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이 얼마 남지 않았던 11월 어느 이른 아침, 거의 아침 식사를 끝내고 디저트로 막 과일을 먹으려고 하던 그때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알림 소리가 들렸다.
나는 또 안전 문자 거나 재난 문자려니 하고 무시하려고 하는데 아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어서 확인해 보라고 나를 재촉했다.
“안전 문자겠지. 미세먼지 거나 백신 접종하라는 걸 거야.”
나는 아내의 말을 귓등으로 들으며 포크로 사과를 찍어 입에 넣고서 아작아작 씹어 먹었다.
“과일은 나중에 먹고. 어서 가서 확인해 봐. 왠지 느낌이 그게 아닌 것 같아. 오늘 분양 신청한 거 결과 나오는 날이란 말이야.”
“이렇게 이른 시간에 결과를 알려주겠어? 알려줘도 근무시간인 9시 이후에나 문자를 보내겠지.”
나는 아내의 재촉에 못 이겨 먹던 과일을 내려놓고 휴대전화를 향해 갔다. 그리도 도착한 문자메시지를 확인한 순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옆에서 고개를 살짝 내밀며 쳐다보던 아내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거봐, 내 말이 맞잖아. 내가 뭐랬어. 분양 결과 문자메시지라고 했지?”
나는 서서히 끓어오르는 흥분에 대꾸도 하지 못한 채 휴대폰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축하드립니다. 송도 ㅇㅇ아파트 분양에 당첨이 되셨습니다.’
진짜? 우리가 당첨이 되었다고?
어제저녁까지만 해도 우리 부부는 내일 결과가 어떠하든 간에 너무 실망하지 말자는 얘기를 나누었다. 또 다른 데에 분양신청을 넣으면 되니깐 너무 낙심하지 말자는 얘기를 나누었는데.
분양에 당첨이 되었다니...... 아내는 얼굴이 벌겋게 상기가 되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반신반의했다는 그녀의 말에 나 또한 마찬가지 심정이었기 때문에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약간 멍한 것이 그렇게 기쁘지도 탄성을 지를 만큼 기분이 날아오를 것 같은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저 멍했던 것 같다.
이제 우리는 송도에서 살게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던 것 같다. 송도라......
오후가 되자 비로소 분양에 당첨이 되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왜냐하면 정해진 기간에 제출해야 할 서류를 준비해야 하고 계약서를 쓰기 위해서도 필요한 서류들이 있었다. 아직 시간이 남았는데 마음은 벌써부터 급해졌다. 처음 분양에 당첨된 거라 뭐가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혹시 빠트린 서류가 있지는 않을까 싶어 확인을 하고 또 확인을 했다.
며칠 후 코로나로 인해 사전 예약 신청을 하고 방문한 모델하우스는 생각보다 널찍했다. 모델하우스는 이렇게 생겼구나, 하고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고 인터넷으로만 보던 모델하우스를 둘러보던 나는 정말 잘도 꾸며놨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거기서 내가 보고 있는 그 모든 것은 다 옵션을 한 상태였다는, 다시 말해 기본상태가 아니라 돈을 들여서 고급스럽게 꾸며 놓은 것이었다.
아마 실제 돈을 들이지 않는다면 어떤 상태일지는 모르겠으나 막상 와서 보니 3년 몇 개월 후면 내가 살 집이 대략 이런 모습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기분이 이상했다.
앞으로 3년여 뒤면 내 집이, 우리의 집이 생긴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처음 집을 장만하고 나서 복받쳐 오르는 감동에 눈물을 흘린 부부 얘기들을 심심치 않게 들었었는데 왠지 나도 그럴 것 같다.
아내는 이제 계약서를 쓴 상태이건만 벌써부터 거실은 이런 식으로 꾸며야지, 서재는 이런 식으로 할까? 어떡하지? 하며 혼자만의 상상의 나래에 잠겨 있다. 생각만으로도 좋은지 실실 웃는 아내의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흐뭇하다.
정해진 시간은 금방 온다고 하던데 어서 입주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계약기간 만료날짜가 가까워질 때마다 계약 갱신을 걱정하지 않고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그날이 오늘 하루 더 가까워져 간다.
2021
덧) 몇 년 전에 쓴 글을 꺼내어 봅니다. 2025년인 지금 그때를 돌아보니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싶은 생각이 드네요. 예전에 썼던 글을 꺼내어 다시 읽을 때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아마도 그 당시에 느꼈던 감정이 전해져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