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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가 JaJaKa Jun 03. 2024

박새로이 펌은 아니고 베이직 펌

파마를 했습니다. 박새로이 펌은 아니고요. 가장 기본적인 베이직 펌으로 했습니다. 제가 헤어 디자이너에게 요구한 것은 너무 꼬불꼬불하게 말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일명 아줌마 파마는 싫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시를 했습니다. 요 전에 같은 헤어 디자이너에게 파마를 했는데 너무 약하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파마가 슬금슬금 풀리는 일이 발생했던 터라 이번에는 그전보다는 강하게 그러나 지나치게 꼬불꼬불하게는 하지 말아 달라는 주문을 했습니다.     


머리를 감고 자리에 앉아 커트를 한 후에 본격적으로 파마를 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을 했습니다. 머리를 말고 열처리를 한 후에 제대로 나왔는지 확인을 하고는 다시 한번 열처리가 필요하다고 해서 또다시 멍하니 창밖을 보면서 열처리가 끝나기를 기다렸습니다. 머리 위에서 뜨거운 열기가 뿜어 나오는 열처리가 끝나니 중화를 한다고 하더군요. 중화가 끝나고 머리를 감고 마지막으로 가위와 바리캉으로 마무리를 하니 1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파마가 끝난 후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막 동남아 순회공연을 마치고 온 사람 같아 보였습니다. 느끼하게 보였다는 얘기지요. 아직 자리를 잡지 않아서 그럴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헤어 디자이너가 드라이기로 앞머리를 최대한 세워놔서 더 어색하게 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평소의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미용실에만 가면 이상하게도 제 스타일이 아닌 헤어 디자이너들이 원하는 스타일로 드라이를 해주어서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이 굉장히 낯설게 느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틀 동안은 머리를 감지 말라고 하니 일단은 이대로 지내야겠지요.     


옛날 기억을 더듬어보니 제가 파마를 처음 해 본건 20대 중반이었을 때였습니다. 동네 미용실에서 파마를 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남자가 미용실에서 커트를 하는 일이 조금은 어색한 시절이라 동네 미용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나름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왜 제가 그때 파마를 할 생각을 했는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제가 옆머리가 뜨는 편이라 파마를 하면 옆머리가 뜨지 않는다고, 머리관리가 더 쉽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을까요? 또는 파마를 하면 웨이브가 생겨서 더 멋있어 보일 거라는 누군가의 조언이 있었을까요?


당시에 제가 지불한 파마 가격이 2만에서 3만 원 사이였던 것 같은데 오래전 기억이라 정확하지는 않네요. 기억이 나는 것은 파마를 하고 나서 집에 오자마자 욕실에서 머리를 벅벅 감은 것입니다. 혹시 동네 아줌마처럼 머리카락이 꼬불꼬불해 질까 봐 지레 겁을 먹었었나 봅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을 연속적으로 감은 것은 그때 제 심정이 어땠는지 보여주는 것만 같네요.     


20대 중반에 딱 한 번 파마를 하고 파마를 하지 않았습니다. 미용실에서 오랜 시간 있어야 하는 것이 싫었던 것인지, 그냥 수수한 생머리가 좋았던 것인지, 주머니 형편이 가벼웠던 것인지는 모르겠네요.      


다시 파마를 한 것은 최근 1년 여 전의 일일 겁니다. 파마를 하면 드라이기를 이용하여 드라이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머리관리가 손쉽고 파마를 하면 더 세련되어 보일 거라고 말에 혹 해서 파마를 하게 되었습니다. 확실히 파마를 하면 머리손질이 쉽더군요. 그러나 정기적으로 파마를 해야만 했고 제 생각보다 파마가 잘 나오지 않을 때도 있고 파마가 쉽게 풀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파마를 계속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안 할지도 모르고 계속할지도 모르겠네요. 예전보다 확실히 머리카락이 얇아졌는데 강한 파마약이 안 좋은 영향을 줄까 봐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하고 글쎄요, 이러다가 또 파마를 할지도 모르고 간단히 커트만 할 수도 있고. 제 마음이 오락가락하네요.


파마를 한 지 며칠이 되지 않았는데 이번에 한 파마는 잘 된 것 같습니다. 제가 요구한 대로 헤어 디자이너가 잘해준 것 같아 만족합니다. 지난번보다 조금 더 강하게 되었거든요. 웨이브가 꽤 멋있게 보입니다. 물론 제 눈에는 요.     


예전에는 미용실 문을 열고 들어가기가 그리 쑥스럽고 어려웠는데 요즘은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해졌네요. 이발소 간판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그 많던 이발소는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예전에는 미용실에서 신문이나 각종 여성 잡지들을 읽으며 차례를 기다렸는데 요즘은 다들 스마트폰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풍경이 바뀌었습니다. 어쩔 때는 미용실에 여성들보다 남성들이 더 많을 때도 있는 것이 미래의 세상은 또 어떤 풍경으로 바뀌어 있을지 모르겠네요.      


파마를 했습니다. 이제는 멋을 부려도 티가 나지 않을 때가 많지만 그래도 멋을 포기하기가 어렵네요. 거울에 비친 제 헤어스타일에 기분 좋은 웃음을 짓습니다. 그러면 됐습니다. 뭐가 됐든 자기만족이 가장 중요한 것이니까요.     



202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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