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자작가 JaJaKa
Jun 13. 2024
아내가 작은 방에서 잠을 자겠다고 했다. 이유인즉슨 내가 조금 더 잠을 편하게 잘 수 있게 해 주기 위해서란다. 자신의 코 고는 소리에 신경 쓰지 말고 잠을 푹 자라고 했다. 일주일에 두 번만이라도 편하게 자는 게 어떻겠냐는 아내의 말에 어찌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처음 작은 방에서 잠을 잔 아내가 잠자리가 조금 불편했는지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했다. 까는 요가 푹신한 게 있으면 좋겠는데 라는 말을 할 때만 해도 그냥 며칠 저러다가 말겠지 했다. 그랬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나를 위해서 작은 방에서 자는 것이었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본인의 꿀잠을 위해서 자는 것으로 바뀌게 되었다. 바닥에 까는 매트가 없어서 불편해하던 아내는 결국 본인이 원하는 매트를 구입하게 되었고 그 후부터는 본격적으로 작은 방에서 숙면을 취하게 되었다.
나를 위해서 작은 방에서 잠을 자겠다고 말하던 아내가 이제는 자신의 꿀잠을 위해 작은 방에서 자겠다고 한다. 내 옆에서 자면 코를 곤다고 자꾸 옆으로 밀거나 자는 사람을 건드려서 깨우는 바람에 피곤하다는 말과 함께 이불을 자꾸 끌어가서 새벽에 추워서 깨게 되는 것 같다며 서로를 위해 따로 자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이제는 본인이 내킬 때만 안방에서 자고 그 외에는 작은 방에서 자는 것이 생활화가 되었다.
“이봐, 나를 위해서, 내가 숙면을 취할 수 있게 작은 방에 잔다고 하지 않았나? 나는 괜찮으니깐 내 옆에서 자라고. 일주일에 한두 번 따로 잔다던 사람이 무슨 일주일에 닷새를 따로 자느냔 말이야. 이건 아니지 않아?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부부는 한 이불을 덮고 자라는 말도 있는데 말이야.”
그러고 보니 이제는 더 이상 젊지 않은 중년의 부부들이 한 침대에서 자지 않고 따로 잔다는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듣고는 한다. 다른 건 몰라도 잠만큼은 따로따로 편하게 자기로 한 부부들이 알게 모르게 많은가 보다. 우리도 멀지 않아 그렇게 될 거라는 말을 듣기는 했었지만 우리 부부가 진짜로 따로 자게 될 줄이야.
따로 자는 것이 물론 편한 부분도 있지만 왠지 좀... 그래도 부부는 한 이불을 덮고 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아무래도 나는 옛날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날로그식 감성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근데 이거랑은 상관이 없는 얘기인가.
이제는 아내가 내킬 때면 베개를 들고 안방으로 온다. 자기 기분대로 그렇게 한다. 코가 막혔다거나 너무 피곤해서 코를 많이 골 것 같다거나 배에 가스가 차서 속이 불편하다거나 그냥 편하게 자고 싶다거나 내가 한 말에 짜증이 났거나 등등의 이유가 생기면 편하게 자, 나도 오늘은 편하게 잘래,라는 말 한마디로 결론을 내어버린다.
작년까지만 해도 여행을 가면 호텔 예약을 할 시에 당연히 더블침대로 예약을 했는데(과거에 더블 침대로 예약을 했는데 호텔 체크인 시에 트윈 침대밖에 없다고 하자 직원에게 화를 낸 적도 있던 아내였답니다) 이제는 트윈 침대로 예약을 한다.
각자 자기 이불을 덮고 자는 것이 편해졌다는 아내.
물론 편하게 자는 게 중요하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게 건강을 위해 중요한 것처럼.
그런데 아직 우리는 같이 자야 할 나이 아닌가? 나이를 떠나서 부부는 같이 자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라고? 뭐, 그렇다면야...
나를 위해 작은 방에서 따로 자겠다고 말하던 아내가 이제는 본인을 위해 따로 자겠다고 한다.
가끔 하는 것 봐서 같이 자겠다고 하는 아내에게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아, 네, 그러세요. 그래주시면 저야 감사하죠,라고 말을 해야 되는 건가.
“이봐, 일주일에 한두 번이라며. 일주일에 한두 번 편하게 그것도 내가 너무 못 잔다고 날 위해 따로 자는 거라며. 지금은 일주일에 한두 번 같이 잘까 말 까야. 벌써부터 이러면 안 돼.”
각자 편하게 잘 것이냐, 잠을 잘 못 자더라도 한 이불을 덮으며 같이 잘 것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202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