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내 어깨에 손을 올릴 때
불안은 슬그머니 다가와
내가 인식했을 때는 이미 내 옆에 와 있다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나에게 윙크를 보낸다
불안이 ‘나 지금이 네 옆에 있다’ 라고 말하는 것처럼
불안이 내 어깨에 손을 올릴 때
나는 불안을 직시하려 하지만 쉽지가 않다
왜 불안을 느끼는 것인지
무엇에 대한 불안인지
나 자신도 모르기 때문이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 채
그저 숨을 죽이고 몸을 낮춘 채
이 시간이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불안이 내 어깨에 손을 올릴 때
불안을 적대시하거나 나에게서 밀어내려고 할수록
불안은 더욱더 큰 힘으로
나를 붙잡고 늘어질 것이다
나의 온몸을 으스러지도록 껴안을 것이다
불안이 내 어깨에 손을 올릴 때
나는 그 손을 뿌리치지 않을 것이다
뿌리치지 않고 웃으며 반갑게 맞아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불안이 모습을 나타낼지 모르지만
오래된 친구를 만나듯 손을 내밀 것이다
불안이 내 어깨에 손을 올릴 때
과거와는 달리 새로운 방법으로 불안을 대하기로 한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얼굴 근육을 풀고서
인사를 건넨다
‘안녕! 왔어? 네가 원하는 만큼 편하게 있다가 가렴. 나는 지금 막 운동하러 나가려는 참이야. 그럼 나는 운동하러 갔다 올게.’
우리가 언제부터 친구가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금 친구라는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친구로 남아 있을지
어쩌면 내가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도 내 옆에 머무르며
나에게 작별인사를 할지도 모른다
불안이 내 어깨에 손을 올릴 때
나는 한결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인사를 건넨다
하루에 몇 번씩 찾아오는 친구 같은 존재
이제는 내 어깨에 올린 손을 잡으려
용기를 내어 손을 뻗어본다
빈 허공만이 있을 뿐
손에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2024.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