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가 있는 남자

그에게 지금 필요한 건 8화

by 자자카 JaJaKa

그때 화장실에서 돌아온 기주가 두 사람에게 말했다.


“화장실에 손 씻는 세면대 줄이 오늘따라 길어서 생각보다 시간이 늦어졌네요. 많이 기다리셨죠?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얘기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어요.”


“그럼 어디로 갈까요?”


“이 동네는 제 영역이니 제가 안내하죠.”


나영의 안내에 따라 주하와 기주가 그녀의 뒤를 따라 걸었다. 주하는 문득 나영에게 기주의 주사가 무엇인지 물어보지 않은 것이 떠올랐다. 그의 주사는 무엇일까?


나영이가 안내한 곳은 식사와 술을 함께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돼지고기 굴소스 볶음, 키조개 야채무침, 홍합탕 등의 안주와 함께 그들의 앞에 있는 술잔에 술이 채워졌다.


주하의 우려와는 달리 술자리는 화기애애하게 시작이 되었다. 회사 얘기, 주하와 나영의 우정에 관한 얘기 등의 이야기를 나누며 술이 조금씩 들어갔다. 빈 술병이 한 병 두병 늘어갈 때쯤 나영이가 주하의 귀에다가 속삭였다.


“나는 적당한 때 갈게. 네가 남아서 안과장이랑 한잔 하면서 한번 잘 판단해 봐.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너한테 어울리는 남자인지 네 스스로가 판단을 해보도록 해. 다른 부분은 괜찮은 남자거든.”


기주는 상대방이 얘기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었고 진지한 듯하면서도 가끔씩 던지는 말이 사람을 웃기게 했다. 술자리의 분위기를 편안하게 이끌어가서 이 남자가 진짜 주사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기주가 잠시 화장실에 가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주하가 나영에게 물었다.


“지금까지는 술자리 매너가 괜찮은 것 같은데?”


볼이 발그레해진 나영이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안심하기는 일러. 아직 후반전에 돌입하지 않았거든. 이제 술이 조금 더 들어가면 너도 보게 될 거야. 나는 물론 그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집에 갈 거고. 나는 정말 그 누구라 하더라도 주사만큼은 보고 싶지가 않아.”


“근데 안과장님의 주사가 뭐야? 어떤 술주정을 부리는데?”


“내가 미리 말을 해주는 것보다 네 눈으로 직접 봐. 너한테는 어쩌면 별 거 아닐 수도 있으니깐.”


주하는 점점 더 궁금해졌다. 기주의 주사가 무엇인지. 아직까지는 술자리의 매너가 보통 사람들하고 비슷하거나 그보다 조금 더 나은 거 같은데 여기서 술이 더 들어가면 변한다는 것이 아닌가.


“지금까지만 보면 안과장님 괜찮은 남자인 거 맞지?”


“응, 대화도 통하고 상대방을 배려도 해주고.”


“흐흐흐, 그러니깐. 만약에 주사만 없었으면 벌써 내가 내 남자로 만들어버렸을 거야.”


“음......”


술잔이 몇 차례 돌자 조금씩 기주가 풀어지는 것이 보였다. 기주가 조금씩 술이 취해가자 상대방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보다 자신의 얘기를 늘어놓는 시간이 길어졌다.


“자, 마셔요. 마셔. 오늘을 즐기자고요.”


기주가 약간 혀가 꼬인 목소리로 술잔을 내밀며 말했을 때, 나영이가 주하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나는 이제 일어날 거야.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내가 보기 싫은 모습을 볼 것 같거든.”


“응, 그래 알았어.”


“너랑 오랜만에 만나 회포를 풀려고 했는데 다음으로 미루어야겠다.”


“조만간 다시 한번 자리를 만들도록 하자.”


“너 혼자 있어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근데 안과장님 여자한테 함부로 하는 사람은 아니니깐 그건 안심해도 돼.”


“알았어. 안과장님 주사가 뭔지 궁금해서라도 보고 싶네. 술이 취하기 전에는 사귀고 싶을 정도로 괜찮았던 남자가 술이 취하면 어떻게 변하는지.”


나영이가 슬며시 일어나 자리를 뜨는데도 기주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자 한잔 받으세요. 술이 상당히 세시네요. 박 매니저님도 술이 세시던데. 어? 그나저나 박 매니저님은 어디를 가셨지? 화장실에 가신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