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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가 JaJaKa Feb 28. 2023

흔들리는 눈동자

그 배우의 이름이 나온 것은 우연이었다. 필명만 봐도 반갑고 친하게 지내는 글벗 중에 한 분이 배우 공유님이 그 헤어스타일을 해도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답글을 주었던 것이 그때를 떠올리게 했다.     


배우 공유님이 출연하는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이 방송이 되던 무렵이었다. 그 당시 나는 한 여성과 홍대 근처 거리를 걷고 있었다. 아마도 이른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이 아니었나 싶다. 내 옆에서 길을 걷던 여성이 갑자기 나를 세우더니 한 손으로 반대편 길가를 가리키면서 놀란 눈으로 “공, 공유다.”라고 외쳤다.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배우 공유님이 차에서 내려 스타일리스트로 보이는 분과 같이 당시 촬영 장소로 이용되던 홍대 근처에 있는 한 카페를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저 카페가 커피 프린스 1호점 촬영지인가 봐.”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로 중얼거리는 여성을 보고 있자니 속으로,

‘그렇게 좋~냐?’

라고 말하면서 나도 공유 배우님이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우리들 앞과 뒤에서 걸어가던 일행들이 모두 멈추어 서서 길가의 반대편을 보면서 흥분하여 동요하는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어머, 어떻게 해.”

“꺄아악, 공유 오빠야.”

“저기가 드라마를 촬영하는 장소인가 봐. 웬일이래, 우리 저리로 건너가서 구경하고 갈래?”     


내 곁에서 넋을 잃고 쳐다보는 여성을 보며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도 저렇게 미용실에서 갓 나온 것처럼 정성스레 머리를 만져주고 스타일리스트가 신경 써서 골라준 옷을 입고 얼굴에 곱게 분장을 하면... 내가 공유만 못할까 봐. 이봐, 나도 어디 나가면 빠지지 않는 사람이야. 왜 이러셔, 정말.’

아마 내가 술 한 잔을 걸치지 않았을까 싶다. 저런 생각을 맨 정신에 할 리가 없었을 테니깐.    

 

공유 배우님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 뒷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도 그렇게 멍하니 길 건너편을 바라보던 내 옆에 있던 여성은 그제야 정신이 드는지 옆에서 못 마땅한 얼굴로 입술을 삐죽이며 서 있던 나에게,

“에이, 막상 실제로 보니깐 그렇게 잘생기지 않았네. 얼굴도 작은지 알았는데 그렇게 작지도 않고 키도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것 같은데.”     


그러나 나는 보았다. 그 말을 하던 여성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그녀의 동공은 지진이 일어난 듯 심하게 흔들렸다. 입술이 마르는지 연신 입술을 적시려고 나오는 그녀의 혀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어휴, 더워. 우리 얼른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로 들어가서 맛있는 거 먹자.”

덥다면서 내 한쪽 팔에 억지로 팔짱을 끼는 그녀의 팔을 비틀어 빼고 싶었다.

가뜩이나 더운데 밀착하는 그녀 때문에 체온이 올라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리는 것이 불쾌하게 느껴졌다.  

   

그날 무엇을 먹으러 갔을까. 가던 방향으로 추측해 보건대 그 당시에 즐겨 먹던 갈매기살이나 갈빗살에 국물 맛이 끝내주는 된장찌개에 소주를 먹지 않았을까 싶다.

고기를 구우면서도 내 잔에 소주를 따라주면서도 아까 보았던 얼굴이 잊히지 않는 것일까.

재잘재잘 떠드는 그녀의 입술을 보고 있자니 들이키는 술이 쓰게 느껴졌다.

나만 아니었으면 길을 건너가서 무슨 촬영을 하는지 조금 더 구경했을 텐데, 못내 아쉬워하는 눈빛이 느껴졌다.     


잘 구워진 고기를 먹으면서 그녀는 멍한 시선으로 소스 접시를 바라보며 잊히기 전에 한 번 더 잘생긴 내 님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리는지 입가가 슬며시 위로 올라가면서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쓰디쓴 소주를 들이켜고 나서 잔을 내려놓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나를 앞에 앉혀두고 다른 남자를 생각하며 실실 웃어대니깐. 좋~냐?’       


얼른 먹고 집에 가서 오늘 배우 공유님을 실제로 보았다고 여기저기 떠들고 싶은 저 마음을 내가 모른 척해주면 자작가가 아닐 터.

나는 최대한 늦게까지 버티고 버티다가 눈이 풀리고 오른쪽으로 몸이 기우뚱 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이봐, 그때 내 옆에 있던 당신.

배우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야.

상대가 눈치를 채게 하면 쓰나.

그런데 말이야, 내가 아직 하지 못한 말이 있거든.

그거 알아?

내 눈동자가 흔들린 것은 아무도 모른다는 거. 흐흐흐~     




이 글은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확실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은 제가 적절하게 지어내어 써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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