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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가 JaJaKa Feb 16. 2022

언제 행복하세요?

의사와 상담 중에 하루는 그가 나에게 “언제 행복하세요?”라고 물었다.

나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예상하지 못한 그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눈만 껌뻑거렸다.    

 

그러자 내 대답을 기다리던 그가 “책을 읽을 때?”라고 오히려 나에게 물어서 나는 고개를 저으며 “모든 책을 읽을 때마다 행복하지는 않지요.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그렇지 않을 때도 있으니깐.”


“그럼 언제?”

의사는 정말 궁금한지 내 눈을 빤히 바라보며 내 대답을 기다렸다. 나는 순간 머릿속이 백지가 된 거 마냥 아무런 생각도 일어나지 않았다.     


‘언제 행복하냐고? 내가 언제 행복했더라......?’

마치 행복이 나에게서 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인 냥 나는 쉽게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내 입에서 겨우 나온 대답이라는 것이 이 말이었다.

“맛있는 거 먹을 때?”

내 대답에 그가 “아, 맛있는 거 먹을 때.”라고 말하며 웃는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내가 대답을 해놓고도 나는 어이가 없는 느낌이 들었다. 무슨 초등학생도 아니고 맛있는 거 먹을 때 행복하다는 말을 하다니.     


“그리고 또? 언제 행복하세요?”

‘또?’ 

또 다른 대답을 원하는 그를 위해 나는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생각을 해야만 했다.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려 그가 손을 올려놓은 무선 자판을 바라보다가 창문 밖을 잠시 응시했다가 겨우 말한 대답이 이러했다.

“아내랑 티타임을 가질 때?”     


그가 웃으며 “그거 좋네요. 아내와 예쁜 커피숍에 가서 티타임을 가진다. 그거 괜찮네요.”라고 말했다.

선생님의 질문에 모범답안을 말한 학생이라도 된 것처럼 그제야 나는 숨을 길게 내쉴 수 있었다.      


내가 단편소설을 쓰고 나면 아내가 읽은 뒤 티타임을 가지며 읽은 소감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는 했다. 그럴 때마다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던 그 시간이 참 행복하다고 느끼고는 했었는데 아마 순간 그때의 기억이 났었던 것 같다.     




병원 밖을 나와서도 나는 “언제 행복하세요?”라고 묻던 의사의 말이 내 귓가에 맴돌았다.

그동안 행복이라는 단어가 내 곁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기라도 한 것처럼 낯설게 느껴졌다니. 내가 요즘 행복하지 않았던 것일까?      


하루하루 사는 것도 먹는 것도 다 행복한 일일진대 나는 그런 소소한 행복을 잊고 지내고 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주위를 돌아볼 그런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아니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행복은 가까이에도 있고 멀리도 있다는 것을 나는 머리로만 이해했지 마음으로는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행복하지가 않아? 도대체 어디서 행복을 찾고 있는 거야? 

행복은 아주 가까이에 있었지만 나는 그걸 보지 못하고 있었다.     


“언제 행복하세요?”

그 질문은 하루 내내 화두처럼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나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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