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자작가 JaJaKa
Jul 10. 2024
한동안 책을 읽지 않고 지내다가 오늘 오랜만에 다시 책을 펼쳐 들었다. 법정스님이 쓰신 책 중에 ‘버리고 떠나기’란 제목의 책이다.
오래간만에 책을 봐서 그런지 얼마 읽지도 않았는데 눈이 피곤하면서 관자놀이를 포함해서 눈 주위가 아팠다. 책을 덮고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데 눈이 빠질 듯이 아팠다. 언제부터인가 가끔가다가 이렇게 한동안 눈이 아프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또 괜찮아지고는 했다.
주위 사람들이 자기도 그렇다며 노안 때문에 그렇다고 나이를 먹어가는 거라는 얘기를 해주었다. 나이가 들어가는 자연스러운 현상 중에 하나라며 눈이 아플 때는 잠시 눈을 감고 쉬어주거나 눈 마사지를 해주면 도움이 많이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노안이라. 내가 벌써 그런 나이가 되었구나.
눈도 쉴 겸 잠시 눈을 감고 눈 주위를 꾹꾹 눌러주면서 괜찮아지기를 기다렸다. 그러고 보니 내 나이도 조금 있으면 쉰을 바라보고 있다. 어느새 이렇게 시간이 흘렀을까.
옛날 20대 초반 때는 40대나 50대 아저씨를 생각하면 기름기 흐르는 얼굴에 배가 나오고 몸에 좋다고 하면 이것저것 막 먹어대던 그런 모습들을 상상했었다. 막상 내가 그 나이대가 되어 보니 내가 그런 모습인가 돌이켜보면 그렇지가 않다.
옛날과 비교하여 흰머리가 늘어났고 살이 조금 쪘고 그리고는 그렇게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은데 왜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했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부지불식간에 TV나 어떤 다른 매체를 통해 그런 모습이 뇌리에 각인이 되었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언제부터인가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자연스레 느끼게 된다. 아마도 마흔을 넘어가면서 그랬던 것 같다.
요즘에는 내 자신이 느낄 정도로 음식을 먹는 양이 줄었다. 나이가 들어가면 소화능력도 떨어질 테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특히 뷔페에 가면 위도 작아지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먹는 양이 준 것을 느낀다. 친구나 같은 나이대의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다들 비슷한 경험을 하는 것 같다.
체력적으로 무리가 가거나 피로가 쌓이면 예전에 비해 체력을 회복하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기력이 달리기라도 하면 영양가 있는 음식을 찾거나 영양제 같은 것을 찾기도 한다.
과거에 부모님이나 연세가 드신 분들에게 ‘너도 나중에 내 나이 되어 봐라.’란 얘기를 들을 때가 있었다. 젊었을 때는 그 말의 의미도 잘 모르고 관심도 없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때의 말씀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씩 알 것도 같고 다는 아니지만 조금은 이해도 되는 것 같다.
‘세월에 장사 없다.’란 말이 있는데 시간이 가고 있음을, 세월이 흘러가고 있음을 느낀다.
예전에 엄마가 바늘에 실을 꿰어 달라고 하면 그것도 못해서 귀찮게 시키느냐고 그랬었는데, 얼마 전에 아내가 바늘에 실을 꿰는데 여러 번에 걸쳐 실패하면서 예전처럼 잘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예전의 엄마가 바늘을 꿰어 달라고 했던 기억이 났다. 그때의 엄마는 아내보다 훨씬 더 나이가 많았을 때니 바늘에 실을 꿰기가 더 힘들었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니 이해가 되는 부분들이다.
어렸을 때는 미처 몰랐던,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일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씩 알게 되거나 자연스레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 아는 것보다 알지 못하는 것들이 훨씬 많은 것으로 봐서는 더 나이가 들어봐야 알게 될 것 같다.
연세가 드신 어르신들이 하시는 말씀을 이해하기에는 아직 더 세월이 더 흘러야 할 것 같고, 지금의 내 나이대의 사람들의 생각, 건강, 사고방식, 관심사 등에서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되는 부분들이 있다. 확실히 세대 차이는 어느 세대를 막론하고 있는 것 같다. 각 세대가 다른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그 격차가 그나마 줄어들 수 있을 텐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은 일임을 느낀다.
지금의 나의 모습은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 모르겠다. 내가 과거에 생각하던 아저씨 그 모습 그대로 일지 아니면 다른 모습일지. 옛날부터 멋있게 늙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저런 모습으로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멋있게 늙어갈 수 있게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 나를 돌아봐야겠다.
오늘 또 하루가 저물어간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자연의 흐름대로 그렇게 흘러간다. 나는 그만큼 나이가 들어갈 것이다. 그렇게 나이를 먹어 간다.
(예전에 썼던 글을 꺼내어 올려봅니다.)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