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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가 JaJaKa Mar 17. 2022

그녀의 싱그러운 웃음

그녀가 싱그러운 미소를 짓는다.

그녀가 웃자 집안 전체가 다 환해지는 느낌이다.

대략 7개월여 만에 그녀의 얼굴에 웃음이 돌아왔다.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진 지가 언제였던가.

작년 봄 아니 그 전부터였던가.

평상시와 조금씩 다르게 변하는 그녀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을 했었다.


일단 그녀는 잠을 잘 자지 못했다.

잠들기 힘들어했고 잠이 들고 나서도 새벽 일찍 잠에서 깼다.

잠을 잘 자지 못하니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그러면서 얼굴에서는 웃음이 사라졌고 입맛도 같이 사라졌다.

뭘 먹어도 맛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몸무게가 줄어들었는데 그 변화가 너무나 급격했다.

모르는 사람들은 살이 빠져 날씬해졌다고 부러워했지만 그건 잘 모르고 하는 소리였다.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진 그녀의 표정은 말 그대로 표정이 없거나 잔뜩 긴장해 있거나 찡그리거나 폭발하기 일보 직전의 모습이었다.

때로는 가슴을 부여잡고 숨쉬기가 곤란하다고 울음을 터트리고는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녀는 갱년기 우울증이었다.


집안 전체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고 집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대화를 하면 언제든 폭발할 것 같은 긴장감이 팽배했고 우린 각자가 그저 그 시간을 견뎌야 했다.

그저 하루하루가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랄 뿐 다른 건 생각하지 못했다.     




치료를 받으며 그녀는 조금씩 나아져갔다.

못 자던 잠도 푹 잤고 얼굴 표정도 조금씩 살아나는가 싶더니 몇 개월의 시간이 지나고 난 뒤 사라진 입맛이 언제 그랬냐는 듯 원래대로 돌아왔다.


지금은 몸 상태도 원래의 몸무게로 돌아왔다.

살이 빠져 삐쩍 말랐던 시기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


아내의 얼굴에 싱그러운 웃음이 돌아온 날이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제 아내가 웃는다. 미소를 짓는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나에게 장난을 친다.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다.

아내의 웃는 얼굴이 이렇게 사랑스러울 줄이야.


아직 치료가 끝나지 않았지만 아득하기만 했던 그 터널을 헤치고 나오느라 고생 많았어.

우리 서로 많이 웃고 살자.

당신은 싱그럽게 웃을 때가 제일 예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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