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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가 JaJaKa May 22. 2023

자작가의 연애이야기 2

너는 그때 내 사진을 왜 달라고 한 거야?

풋풋했던 나의 청춘시절.

연애보다는 술 마시는 일이 뭐가 그리 좋은지 맨날 술에 취해서 지냈던 시절.

공부나 학점은 안중에도 없고 땡땡이나 치면서 날라리 같았던 시절.     


그 시절 어렴풋하게 기억이 나는 일이 있다. 1학년 2학기 때였는지 아니면 2학년 1학기 때였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분명한 것은 동기 여학생 중에 한 명이 나에게 내 사진을 달라고 했다.

중요한 것은 그녀는 나랑 사귀는 사이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수업을 마치고 하교를 하던 어느 화창한 날 오후였던 것 같다.

그녀가 내게 “네 증명사진이나 반명함판 사진이 있으면 나에게 하나만 줄 수 있어?”라고 물었던 것이.     


내 성격에 아무한테나 사진을 주었을 리가 없는데 기억이 나는 것은 그녀에게 내 사진 한 장을 주었다는 것이다.

내 사진을 왜 주었을까?

혹시 학생식당이 아닌 비싼 음식점에서 점심을 공짜로 얻어먹었나?

아님 코가 삐뚤어지게 술 한 잔을 거하게 얻어먹었나?

이유는 잘 모르지만 분명 무슨 뇌물을 얻어먹었으리라 추측을 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녀에게 내 사진 중에 하나를 건네었다는 것이다. 그녀의 가족들에게 과 친구들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녀의 가족들이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한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랬던 것 같다.      


그녀가 말한 것 중에 얼핏 기억이 나는 것은 그녀가 내 사진을 TV 브라운관 오른쪽 하단에다가 끼워놓았다고 했다. 내가 왜 거기에다가 끼워 놓았냐고 했더니 그녀가 TV를 보면서 내 사진을 같이 볼 수 있게 거기다가 놓아두었다고 했다. 그 당시에는 그 얘기를 들으며 참 이상하네, 하는 생각을 했다.     


혹시 나를 좋아하나? 하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평상시에 그런 내색이 전혀 없었기에 이성보다는 재미있고 웃긴 과 동기 남자애로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고등학교 때 친한 친구 중에 괜찮은 애가 있다며 나에게 소개팅을 시켜준 것만 봐도 나를 친구 이상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찌 됐든 나에게 사진을 달라고 한 여자 동기는 그녀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나는 2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갔고 시간이 흘러 내가 복학을 하게 된 시점에 그녀는 이미 졸업을 했다.      


그녀는 그때 나에게 왜 사진을 달라고 했던 것일까?

정말 사심이 없이 친구로서 그랬던 것일까?     


예전에 방송했던 드라마 중에 ‘파리의 연인’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거기에 나오는 대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왜 말을 못 해?”     


어쩌면 나 혼자 멋대로 소설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그런데 내 사진을 왜 달라고 한 거야? 네 가족들에게 왜 보여준 거야? 내가 지금 희미하게 기억하는 그 기억이 맞는 거지?”


지금에 와서 물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만은,

“너... 혹시 나 좋아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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