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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가 JaJaKa Jun 07. 2024

참외의 계절이 돌아왔다

여름이 시작되기 전 봄과 여름의 사이인 지금이 과일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비수기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식탁에 올라오는 과일의 수가 확실히 빈약하다.

서너 종류의 과일을 식후에 디저트로 조금씩 나눠먹고는 했는데 지금은 하나나 많아야 두 종류이니 쩝.

아예 과일을 못 먹는 날이 있으니 어쩌면 한 가지의 과일이라도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할 일인지도 모르겠다.     


가뜩이나 야채나 과일 값이 너무 올라서 과일을 사려고 해도 망설여지는 이때 참외의 계절이 돌아왔다.  

   

내가 참외를 좋아했던가를 떠올려보면 그렇지가 않다. 어렸을 때는 참외와 토마토를 좋아하지 않았다. 토마토는 단맛이 없어서 설탕을 뿌리지 않으면 거의 먹지 않았고 참외는 왜 먹는지 이유를 몰랐을 정도였다.   

   

내가 참외를 싫어했던 이유는 일단 참외를 먹을 때 씹히는 씨가 싫었다. 씨를 발라내자니 단맛이 줄어들고 씨를 같이 먹자니 식감도 싫고 잘 씹히지도 않고.      


참외 중에 단맛이 나는 참외를 만나기가 어려웠다. 무조건 큰 게 좋다는 인식이 있었는지 참외 또한 아주 큰 놈으로다가 사다가 먹어서 그랬는지 무맛에 가까운 참외를 먹을 때가 많았다.

어렸을 때는 참외가 비교적 저렴한 과일이어서 많이 사다가 먹지 않았나 싶은데. 아닌가?     


나이가 들면서 언제부터인가 쳐다보지도 않았던 참외를 먹기 시작했다. 아마 마흔이 넘은 사십 대 초반의 어느 날이었으리라.

평소 참외를 좋아하는 아내가 나를 꼬드겼는지 어쨌는지는 몰라도 내가 싫어하는 참외 씨를 발라서 줄 테니 한번 먹어보라고 깎은 참외를 내밀었다.

아내가 씨를 발라서 내민 참외는 아주 작았다. 꼬마 사이즈라고 했다. 참외 사이즈 중에 가장 작은 녀석이라고 했다.      


내키지 않았지만 먹기도 전에 코로 들어오는 단내에 침이 고여 포크로 참외 한 조각을 찍어서 입에 넣었다.

근데 어라? 내가 그동안 먹었던 참외가 아닌데?     


그동안 대과 사이즈의 크고 두꺼운 참외만 먹었던 것인지 꼬마 사이즈의 참외는 얇고 식감이 좋았다. 물론 단맛도 났다. 참외에서 단맛을 느껴보는 것이 얼마만이던가. 그것도 씨를 제거한 참외에서.     


아마 그 후부터 참외를 먹기 시작했던 것 같다. 지금은 매년 참외가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주문을 해서 먹는다.

요즘 과일의 빈곤 기를 겪고 있는데 마침 참외가 나와서 얼마나 반갑던지.      


주문을 하고 이틀 후에 도착한 노란색 참외를 보니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손바닥 안에 폭 감기는 크기의 참외에서 단내가 올라온다. 내일부터는 참외를 맛볼 수 있으리라. 시간이 좀 늦지만 않았어도 당장 하나를 골라서 깎아 먹었을 테지만 내일을 위해 참기로 했다. 올해 들어 처음 주문한 참외의 맛이 너무나 궁금했다. 참외농사가 잘 되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참외를 김치 냉장고의 과일 칸에 차곡차곡 넣어둔다.     


참외의 계절이 돌아왔다.

과일을 좋아하는 나에게 또 다른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참외에 이어 살구, 자두, 복숭아 등의 과일이 때가 되면 시장에 출하가 되리라. 작년에는 작황이 좋지가 않았는데 올해는 풍작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그래서 농사를 짓는 분도 사서 먹는 소비자도 모두가 행복한 미소를 지었으면 좋겠다.     




202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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