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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가 JaJaKa Feb 28. 2022

오늘 밤은 쉽게 잠이 올 것 같지가 않다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생각이라는 것이 내가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하기 싫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긴 하지만 뜬금없이 두어 달 전인가 어떤 사소한 일로 아내에게 소리를 지른 기억이 떠올랐다.      


갑자기 자려고 누었는데 왜 그 기억이 떠올랐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날 별 일 아닌 것 가지고 내가 뭐라고 잔소리를 퍼부었다. 아내는 한번 말하면 알아들으니 그만하라고 했는데, 내 성격이 한 번에 끝나지 않고 여러 번 퍼붓는 성격이라 그날도 언성을 높이면서 쏘아붙였었다.


식탁 맞은편에 앉아서 내 말을 듣고 있던 그녀의 이마와 목 부분이 갑자기 벌겋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속이 답답했던지 한 손으로는 가슴 부분을 부여잡고서 커다란 눈을 껌뻑이고 있다가 이내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제야 놀라서 그녀에게 다가가 왜 그러냐며 손을 잡았는데,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앉아 있던 그녀는 내 손을 치우며 됐으니까 저리 가라고 했다.

나는 뒤늦게 내가 심하게 했구나,를 느끼고 그녀의 등을 토닥거려주며 내가 심했다고 미안하다고 하면서 그녀가 진정되도록 살며시 안아주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마음이 조금 안정된 그녀가 하는 말이 별 것도 아닌 일에 내가 눈을 치켜뜨고 소리를 지르니까 너무 놀라서 순간 멍해지면서 눈물이 나더라고 했다. 그녀가 놀란 만큼은 아니었겠지만 나도 그녀의 모습을 보고 그날 많이 놀랐다. 그러고서 왜 그렇게 언성을 높였는지 후회를 했다.

     

나는 사소한 말이나 어떤 순간에 갑자기 버럭 언성을 높일 때가 있다. 그러지 않으려고 하는데 잘 고쳐지지가 않는다. 왜 이렇게 잘 안 되는 것이 많은지 모르겠다. 좀 더 넉넉하고 넓은 마음이면 얼마나 좋을까.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미안한 감정이 다시금 일어난 나는 아내에게로 고개를 돌리고서 옆에 누워 있는 그녀의 머리와 얼굴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그녀는 왜 그러냐면서 피곤할 텐데 어서 자라고 하며 이불을 나에게 덮어주었다.      




오늘 밤은 쉽게 잠이 들 것 같지가 않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복잡하게 스쳐 지나가면서 여러 감정들이 일어나는 것을 느낀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이 잠을 자야 하는데 눈은 말똥말똥하다.

      

옆에서 잠이 든 아내를 보고 있자니 조금 더 따뜻하고 조금 더 넉넉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노력한다고 나의 속 좁은 마음이 넉넉하게 될지 모르겠다.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는 내 옆에서 가만히 코를 골며 자고 있는 그녀가 내게는 너무나 고마운 존재임을 잊고 지낼 때가 많다. 별 볼일 없는 나를 만나서 힘들게만 하는 것은 아닌지 미안한 마음이 든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소중한 것을 모르고 지낼 때가 있는데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고마운 사람이 누구인지 살피는 시간이 필요하다.

진짜 소중한 건 가까이에 있다. 고마운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있을 때 많이 해야겠다.      


고맙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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