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금요일이니 벌써 내일이면 주말이다. 월요일이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한 주가 지나간 것인가. 모하다가 돌아서면 밥때이고 모하다가 돌아서면 하루 해가 진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하루, 한주가 금방 지나간다.
그러고 보니 다음 주면 설날이다. 이번 설이 빠르기도 하지만 벌써 설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니 세월이 참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다.
하루하루는 더디게 가는 듯 느껴지지만 한주, 한 달, 일 년을 돌아보면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간다고들 느낀다고 하는데 나도 그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는 천천히 가는 것 같은데 돌아서서 뒤돌아보면 내가 걸어온 길이 아득하게 멀게만 느껴진다.
이제 오십이 코앞이다. 마흔이 될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나도 이제 40대가 되었다고 젊지 않은 나이라고 생각을 하던 때가 얼마 전 같은데 이제는 40대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은 40대 남성들에 포함되어 데이터가 집계될 테지만 이제 얼마 뒤에는 50대 남성들에 포함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하니 왜 이렇게 낯설면서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직도 철이 없는 사춘기 소년 같다고 하면 웃을지 모르니, 아직도 철이 없는 갱년기를 바라보는 중년 남성이라고 표현해야겠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지났을까. 그리고 나는 언제 철이 들까.
머리숱이 많아서 머리숱 걱정은 없겠거니 했는데 점점 더 머리 윗부분의 숱이 적어져서 관리를 하라는 얘기를 듣는다. 나이가 들어가는 남성이나 여성들의 공통된 고민 중 하나가 머리 윗부분의 숱이 적어져서 휑해 보인다는 것이란다.
나도 예외일 수 없는지 아내가 어느 날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자기야 머리 감을 때 빡빡 감지 말고 살살 문지르면서 감아. 그리고 털 때도 꾹꾹 눌러서 물기를 제거해. 세게 문지르지 말고.”
나는 그 말에 “왜? 그러면 감은 거 같지가 않은데.”라고 대답을 했다.
“자기 윗머리에 머리숱 줄어들어서 허옇게 보이는 거 몰라?”
아내는 내 머리 윗부분을 가리키며 진지하게 말했다.
“내가 머리숱이 많다는 소리만 듣고 자랐어. 왜 이래? 무슨 머리숱이 없다는 거야? 잘 보지도 않고 말하지 마.”
“직접 거울 좀 보고 그런 말을 하시지. 거울도 안 보나 봐.”
나는 갑작스러운 아내의 말에 욕실로 가서 거울을 보았다. 그전에는 잘 안 보여서 그랬는지, 관심이 없어서 그랬는지 잘 몰랐는데 거울에 비친 머리 윗부분의 숱이 적어 보였다.
‘어라. 언제 이렇게 숱이 적어진 거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내 뒤에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머리숱이 적어진 게 보이지? 이제는 내 말대로 머리를 감고 말려. 알았어? 덜 말려진 부분은 헤어드라이기로 말려줄 테니깐. 자기 또래 남성이나 여성들 모두 머리숱 때문에 고민인 거 몰랐나 봐. 머리숱 신경 쓰는 사람들 주위에 되게 많아. 영양제도 바르고 그런다고 하더라. 이제 관리해줘야 해.”
아내의 말을 들으면서 거울을 보니 왠지 머리 윗부분이 더 휑한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머리카락에 힘도 없어서 요새 축 쳐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 후로는 아내에게서 머리 감을 때나 말릴 때 주의 깊게 하라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가끔은 예전처럼 머리를 빡빡 감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거울에 비친 머리칼을 보며 애써 억누른다. 이제는 조금은 익숙해졌는지 아내가 말하지 않아도 살살 문질러서 머리를 감고 말린다.
어쩌다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볼 때면 옛날과 별반 다르지 않고 그대로인 것 같은데 아마도 그건 나만의 생각이겠지.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으니까.
눈을 감았다가 뜨면 시간을 건너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마치 빨리 감기 버튼을 눌러서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간 것 같다.
문득 눈을 감았다가 뜨면 지금 이곳이 아닌 다른 별, 다른 세계에 있을 것만 같다.
졸음이 밀려오고 잠시 눈을 감고 졸았다가 눈을 뜨면 눈앞의 세상이 내가 보던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의 모습이 눈앞에 나타날 것만 같다.
그러면 그때도 이런 말을 할까?
꿈인가? 그러다가 언제 시간이 이렇게 지나갔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