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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가 JaJaKa Jan 24. 2022

뭐 그까짓 거 가지고 그래? 가 아니네

아내가 유튜브로 이소라 다이어트 체조를 보며 따라 하고 있다. 연신 손으로 이마에 난 땀을 훔치며 힘이 드는지 나지막하게 신음소리를 토해내면서 영상에서 나오는 자세를 천천히 따라 했다. 소파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뭐 그까짓 거 가지고 그래? 스트레칭이 뭐 그리 힘들다고 땀까지 삐질삐질 흘리고 그래?”라고 말하자 고개를 돌린 아내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지금 뭐래? 이 동작이 얼마나 힘든지 알아?”라며 “모르면 가만히나 있어.”라고 말하고는 다시 영상을 보며 동작을 따라 했다.     


연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따라 하는 아내를 보면서 요즘 들어 부쩍 살이 쪄서 그런가 보다 했다. 아령이나 역기를 들고 운동하는 것도 아니고 고작 체조 동작 몇 가지 따라 하는 거 가지고 저리 힘들어하는 것은 다 살이 쪄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잠시 뒤 아내가 “이게 옆구리 살 빼는데 그리 좋은 동작이래.”라고 말하고는 “흐미 힘들어.”하며 그 자세를 따라 했다. 내가 최근 들어 옆구리 살과 뱃살만 찌지 않았어도 아마 나는 살짝 코웃음을 치며 그대로 무시했으리라.      


우울증 약을 먹는 동안 8킬로나 살이 쪄서 몸이 무겁고 둔하게 느껴지던 나는 옆구리 살 빼는데 그리 좋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소파에서 일어났다. 물론 오직 약 때문에 살이 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약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뭐 개인적인 생각이기는 하지만.    

  

‘어찌 됐든 별 거 아닌 저 동작만으로 옆구리 살이 빠진다고? 저런 거야, 몇 백번이라도 따라 할 수 있지.’라고 생각한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 아내의 뒤에 서서 그 동작을 따라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몇 번 하지도 않았는데 ‘어? 뭐지?’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모르게 “으으” 하는 소리가 입안에 맴돌다가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세트가 거듭 될수록 내 이마에 땀이 삐질 솟아났고 옆구리가 당기는 것이 느껴졌다.      


뒤에서 따라 하던 나를 잠깐 슬쩍 돌아보던 아내가 뻣뻣한 몸으로 힘겨워하는 내 모습을 보더니 가볍게 실실 웃었다.

“겨우 한 동작 따라 하고 지치냐? 이게 총 몇 동작인지 알기나 알아? 이거 끝까지 다 하려면 30분 동안 해야 해.”     


나는 “다른 데는 살 뺄 데가 없어, 옆구리랑 뱃살이 쪄서 그거만 빼면 돼.”라고 말하며 다시 소파에 주저앉아 손으로 이마에 난 땀을 훔쳤다. 옛날 말에 직접 겪어보지 않고 이러쿵저러쿵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하는 말이 있었는데 지금 나에게 딱 해당이 되는 말이었다.      


옆에서 보기에는 정말 쉬워 보이는 동작이었는데 막상 따라 하려고 하니 여기저기 당기고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아니 따라 하기가 힘이 들었다.


체조라고, 스트레칭이라고 우습게 볼 것이 아니란 것을 직접 따라서 해보니 알게 되었다. 땀을 흘리며 영상을 따라 하는 아내가 잠시나마 대단해 보였다.      


“흐미, 열나고 더워서 안 되겠네.”라고 말하고는 윗옷을 벗어던지고 열심히 동작을 따라 하는 아내의 등판 살이 떨리는 것이 보였다. 저 러닝 사이로 삐져나온 살들이 어딘가로 사라지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인 것인가? 어쩌면 저 상태에서 더 찌지만 않아도 성공이 아닐지......     


하여간 꾸준하게 하다 보면 날씬 까지는 아니어도 지금보다 덜 무겁고 덜 답답하게 느껴지게 되지 않을까?

    

아내의 거친 숨소리가 귓가에 들리며 “앞으로 나 할 때 당신도 같이 하자.”라는 말이 내 귓가를 찰싹 때린다. 순간 당황한 나는 “됐어.”라고 고개를 젓고는 얼른 자리를 피했다. 나도 뱃살과 옆구리 살을 빼긴 빼야 하는데...... 어쩌나......     


30대 때 이소라 다이어트 비디오를 보고 살을 뺐다던 아내가 오십을 코앞에 두고 다시 이소라 다이어트 체조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한번 마음을 먹기가 힘이 들지 막상 시작하면 열심히 하는 사람이니 몇 개월 뒤에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지 않을까?      


일단 그러려면 먹는 양도 줄여야 할 텐데. 모르겠다. 지금 내가 남 말할 때가 아닌 거 같은데. 그나저나 힘들고 귀찮다고 중간에 포기하지 않아야 할 텐데.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인지 헉헉 숨을 내쉬는 아내의 뒷모습을 보며 속으로 작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우리 더도 덜도 말고 바지 허리사이즈가 맞을 때까지만 빼는 걸로 하자, 알았지? 힘내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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