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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가 JaJaKa Jan 29. 2022

그래, 이런 느낌이었어

최근 며칠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겨울이니 추운 것이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래도 너무 추우면 거시기 허니 조금만 바람이 덜 불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나뿐만은 아니지 않을까?     


아침나절 산책 나온 사람들의 숫자는 아무래도 여름에 비해 많이 적었다. 추운 날씨 탓일 것이다. 

나는 한가로운 공원을 걸었다. 꽁꽁 싸매고 나와서 다른 곳은 별로 춥지 않은데 마스크 위로 나온 눈 밑 볼 살과 귀가 시렸다. 그래도 아침의 상쾌한 공기가 비록 마스크를 거쳐 내 코로 들어올 지라도 그 상쾌함은 고스란히 전해졌다.


나는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며 글에 대해 생각했다. 글의 소재는 무엇으로 할지, 어떤 내용으로 써 내려갈지, 이미 써 놓은 글을 떠올리며 어떻게 고칠지에 대해 생각했다.

참으로 오랜만이다. 걸으면서 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조금은 가슴이 벅차기까지 했다. 이게 뭐라고.     


평상시 나는 산책을 하며 글에 대해 생각할 때가 많다. 글의 소재나 방향, 내용 등을 생각하며 묵묵하게 걸음을 옮기고는 했다. 그런 일상적인 일들이 최근 몇 개월 동안은 너무나 힘들었다. 우울증 치료를 받으면서 시시때때로 일어나는 불안한 마음과 집중력과 의욕이 떨어져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오늘 하루 별 일 없이 조용하게 지나가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불쑥불쑥 파도처럼 밀려들어오는 불안감에 숨죽이고 있다가 그 파도가 어서 빠져나가기를 바라며 시간을 보냈다.     


산책을 나가도 그저 내 안의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걷는 것일 뿐 글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뭔가 쓰고 싶다는 욕구도 일지 않았다. 


계속 이래서는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은 있었지만 의욕이 일어나지 않았고 어서 이 시간이 가기만을 바라며 시간을 보냈다.     




아마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였던 것 같다. 뭔가 다시 해보자, 글을 써 보자, 하는 의욕이 일어난 것이. 

    

노트북 컴퓨터에 앉아 시간을 보내던 그 시간들이 아득하게 여겨졌었는데 조금씩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었고 그전에 썼던 글들을 다시 읽어보며 새로운 글들을 조금씩이지만 쓰게 되었다.   

  

오늘 산책을 나가서도 무슨 글을 어떻게 쓸까? 다음에는 어떤 글을 올릴까? 하는 생각을 하며 걸었다는 것이 내게는 흥분되는 일이었다.      


그 전에는 아내가 이제는 글을 좀 써야 하지 않겠어? 너무 오래 글을 쓰고 있지 않는 것 같은데,라고 조심스레 말을 꺼낼 때에도 나는 아이디어도 쓸 마음도 일어나지 않는 걸 어떡하라고, 나중에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말하면서도 사실 속으로는 조급한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다. 

글에 대한 흥미를 잃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없지 않아 있었다.   

  

글을 쓰지 못하는 동안 대신 책을 참 많이도 읽었는데 그 시간들을 마음껏 즐기지 못한 것이 조금은 아쉬울 뿐이다.      


나의 타닥타닥 자판 두들기는 소리가 너무나 듣기 좋다는 아내는 지금 내가 이렇게 자판을 두들기는 소리를 들으며 희미하게 미소를 짓고 있지 않을지 모르겠다.     


정신이 번쩍 날 만큼 매서운 바람을 뚫고서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나는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일었다. 뭐든 좋으니 그냥 쓰고 싶다. 타닥타닥 자판 치는 소리가 내 귓가에 울려 퍼지고 내 손가락에 닿는 자판의 감촉이 나를 감싼다. 


그래 이런 느낌이었어!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 느낌. 오래도록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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