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어느새 내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저만치 가 있는 느낌이다. 벌써 처서가 지났다.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달라진 것을 느낀다. 어느새 여름이 가고 이제 가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늦더위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번 여름은 평년처럼 열대야 일수도 많지 않고 그렇게 덥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며칠이 지나면 달력을 넘겨야 할 것이다. 아, 가을이 금방이라도 고개를 내밀 것만 같다.
이번 2019년 여름은 책과 함께 한 여름으로 기억될 것이다. 6월 말에 「노르웨이의 숲」과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기 시작하면서 갑작스레 책을 읽는 재미에 빠졌다. 책을 읽으면서 유튜브를 멀리 하게 된 것도 개인적으로 좋게 생각된다. 그동안 유튜브를 보는 시간이 좀 길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일 년 동안 삼십 여권 정도의 책을 읽는데 이번 여름에만 삼십 여권의 책을 읽었으니 이번 여름은 누가 뭐래도 책과 함께 한 여름으로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책을 읽다 보니 어느새 여름의 끝자락에 있다.
책장에 꽂힌 이번 여름에 읽은 책 중에서 재미있게 읽은 책도 보이고, 살짝 눈물샘을 자극했던 책도 있고, 따뜻하고 여운이 남는 책도 눈에 띄고,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든 책도 있고, 참 잘 썼다고 생각하며 읽은 책도 있고, 읽으면서 이 책은 괜히 샀다고 생각한 책도 있다.
두서없이 꽂힌 책을 보고 있자니 왠지 마음 한 구석이 푸근해진다.
이번 여름은 책을 읽으며 그리고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지나가버렸다.
무언가에 집중하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고 하던데 이번 여름에 책을 읽으면서 좀처럼 책을 내려놓지 못하고 책에 흠뻑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를 때도 있었다.
조금만 더 읽고 내려놓자고 수차례 뒤로 미루다가 결국에는 다 읽어버린 일도 있었다. 다른 할 일을 뒤로 미루면서.
책이 있어서 이번 여름은 행복했다. 덜 우울할 수 있었다.
책 읽는 재미를 선물해 준 많은 작가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지금처럼 책을 읽는 시간을 얼마나 더 가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날을 뒤로 더 미루고 싶다. 아직까지는 책을 고르고 책을 읽는 일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읽을 책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보면 얼른 다시 채워 넣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읽을 책이 넉넉할 때 비로소 내 품도 넉넉해지는 것 같기 때문이다.
2019
덧) 2025년 올해 여름은 일찍 더위가 찾아와서 최장기간 열대야 기록을 갈아치울 만큼 참 많이도 더웠는데 이 글을 읽어보니 6년 전 2019년 여름은 그렇게 덥지 않았나 봅니다.
2019년에 쓴 글을 다시 읽어보니 기분이 묘하고 새롭네요. 그 해 여름 저는 책과 함께 보냈다 봅니다. 어떤 책들을 읽었는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 제가 푹 빠질 정도로 재미있는 소설책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책과 함께 한 여름이라... 그런 여름이 있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