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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가 JaJaKa Dec 31. 2021

두 분은 전혀 안 싸우실 것 같아요

“두 분은 전혀 안 싸우실 것 같아요.”

“네에? 그래 보여요?”

“네, 두 분을 보면 싸움이라고는 전혀 안 하실 것 같아 보여요.”

“그럴 리가요.”

전혀 싸우지 않을 것 같다는 이런 말을 가끔가다가 들을 때면 저절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도대체 어디를 어떻게 봐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싸우지 않고 사는 부부가 있을까? 개인적인 생각으로 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가끔 TV에서 보면 그런 부부가 아주 드물지만 있는 것 같기는 하다.

왜 우리 부부에게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쩌면 속속들이 다 몰라서 하는 말일 것이다.

내가 얼마 전에도 싸웠다고 하면 “에이 정말요?”라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말하는 모습을 볼 때면 의아한 생각이 든다. 도대체 무엇을 보고 그러는 것인지.     


커피숍이나 식사를 하러 가는 가게에서 가끔 그런 얘기를 들을 때면 나는 오히려 묻고 싶다.

만약에 우리가 싸운 상태라면 둘이서 커피를 마시러 오고 식사를 하러 오겠어요?라고 말이다.

화해하기 위해 오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싸우고 냉기가 흐르는 분위기에서 그 누가 커피를 마시러 오고 같이 식사를 하러 올까 싶다. 오히려 그런 상태라면 말도 안 하고 같이 있으려고도 하지 않을 텐데.     


우리가 커피를 마시러 가고 식사를 하러 가는 경우는 분위기가 좋을 때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전혀 싸우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도 싸우지 않고 지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그게 잘 되지가 않는다. 싸우지 말고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별 거 아닌 일에 싸우고 틀어지고 화내고 그런 시간을 보낼 때마다 씁쓸한 마음이 든다.     




얼마 전에도 남들이 보면 별 거 아닌 일에 싸웠다. 사실 부부간의 싸움을 보면 별 거 아닌 사소한 일에 싸움을 하는 일들이 많기는 하지만.

꽃가게에서 꽃을 살 일이 있어서 샀는데 장미꽃 다섯 송이와 카네이션 다섯 송이를 사서 계산을 하는데 꽃집 주인에게서 사만 오천 원이라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꽃 열 송이를 사는데 뭐가 그리 비싸냐고 했더니 장미가 꽤 비싼 품종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장미 꽃봉오리 부분이 내가 보던 장미보다 크기는 컸던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무슨 장미꽃 하나가 팔천 원씩 하는 것인지.

그러면 애초에 그 장미는 가격이 꽤 비싸요,라고 말이라도 한마디 해주었으면 그 장미 대신에 다른 꽃을 골랐을 거고 계산 시에 그리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짓지는 안았을 텐데.     


어쩔 수 없이 계산을 하고 나와서 나는 미리 꽃 가격도 물어보지 않고 대뜸 꽃을 몇 송이 달라고 했냐면서 아내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어차피 가격을 미리 물어보지 않은 것은 나도 마찬가지면서.

풍성한 꽃다발도 아니고 꽃 몇 송이를 사만 오천 원이라는 비싼 가격에 그렇게 꽃을 사 가지고 오는 내내 나는 심기가 불편했고 그런 나의 마음을 아내에게 표출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인데, 그걸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집에 오고 나서도 내내 그런 기분에 휩싸여 있었다.     


누가 들으면 뭐 그런 일 가지고 싸우고 그래, 어린애들도 아니고 말이야,라고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부부싸움이라는 것이 들여다보면 사실 그리 대단치 않은 일로 많이 싸우고는 한다. 서로 자존심 싸움일 수도 있고, 괜히 상대에게 내가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넌지시 알리려고 하는 것도 있고, 아무튼 사소한 일이 싸움으로 번져서 입을 꾹 다물고 서로의 존재를 무시해 가며 냉전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한 가지 예를 들은 거지만 이런 일들은 아주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일일이 얘기를 하지 않을 뿐이지 부부간에 싸우지 않고 사는 부부가 얼마가 될까 싶다.     


우리에게 전혀 싸우지 않으실 것 같다는 말을 한 그 당사자는 어쩌면 겉모습만 보았을 뿐일 수도 있고 어쩌면 우리의 분위기에서 싸움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을 것 같은 러브 러브 한 분위기를 느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도 싸운답니다, 그것도 종종 싸워요, 어제도 싸웠는데 그 내용은 밝히기가 너무나 부끄러울 만큼 사소한 거라 밝히지 않겠지만 어제도 싸웠답니다.


그러나 젊었을 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그때는 싸우고 나서 냉전기간이 길었다면 지금은 그 기간이 아주 짧아졌다는 거예요. 나이가 들어가면 기력이 쇠했는지 아니면 빨리 화해하는 것이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는지 아니면 조금 더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금은 싸우고 나서 그리 오래가지는 않는 것 같아요.     


싸우지 않고 살고 싶지만 설령 싸우는 일이 있더라도 어느 선을 넘어가는 일이 없도록 서로의 마음에 상처가 될 만한 말을 가급적 삼가도록 노력을 해야겠지요.

한 번만 더 참으면 되는데 참 그게 잘 안되네요. 화가 서서히 올라올 때 숫자를 세건 숨을 크게 내쉬건 해도 참 잘 되지가 않아요.


어떤 일에도 평정심을 유지하고 싶은데 멀기만 합니다. 늘 반성하는데도 잘 되지가 않네요.

어찌 됐든 어제는 지나갔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나아진 나를 기대하며 오늘을 살아가렵니다. 언제나 바람으로 끝나고 말더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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