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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가 JaJaKa Jan 19. 2022

브런치 작가가 된 기념으로......

브런치 작가가 된 후 브런치에 첫 글을 발행한 기념으로 브런치 카페에 브런치를 먹으러 갔다. 사실 재작년부터 한번 먹으러 가야지, 가야지 하고 점찍어 놨던 곳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번에야 가게 되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브런치에 첫 글을 발행했다고 브런치를 먹으러 갈 생각을 하다니...... 어쩌면 유치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뭐, 그래도 나는 너무나 좋다.


사실 두 번 떨어져서 그런지 몰라도 세 번째 만에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 나와 아내는 소리를 지르며 기뻐했다. 오후 6시가 넘어서 거의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가 받은 답장이라 더욱 기쁘지 않았나 싶다.      


나에게는 2021년이 이틀 남았을 때 받은 새해 선물과도 같았다. 2021년이 가기 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에 나의 첫 글을 브런치에 발행하고 난 후 나는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그 기분은 설렘? 떨림? 두근두근? 감동?       

그동안 내가 쓴 글을 아내 외에는 읽은 사람이 없었는데 이제 누군가가 내 글을 읽게 된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기분이 이상했다. 어떤 반응을 보일지, 재미있다고 할지, 어떨지...... 나는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서성댔다. 부디 재미있게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그리고 이튿날인 2022년 1월 1일 새해 첫날 나와 아내는 브런치에 첫 글을 발행한 기념으로 브런치를 먹으러 갔다. 오전에 간 식당에는 우리보다 먼저 온 손님들이 세 테이블이나 있었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아메리칸 브런치 세트를 주문하고 나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아내와 대화를 나눴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밝게 웃는 아내의 모습을 보니 나도 믿기지가 않았다. 신춘문예에 떨어지고 나서 낙담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던 내게 올해가 가기 전에 이런 기분 좋은 소식이 전해지다니.

2021년 한 해 동안 웃을 일이 별로 없었는데 마지막에 나를 웃게 하는 일이 생기다니.    

  

주문한 브런치 세트가 나오고 나와 아내는 기분 좋게 식사를 했다. 내 마음이 그대로 투영되어서일까? 짭조름한 소시지,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베이컨, 바삭바삭한 해시브라운, 부드러운 스크램블 에그, 달달한 프렌치토스트에 따뜻한 아메리카노까지 무엇 하나 맛있지 않은 것이 없었다.      




사실 그동안 우울증 치료를 받으며 의욕이 일어나지 않아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다시 글을 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앞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아내가 얘기하듯이 누가 읽어주건 읽지 않건 그저 꾸준하게 묵묵히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제 첫 스타트를 끊었으니 한 발 한 발 앞으로 내딛을 일만 남았다. 길게 내다보고 그저 묵묵히 내 할 일만 하자고 마지막 커피를 마시며 굳은 의지를 불태워본다. 이 기분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하루만큼이라도 이 기분을 마음껏 즐기고 싶다.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코스요리를 사주지는 못했지만 여기 브런치도 꽤 괜찮지 않았어?      


나중에 언젠가는 근사한 곳에서 비싼 요리를 사줄 날이 올 거라 믿고 조금만 기다려주게, 임자.      


당신이 있어 나는 행복한 사람이야. 그 행복을 가끔 까맣게 잊어버리고 지내서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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