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을 받은 지 어느새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그렇게 길게 느껴졌던 3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지는 3년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사전입주점검을 하러 오라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홀수 동과 짝수 동을 나누어서 토요일과 일요일에 걸쳐 사전입주점검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전입주점검이라... 이런 것도 하는구나. 분양을 받은 적이 처음이라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긴 제대로 지었는지, 옵션을 신청한 대로 잘 처리되었는지, 마감은 잘 되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리라.
문자를 받고 원하는 시간대를 정해 예약을 했다. 조금 늦게 했더니 그사이 오전 시간대는 이미 예약이 다 차버렸다.
요즘에는 사전입주점검 시에 전문가에게 의뢰해 하자를 대신해서 찾아주는 대행서비스도 있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다며 우리도 그걸 이용해 보면 어떨까? 하는 얘기를 아내가 꺼냈다. 전문가들이 꼼꼼하게 살펴서 하자를 찾아주면 좋지 않겠냐고 했다.
한 이틀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전문가에게 맡겼을 때 얼마가 드는지 금액을 찾아보고 주위에 분양을 받았던 지인 분들에게 어떻게 했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그리하여 우리가 내린 결론은 우리 둘이 하자를 찾기로 했다. 찾지 못한 하자가 있으면 살면서 그때그때 하자 보수를 받으면 되지 않겠냐고 결론을 내렸다. 사전입주점검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몇 개의 블로그를 읽고 몇 개의 유튜브를 보았다.
필요한 준비물을 챙기고 예약시간에 맞춰 우리가 입주할 아파트 단지를 찾아갔다. 수많은 자동차의 행렬이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저 사람들도 설레는 마음으로 왔겠지.
사전입주점검에 필요한 키트를 나누어줘서 그걸 받아 들고 매니저의 안내에 따라 우리가 분양받은 동의 호수로 향했다. 도어록을 풀고 안으로 들어갔다. 뭔가 두근거리는 마음보다는 어리벙벙했던 것 같다. 익숙하지 않은 풍경에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신발에 덧신을 씌우고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낯설게 느껴져서 그랬던 것 같다.
매니저의 간략한 설명을 듣고 우리는 짐을 풀고 점검에 들어갔다. 먼저 우선순위를 정해서 시작하라는 블로그의 글에 따라 거실부터 시작을 하기로 했다. 바닥, 벽, 창문틀, 천장 등을 살펴보았다. 하자가 있는 곳을 발견하면 포스트잇에 어떤 하자가 있는지 쓰고 화살표 스티커로 표시를 했다.
그렇게 하자를 찾는 일이 시작되었다. 물론 꼼꼼하게 본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아마추어가 보는 것은 한계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우리 두 사람이 함께 살펴보고 얘기를 나누고 힘을 합쳐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렇게 하자를 찾아가는데 갑자기 난관에 봉착을 했다. 천장에서 하자를 발견했는데 포스트잇을 붙이려니 손이 닿지가 않았다.
작은 의자를 챙겨 왔어야 했는데 그러지를 못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내가 아내를 살짝 들어 올리면 아내가 손을 뻗어서 붙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내를 들어 올리려고 무릎 위쪽 부분에다가 팔을 두르고서 힘을 주었다.
그런데 번쩍 들려야 하는 아내의 몸이 요지부동이었다. 어라, 이상하네? 나는 아내에게 힘을 빼라고, 무릎을 굽히니깐 들리지가 않는다며 무릎을 펴라고 했다. 그리고 다시 힘을 주었다. 내 얼굴만 빨개졌을 뿐 아내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내는 얘 뭐 하냐? 하는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이런 굴욕이 있나.
그러나 그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바로 더한 굴욕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아내가 나를 쳐다보면서 자기가 나를 들어 올릴 테니 나보고 포스트잇을 붙이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더니 내가 오케이를 하기도 전에 내 허벅지를 붙잡고 힘을 쓰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런 굴욕이 있나. 나는 아까보다 더 한 굴욕을 맛보았다.
물론 내가 들릴 리가 없었지만 나를 들 수 있다고 생각한 아내는 내 허벅지를 잡고서 힘을 쓰고 있었다. 아, 내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근력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문고리 잡을 힘만 있으면 된다고, 젓가락 들 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오후 4시가 넘어서자 안내 방송이 나왔다. 4시 30분까지 마무리를 하고 집을 비워달라는 내용이었다. 거실, 부엌, 방, 욕실, 드레스 룸 등을 살펴보다 보니 시간이 생각보다 금방 지나갔다. 블로그나 유튜브에서는 보통 80개 이상, 많게는 100개가 넘는 하자를 찾아내던데 우리는 그에 절반인 40개의 하자를 찾아내었다. 찾는다고 찾았는데 아무래도 아마추어인 우리의 눈에는 한계가 있지 않았나 싶다. 아니면 하자가 생각보다 적었을 수도 있었을 테고.
그렇게 사전입주점검을 마치고 짐을 챙겨서 1층으로 내려와서 아파트 단지를 한 바퀴 둘러봤다. 몇 달 후면 이곳으로 이사를 와서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가게 되리라 생각하니 믿기지가 않았다. 내 인생에서 첫 내 집, 아니 아내와 나의 집, 처음 가져보는 우리 두 사람의 첫 집.
우리의 물건으로 빈 공간이 채워지면 지금의 낯섦은 없어지고 안락하고 포근한 공간이 되겠지.
사전입주점검을 마치고 혹시나 해서 준비해 간 초콜릿을 나눠 먹으며 우리는 두 손을 꼭 잡고서 정류장을 향해 걸어갔다. 현재의 우리의 따뜻한 보금자리로.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