 수 없는 그것들을 둘러보며 부러움인지 궁금함인지 알 수 없는 눈길로 그녀들의 쇼핑가방을 들여다본다.


대통령의 궁 후원을 산책하고 있는 나!

대통령의 아들과 나란히 연못 위 다리를 걷고 있다.

도란도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와 나 동시에 손을 들었는데, 그의 곱고 아름다운 젊은 손이 나와 닮아있다.

"우리 손이 닮았네요?"

나의 손이 조금 더 나이 들고 조금 더 거칠지만 닮은 꼴은 이리 봐도 저리 봐도 똑같다.


"손을 보니 우리는 같은 핏줄 같아요!."

꿈속에서 생각은 생각을 물고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까지 타고 올라가니

아버지의 아버지의 그 아버지는 대통령의 혈족이었다.

그리고 나는 대통령의 아들과 같이 그의 후예였다.

"우리 같은 핏줄이었네요."

기쁘고 달뜬 마음과 도란도란 나누는 따뜻한 말이

궁의 후원에서 백합의 향기처럼 달콤하게 퍼지고 있다.


대통령의 아들과 나는 형제였다.

아! 꿈속에서도 나는 가슴이 벅찼다.


내가 왕족이라니...

내가 대통령의 후예라니...


꿈을 깼다.


새벽을 알리는 희미한 빛이 창을 비집고 들어오고 있다.


'나 지금 꿈을 꾼 건가?'


한여름 밤의 꿈처럼 헛된 꿈일지라도 내가 대통령의 후예였다는 생각에 입꼬리 올리며 씩 웃어본다.


오늘...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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