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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가 JaJaKa Dec 15. 2023

아내는 도로연수 중

아내가 차를 운전하고 싶다고 한다.

장롱면허인 그녀가...

면허를 취득하고 근 30년 가까이 운전대를 잡아 보지 못한 그녀가...     


그전에는 운전을 하는데 겁을 먹어서인지, 운전을 할 필요성을 그다지 못 느낀 것인지 시큰둥하던 사람이 드디어 운전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잠깐 동안의 관심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아내가 자동차 운전전문학원에 전화를 하더니 도로연수를 하겠다고 예약을 했다. 역시 추진력에 있어서는 나보다 한참 앞선 그녀답다.     


도로연수 비용은 10시간에 55만 원이었고 하루 두 시간씩 5일 동안 받기로 예약을 했다. 전화통화를 끝내고 난 그녀의 볼이 긴장과 설렘으로 발그레해졌다.      


“벌써 긴장 돼?”     


내 물음에 그녀는 애써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남들 다 하는 운전인데 뭐. 누구누구 걔들도 운전하고 다니는데 나라고 못 할까?”     


그러나 말과는 다르게 긴장이 되는지 처음 도로연수를 받기 전날 밤 아내는 뒤척거리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침부터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긴장한 모습을 보이던 그녀가 도로연수를 잘 받고 올지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첫날 2시간의 도로연수를 마치고 온 그녀는 봇물이 터진 듯 쉴 새 없이 오랜만에 운전대를 잡아본 소감을 쏟아내었다.     


“처음부터 운전을 시키더라고. 얼마나 긴장이 되던지. 뭐라고 옆에서 강사가 말을 해도 잘 들리지 않는 거야. 그냥 앞만 보고 갔어. 중간에 화장실이 가고 싶었는데 참으라고 해서 억지로 참으면서 운전을 했는데 어디 어디를 갔는지 도통 기억이 안 나. 지금도 내가 운전을 하고 왔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가 않아. 그냥 멍한 기분이야.”     


아내는 좌회전을 했을 때, 우회전을 했을 때, 차선을 바꿀 때 등등 어린아이마냥 이것저것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 한동안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튿날 도로연수를 마치고 온 아내는 운전이 재미있다고 했다. 아직 서툴고 버벅거려서 강사에게 혼나고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다며 더 운전연습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얼른 차를 사서 운전하고 다녀야지.”     


아내는 베스트 드라이버가 된 상상을 하는 것 같다. 차를 몰고 어디를 가고 싶은지는 몰라도 그녀의 상상 속에서 그녀는 손수 자동차를 몰고 그곳에 가서 멋지게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그려보고 있을 것이다.

이제 겨우 도로연수 이틀째인데.     


운전을 하게 되면 경차를 뽑을 계획이었다. 그런데 운전을 배우면서 마음이 바뀌었는지 그 가격이면 중고차로 더 큰 차를 살 수 있다고 하면서 중고차 사이트를 보는 그녀의 모습에 웃음이 났다.

아직 차선을 바꾸는 것도 유턴하는 것도 힘들어하는 실력이면서.      


4일째 도로연수를 마치고 온 아내가 오늘은 서구청까지 크게 한 바퀴 돌고 왔다며 연신 자랑을 했다. 차량이 많아지니 조금은 긴장이 되었지만 그래도 너무 재미있었다며 집에 차가 있으면 조금 더 연습을 할 텐데, 하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자기도 도로연수 신청해서 해봐. 자기는 나보다 금방 배울 거야.”     


아내의 말에 나도 한번 신청해서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 못하는 남자가 좋다는 분이 있는데, 내가 운전을 하게 되면 이제 날 좋아하지 않게 되는 건가, 하는 어린애 같은 생각이 순간 일어나 피식 웃음이 나왔다.     


장롱면허인 아내가 도로연수 중이다. 또 다른 장롱면허인 나는 아직 미적거리고만 있다.

운전이 한창 하고 싶고 차를 몰고 다니고 싶었던 때가 있었는데 그 시기가 지나버리자 자연스레 운전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차가 없어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지만 차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끔씩 들기는 했다. 이참에 운전을 배우고 차를 사서 조금씩 몰고 다니게 될지...     


친구의 말대로 차가 있으면 삶의 퀄리티가 높아지게 된다고 하던데 그렇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경제적으로 살 능력이 된다면 그녀의 꿈의 차는 무엇일까?

모르긴 몰라도 보는 취향이 나와는 다르니 글쎄...      


도로에 노란색 자동차 운전전문학원 차량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천천히 지나가면 아내는 내심 반가운 얼굴은 한다. 저 학원차량의 운전자가 마치 자신이라고 상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늘 도로연수 첫날인가 봐. 영 어설픈데.”     


올챙이가 다른 올챙이를 보고 올챙이 얘기를 하고 있다. 그 옆에서 또 다른 올챙이가 그 말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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