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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가 JaJaKa Jan 26. 2022

꽃을 좋아하는 여자였어

아내와 연애하고 결혼을 한 기간까지 다 합치면 26년이다. 참으로 긴 시간을 함께 했는데 나는 아직 아내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오늘 우리는 꽃집에 가서 버터플라이라는 꽃을 샀다. 아내가 집안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꽃 몇 송이라도 꽂아놓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카네이션이나 장미꽃도 아닌 이름도 낯선 버터플라이라니.


원래 사려던 꽃은 이름이 뭐였더라. 라넌큘러스였나? 이름도 참 어려운 꽃이었는데 한 송이 당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서 버터플라이로 사게 되었다.      


꽃을 사 온 아내는 가지를 적당한 크기로 자른 다음 꽃병에다가 꽂고서 한동안 감탄 어린 시선으로 꽃을 바라봤다. 자기가 꽂았어도 너무나 예쁘게 꽂았다면서.

내가 보기에는 그냥 적당히 꽂은 것 같은데. 뭐가 어떻다는 것인지.     


아내는 꽃을 바라보며 2만 원의 행복이라는 말과 함께 집 안 분위기가 확 산다고 연신 미소를 지었다.

그 뒤에 선 나는 그냥 뭐 고개를 끄덕거릴 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내 생각에는 집 안 분위기가 확 사는 정도는 아니고 그냥 뭐 나쁘지 않은 정도라고 할까?     


내가 별로 꽃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꽃이 있으면 있는 데로 없으면 없는 데로 그냥저냥 별 감흥이 없는데 아내는 소녀의 취향이 남아 있는지 아니면 여태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가끔 내 아내가 이걸 좋아하는구나, 하고 놀랄 때가 있다.     


아내가 그림이나 클래식 음악을 좋아한다는 말에 나는 여태 그걸 왜 몰랐을까? 하고 당황한 적이 있다. 그리 오래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서 함께 지내고 있는데 아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오히려 놀라울 뿐이다.     




아내가 꽃을 좋아하고 나중에 기회가 생기면 꽃꽂이를 정식으로 배워보고 싶다는 말에 이 사람이 이렇게나 꽃을 좋아했나? 하고 적잖이 당황한 적이 있다.     


예전에 연애를 할 때 꽃을 선물하려고 하면 돈 아깝게 왜 그런 데 돈을 쓰냐고 했던 것 같은데 내 기억에 착오가 있는 건가? 아니면 다른 사람과 혼동을 하고 있는 것인가?

아내의 취향이 그동안 변한 걸까?     


꽃병에 꽂힌 버터플라이를 사진으로 찍는 아내를 보며 아내가 꽃을 좋아하는 여자였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이 느낌은 뭔지.

대화가 부족했던 것인지 아니면 내가 무관심했던 것인지.     


나는 오늘도 아내를 알아가는 중이다. 아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에 관심이 있고 어떨 때 기분 좋아하는지.      


아내는 여전히 꽃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아내는 꽃을 좋아하는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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