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바닥에 떨어지는 일이 발생했어요. 주머니 끝부분에 걸쳐 있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뭔가가 툭하고 바닥에 떨어져서 보았더니 제 핸드폰이었어요.
‘어? 핸드폰이 떨어졌네.’하고 별 생각 없이 주웠어요. 액정화면이 깨졌을 거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어요. 핸드폰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내다가 보니 액정화면이 깨졌더군요. 여기저기 실금이 가 있었고 특히 오른쪽 상단 부분의 상태가 좋지 않았어요.
순간 기분이 나빠졌다고 해야 하나, 짜증이 일어났다고 해야 하나...
그전까지는 괜찮았던 기분이 순간 변하는 건 아주 짧은 찰나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왜 핸드폰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나 에서부터 핸드폰을 어처구니없게 떨어뜨린 제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어차피 일어날 일이었다고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그 후에는 가까운 서비스센터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액정화면을 교체하는데 드는 수리비용이 얼마인지를 검색했습니다. 십여 만원이 넘는다는 수리비용을 검색하고 나자 휴우, 한숨이 새어 나왔습니다. 잠깐의 부주의가 불러온 시간과 돈이 아깝기만 했어요.
핸드폰을 아예 사용할 수 없었다면 바로 수리를 맡겼겠지만 사용하는 데는 지장이 없어서 차일피일 미루게 되면서 그냥 액정화면이 깨진 상태로 핸드폰을 사용했어요. 그런데 그게 눈에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깨진 화면으로 핸드폰을 사용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특히나 요새 눈 주위가 아프고 눈알이 빠질 것 같은 통증에 컴퓨터 화면을 보거나 책을 읽기가 힘들었던 터라 신경이 쓰였습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는데 아내가 “이 참에 새 핸드폰으로 교체하는 건 어때?”라고 말을 꺼냈습니다. 제가 사용하고 있던 핸드폰이 연식이 좀 되었는데 어차피 액정을 교체하는데 드는 수리비용을 생각하면 그냥 조금 더 보태서 새 핸드폰으로 바꾸라는 얘기에 귀가 솔깃했습니다.
못 이기는 척 “그럴까?”하는 나의 말에 아내가 “그렇게 해. 슬슬 바꿀 때도 됐어.”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때는 미처 아내의 숨은 뜻을 알지 못했습니다. 아내가 “자기 거 바꾸는 김에 내 것도 바꿀까 봐.”라는 말을 듣기 전까지는.
결국 자신의 핸드폰을 바꾸려는 욕심을 채우기 위해 나를 이용하려던 것은 아니었을 거예요. 아니지?
그 후 일사천리로 일은 진행이 되었습니다. 몇 번의 검색 끝에 자급제 폰으로 두 대를 주문하고 이틀 뒤에 새 핸드폰이 배달이 되었습니다. 새 케이스에 들어있는 핸드폰이 빛이 나 보이더군요. 기존에 쓰던 핸드폰이 생각보다 더 낡아 보일 정도로.
기존의 핸드폰에 들어 있던 유심을 꺼내서 새 핸드폰에 끼우고 데이터를 이동시키기 위해 두 핸드폰에 케이블을 연결시켰습니다. 워낙 제가 이런 쪽에 약한지라 엄청 낑낑 대며 하는데 언제 왔는지 아내가 옆에서 이것저것 참견을 했습니다. 나름 조언을 해준다고 하는 건대도 저한테는 참견으로 느껴졌습니다.
자기 핸드폰은 수월하게 데이터가 이동 중인데 왜 내 핸드폰은 아직도 이리 버벅거리냐, 뭐 이런 말이었죠.
뭐가 잘 못 되었는지 데이터가 제대로 이동되지 않고 중간에 멈춰 선 채로 한참이나 그러고 있더군요. 숫자가 올라가야 하는데 숫자는 올라가지 않고 계속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화면을 보고 있자니 답답했습니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케이블을 뺐다가 다시 껴보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결국 해냈습니다. 기존 핸드폰의 데이터를 새 핸드폰에다가 모두 이동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확실히 새 핸드폰은 속도도 더 빠르고 터치감도 좋고 사운드도 좋고 카메라 성능도 더 좋겠지요.
어차피 쓸 돈이었나 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진 것도 같아요.
아무튼 이제는 새 핸드폰을 이용할 테니 조금은 더 깨끗한 화질의 사진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래 새로운 것에 대해 조금은 무심한 편이라 자주 기계를 바꾼다거나 새로운 기계가 나오면 꼭 먼저 써보아야 하거나 그런 성격은 아닙니다. 어떤 계기가 있어야 기존 제품을 바꾸는데 이번 일이 핸드폰을 새것으로 바꾸는 계기가 된 것 같네요.
이번 달에 예상하지 못했던 지출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덩달아 옆에서 새 핸드폰을 손에 쥐고서 행복해하는 아내의 표정도 보게 되고요.
‘돈 쓰니 좋아?’라고 작게 속으로만 외쳐봅니다.
갑자기 아내가 고개를 쓰윽 하고 제 쪽으로 돌리는 것이 제 독백이 들렸던 것일까요?
202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