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작가 JaJaKa Feb 21. 2022

아내와의 데이트

어느 토요일 오전 나와 아내는 공덕역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청라국제도시를 향했다. 둘이 나들이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공항철도를 타고 가니 왠지 여행 가는 느낌도 살짝 들었다. 사실 그동안 공항철도는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에 갈 때만 탔었다.     


30여분의 시간이 지나고 우리는 청라국제도시 역에 내려서 GRT라는 버스를 타고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칼국수 집을 향했다. 청라에는 이상하게도 칼국수 집이 많다. 바다가 가까워서 그런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칼국수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아주 반가운 얘기다.      


우리가 방문한 칼국수 집에서 바지락 칼국수를 먹었다. 일단 국물이 시원했고 바지락이 실했다. 그리고 칼국수 집의 생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김치가 맛있었다. 조금 맵기는 했지만 나는 젓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었다. 자꾸만 손이 갈 정도로 양념이 밴 겉절이 김치는 칼칼하니 맛있었다.   

  

기분 좋게 식사를 하고 나온 우리는 목적지도 없이 그냥 길을 걸었다. 아내와 손을 꼭 잡고 주위의 높다랗게 서 있는 아파트를 구경하며 정처 없이 걸었다. 꼭 어디를 가야겠다는 목적 없이 발길 가는 대로 걷는 그 느낌이 좋았다.

꼭 몇 바퀴를 걸어야 하고 얼마의 시간 동안 걸어야 한다는 부담 없이 그냥 천천히 어슬렁거리며 걷는 이 느낌.      


걷다 보니 호수공원도 나왔고 그 공원이 얼마나 큰지 둘러보다가 이내 지쳐버렸다. 그 큰 공원에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것이 오히려 신기했다. 내가 걷는 경의선 숲길 공원은 거의 언제나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렇게 한적한 공원의 모습을 보니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다.      




아내와 커널웨이라는 곳을 걷다가 왠지 간판이 예뻐 보이는 카페가 보여 그곳으로 들어가 따뜻한 커피를 주문했다. 그리고 곁들여 먹을 스콘도 주문하고 나서 지친 다리를 풀어주었다. 얼마나 걸었다고 발바닥이며 종아리가 아픈지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음악소리를 들으며 따뜻한 커피에 디저트까지. 모처럼 환한 얼굴의 아내를 보니 아내도 그동안 많이 지쳤었구나, 하고 느꼈다. 이런 작은 여유로움조차 우리가 누리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니 뭔가 찌르르한 것이 속이 편치 않았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커피를 홀짝이던 우리는 왠지 여행 온 것 같다며 피식피식 웃었다. 주위에 앉은 젊은 여학생들은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연신 깔깔깔 거리며 좋아하고 우리는 그 모습조차 소음으로 들리지가 않는다. 그저 무슨 얘기가 저리 재미있는지 옆자리에 앉아 살짝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잠시 일었을 뿐.   

  

그렇게 커피를 마시고 난 후 다시 도시 구경을 하던 우리는 버스를 타고 청라국제도시 역으로 와서 공항철도를 타고 공덕역으로 돌아왔다.     


불과 몇 시간 동안의 외출이었지만 오랜만에 데이트를 한 기분이었다. 콧바람을 쐬었다고 할까? 그 잠깐 동안의 외출이 아내와 나의 기분을 한결 좋게 만들어 주었다.

사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제대로 어디 한번 놀러 가지 못했는데 익숙한 동네를 벗어나 다른 도시로의 방문이 잠시나마 지쳤던 일상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어 준 것만 같았다.     


비록 칼국수에 커피 한잔이었지만 가끔은 이런 시간을 종종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누구도 아닌 우리를 위해, 우리도 콧바람이 필요해 보인다.

손을 꼭 잡고 걷던 그 길, 옛날 연애할 때 생각이 나며 잠시 설레었던 건 나만의 비밀로 간직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허허허 남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