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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가 JaJaKa Aug 23. 2023

'음치'라고 불리던 아이

1. 노래 그 까이 거!!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나는 나의 노래 실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잘 몰랐다. 어쩌면 남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 볼 기회가 별로 없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초등학교 때는 담임 선생님의 오르간에 맞춰 단체로 노래를 부르기는 했어도 개인적으로 노래를 부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를 그때는 잘 모르지 않았나 싶다.      


초등학교와 다르게 중학교에 올라가니 각 과목마다 선생님이 다 달랐고 음악수업 시간에는 음악교실로 가서 수업을 받았다. 이론수업도 있었지만 반 전체 학생이 음악책에 있는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학기 후반으로 가니 개인적으로 한 사람씩 실기시험을 본다고 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중학교 1학년 1학기 음악 실기시험 곡이 홍난파 작곡의 ‘봉선화’가 아니었나 싶다. 실기시험은 40점 만점으로 채점이 이루어졌다.     


나는 나름대로 집에서 연습을 했고 드디어 우리 반 실기시험을 보는 날이 되어서 다들 음악수업 교실로 가서 앉았다. 한 명 두 명 차례대로 나가서 시험을 보았다. 거의 대부분이 지적을 받긴 했지만 끝까지 노래를 다 마쳤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대화 내용은 대략 이러했다.)     


내 차례가 되어 나는 앞에 나가서 노래 부를 준비를 했다. 오르간의 반주가 시작되고 나는 노래를 불렀다.      


“울 밑에선.”     


갑자기 선생님이 반주를 멈추면서 말했다.


“아니 아니 음이 안 맞잖아. 울 밑에선 봉선화야. 이렇게 해야지.”   

  

나는 다시 목을 가다듬고 노래를 불렀다.


“울 밑에선 봉.”     


하는데 다시 선생님의 짜증이 난 목소리가 들렸다.     


“그 음이 아니잖아. 울 밑에선 봉선화야. 따라 해 봐.”     


내 귀에는 제대로 음을 맞춰서 부르고 있는 것 같은데, 선생님 귀에는 음이 맞지 않게 들리는지 자꾸 음이 안 맞는다는 것이었다.   

   

‘어? 이게 아닌데...’

나는 당황스럽고 창피해서 얼굴이 빨개졌다.     


반 아이들이 키득키득 웃어대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기가 죽어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다시 한번 심호흡을 하며 선생님이 부른 대로 그 음에 맞게 따라 불렀지만 돌아오는 것은 선생님의 날카로운 고성이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고. 그 음이 아니잖아. 다시 해봐. 고개 들고 허리 똑바로 펴고.”   

  

내가 첫 소절을 부르는데 선생님의 짜증 나는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화가 난 듯 표정이 굳어지며 일그러졌다.       


“그게 아니라니깐. 이렇게 부르는 게 안 돼? 어?”     


선생님은 화가 나서 나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얘 정말 안 되겠네. 이렇게 노래 못하는 애가 다 있어. 야, 됐으니 그만 들어가 봐.”


반 아이들은 내가 혼날 때마다 재미있다는 듯 소리 내어 웃었다. 나는 기가 죽을 대로 죽어서 내 자리에 가서 앉았다. 선생님은 기분이 상했는지 내 쪽을 째려보듯이 쳐다보았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음악시간이 끝나는 내내 죄인처럼 앉아있었다.      


나중에 모든 시험이 다 끝나고 받아 든 성적표를 보니 그 학기 나의 음악 실기시험 점수는 40점 만점에 기본점수인 20점이었다. 우리 반 최저 점수를 받았다.

그때 비로소 알았다.

나는 음치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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