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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가 JaJaKa Feb 03. 2022

허허허 남편

나는 인정한다. 아내가 나보다 성격이 더 원만하고 좋다는 것을. 주위에서도 그렇다고 하니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실 나는 속이 좁고 이해심이 깊지가 않다. 평소 엄마의 말에 의하면 좀 두리뭉실한 면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내가 대나무처럼 곧기만 해서 그런 성격으로는 사는데 힘들 거라는 얘기를 듣고는 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대나무처럼 곧다는 것은 좋은 의미도 있지만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이라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어느 면에서는 융통성이 없이 정말 답답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가끔은 나도 내 성격 때문에 힘이 들고는 한다. 조금 쉽게,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에도 그러지 못하고 자꾸 되짚어서 생각하는 나를 보면 나도 힘이 든다.


예전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런 얘기를 엄마에게 한 적이 있다.     


“나도 바다처럼 마음이 넓었으면 좋겠어. 사소한 일이 있어도 여유롭게 넘어갈 수도 있고 이런저런 말을 들어도 허허허 하며 가볍게 흘려버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어. 지금의 나처럼 마음이 좁고 꽁한 것이 아니라 대인배처럼 마음이 넉넉하고 바다처럼 넓은 가슴을 가져서 포용력이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그런데 그게 잘 안 돼.”


엄마는 나에게 이런 비슷한 말을 했던 것 같다.     


“타고난 것을 바꾸려고 하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야. 그러나 노력하다 보면 티가 나지 않더라도 알게 모르게 조금은 바뀌어가지 않겠니. 설사 바뀌지 않더라도 자기 자신이 마음이 좁고 꽁하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 중요해. 자기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테니깐. 사람들은 자기는 남보다 더 잘났고 남보다 성격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거든. 그런데 너는 네가 일단 부족하고 모자라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것을 바꾸고 싶어 하니 그 부분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을만하다고 생각해, 엄마는. 네가 바라는 바대로 바꿀 수 있을지 여부를 떠나서 말이야.”    




그렇게 태어난 것일까. 천성은 바꾸기 어렵다고 하는데 그런 것일까. 바다는커녕 작은 냇가 같은 마음의 크기에 꽁하고 융통성이 없는 나는 나의 성격을 바꾸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어쩌면 타고난 성격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아내는 나에 비해 성격이 좋다. 마음도 나보다 넓고 나처럼 꽉 막히지도 않고 융통성도 있고 훨씬 더 성격이 유연하다. 내가 보기에도 그렇지만 나 말고 주위 사람들도 그렇다고 하니 확실히 나보다 성격이 좋은 여자임에는 분명하다.      


가끔가다 나 때문에 짜증이 나거나 기분이 상하는 상황이 생길 때면 나는 아내에게 그런 얘기를 하고는 한다.


“나 같은 사람 말고 마음이 넓은 허허허 남편을 만났으면 지금보다 더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살았을 텐데 어찌 나를 만나 가지고...... 다음 세상에서는 자기가 무엇을 하더라도 허허허 하며 웃어주고받아주고 너그러이 감싸주는 남자를 만나. 나처럼 그릇이 작은 남자가 아니라 바다처럼 포용력이 넓은 사람을 만나길 바라.”     


그럼 아내는 이렇게 대답을 한다.     


“아, 됐어. 됐어. 지금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아. 자기가 조금만 더 마음이 너그러워진다면 그걸로 충분해. 모든 일에 대해서 무조건 허허허 그러면 좋은 부분도 있겠지만 나는 너무 그래도 재미없을 것 같아. 나는 재미있는 사람이 좋거든.”     


나는 오늘도 아내에게 그런 얘기를 한다. 나랑 티격태격한 다음에 입술을 삐죽이 내밀고 있는 그녀에게 다음번에는 허허허 남편을 만나라고.      


그가 아마 이렇게 얘기할 거라면서 말을 한다.     


“이리 와. 우리 아가. 허허허. 난 괜찮으니 다 자기 좋을 대로 하라고. 허허허. 우리 귀여운 아가.”     


나의 얘기에 아내가 피식 웃는다. 느끼하니깐 그만하라면서. 내가 바다처럼 마음이 넓은 사람을 표현한다는 것이 조금은 느끼한 말투로 얘기한 건 아닌가 모르겠다. 그렇게 표현을 하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허허허 남편이라......

다음 생이 아닌 지금 생에서 그럴 수는 없을까. 내가 언젠가 허허허 그러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바다처럼은 아니더라도 강과 같은 마음을 가진 나이고 싶다. 지금 허허허 하며 아내의 말을, 행동을, 의견을 다는 아니더라도 기꺼이 넉넉하게 받아줄 수 있는 그런 남편이고 싶다.

안타깝게도 지금 생에서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 역량의 한계를 느낀다.

나도 바다이고 싶은데...... 허허허 남편이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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