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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꺼풀이 생겼다

by 자작가 JaJaKa

어느 날 아내가 내 얼굴을 유심히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자기 오른쪽 눈에 쌍꺼풀이 생겼네.”

나는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했다. 웬 쌍꺼풀?

아내의 뜬금없는 말에 처음에 나는 이 사람이 장난을 치나 싶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사실 나에게는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아야 거의 보일 듯 말 듯 할 정도의 귀엽고 앙증맞은(?) 속 쌍꺼풀은 있지만 쌍꺼풀은 없다.


내가 장난을 치려고 일부러 느끼하게 보이기 위해 가끔씩 눈에 힘을 줄 때가 있는데 그때 쌍꺼풀 비스무리하게 느끼한 눈꺼풀이 생길 때가 있다. 그렇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힘이 스르르 풀려서 장시간 느끼한 눈꺼풀을 지속하기는 어렵다.


“웬일이래, 정말. 나이가 드니깐 쌍꺼풀이 다 생기네.”

아내가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며 묘한 웃음을 지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아내가 장난을 치는 것 같지가 않아 나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가 세면대 위의 거울을 보았다.

그런데...


오른쪽 눈에 쌍꺼풀이 있기는 있었다. 그런데 쌍꺼풀이라고 불러도 될지 싶은...

진하게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쌍꺼풀이라고 해도 되나 싶은 정도로 라인이 생기기는 했다.

솔직히 말하면 쌍꺼풀이 생겼다기보다 눈꺼풀이 처져서 생긴 현상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나이가 들어서, 중력의 법칙에 의해 눈꺼풀이 밑으로 처져서, 다른 말로 표현하면 피부가 탄력을 잃어서 생긴 줄이라고 해야 할까.


아내는 쌍꺼풀이 생긴 내 눈이 신기한지 자꾸 좀 보자면서 내 눈을 쳐다본다. 곧 왼쪽 눈에도 쌍꺼풀이 생길 것 같다는 얘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왼쪽 눈에도 살짝 라인이 보인다.


아내가 쌍꺼풀이라고 말은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쌍꺼풀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 뭔가 모자라 보인다.

쌍꺼풀이 생겼다고 하기보다는 눈꺼풀이 처졌다고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은데...

아내의 속마음을 알 수 없으니 내가 확인할 길은 없고.


언제, 누구한테 들었는지 모르지만 이런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남자는 살면서 세 여자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첫째는 엄마, 둘째는 아내, 셋째는 내비게이션.


아내가 이 말을 들으면 코웃음을 치겠지만,

늘 아내의 말을 잘 따르는 나는 이번에도 아내의 말을 따르려고 한다.


눈꺼풀이 처진 게 아니라 쌍꺼풀이 생긴 거라고.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는데 이상하게 나 같지가 않다.

이봐, 처진 눈꺼풀! 거울 속의 느끼한 너는 누구냐? 라고 묻고 싶다.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을까.

늘 젊고 풋풋하기만 할 거라 생각했던 때가 있었는데.


아, 그러고 보니 얼굴에 기미인지 검버섯인지도 생겼네. 흑~


202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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