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작가 JaJaKa Mar 16. 2023

스카치테이프로 만든 가짜 쌍꺼풀을 아시나요?

그게 언제쯤이었을까요? 제가 학창 시절이었던 것은 기억이 납니다. 그게 고등학교 때였는지 그전이었는지 아니면 그 후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를 않네요.     


어느 날부터인가 누나가 스카치테이프를 정성스레 가위로 얇게 오려서 그걸 눈꺼풀에 붙이고 다녔습니다. 집 안에서 붙이고 다니는 것은 그렇다 쳐도 아마 밖에 나갈 때도 붙이고 나갔던 것 같습니다. 물론 기억이 확실하게 나는 것은 아니어서 장담을 할 수는 없지만요.   

  

그 당시에는 잘 때도 얇게 자른 스카치테이프를 눈꺼풀에다가 붙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 아침에 쌍꺼풀이 짠하고 생기기도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 것 같아요. 실제로 그런 사람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런 희망을 가지고 제가 보기에는 상당히 불편해 보이는 그 일을 한동안은 매일같이 반복을 했습니다.

때로는 까만 연필로 눈꺼풀을 찔러서 쌍꺼풀을 만들어보거나 눈꺼풀에 쌍꺼풀이 생기게 진하게 그리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고 그 시절을 떠올리며 “맞아, 맞아. 나도 했던 기억이 나. 그때는 그랬었어.”라고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있으실 거예요.

그때는 정말 많은 분들이 그랬던 것 같아요. 쌍꺼풀 수술을 하기도 어려웠고 비용도 만만치 않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지금처럼 방학이나 연휴를 이용해서 쉽게 할 수 있는 수술이 아니었을 때니까요.     

 

언제인가 한 번은 누나가 제 눈꺼풀 위에도 스카치테이프를 오려서 붙여준 적이 있었는데 저는 눈을 깜빡거리는 것이 영 불편하고 이물감 때문에 신경이 쓰여서 오래 붙이고 있을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아름다워지는 것이 무엇인지 누나는 그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꿋꿋하게 스카치테이프를 얇게 자르고 조심스레 눈꺼풀에 붙이고 하는 일련의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누나가 거울을 볼 때면 “쌍꺼풀만 있어도 훨씬 예뻐 보일 텐데.”하고 중얼거리는 소리를 자주 들었지요. 그때는 쌍꺼풀만 있으면 어디 나가도 빠지지 않는 외모라는 확신이 있었나 봅니다.     

 

가짜 쌍꺼풀에 싫증이 나고 지쳤는지 어느 날부터 누나는 쌍꺼풀 수술을 해달라고 시위를 벌였습니다. 식음을 전폐하고 침대에 누워 버티기 모드에 들어갔지요. 눈물을 흘리면서.

저는 밥은 먹어가면서 하라고, 뭐 먹고 싶은 거 없냐고 물어봤다가 듣기 싫으니깐 방에서 나가,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쌍꺼풀 수술을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 여부가 아니라 스카치테이프를 얇게 잘라서 눈꺼풀에 붙여서라도 가짜 쌍꺼풀을 만들고 싶어 했던 지난날의 얘기가 이제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았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흔하디 흔한 것이 쌍꺼풀 수술이니 이 얘기가 와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예쁘게 보이기 위해 스카치테이프로 만든 가짜 쌍꺼풀을 붙이고 다닌 그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흔들리는 눈동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