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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느끼다

by 자작가 JaJaKa

아내와 점심을 먹고 경의선 숲길을 산책했다. 햇살은 좋고 날씨는 그리 춥지 않아 손등을 하늘로 향하게 하고서는 느긋하게 산책을 즐겼다. 겨울에는 머리카락과 손등에 햇빛을 쐬어주어야 비타민D의 생성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햇빛을 쐬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햇빛을 쐬는 것이 좋다고 한다.


하늘은 푸르고 날씨는 좋고 아직 2월이지만 봄이 멀지 않았음을 느끼는 오후였다. 곧 푸릇푸릇하게 새싹이 올라오고 봄을 알리는 꽃망울이 터져 올라오는 상상을 하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아직은 이르지만 봄이라는 글자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따스함이 느껴졌다.


평상시에 비해 산책을 나온 사람들의 수가 많이 줄었다. 아마 코로나 때문에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나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외출을 꺼려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추측을 해본다. 평상시 같았으면 왁자지껄 까지는 아니어도 많은 사람들이 일요일 오후의 시간을 즐기러 나왔을 텐데 마치 명절 연휴처럼 한산했다.


봄은 저 모퉁이에서 고개를 내밀려고 하는데 사람들은 추위가 아니라 코로나로 인해서 잔뜩 움츠러든 모습이다. 언제쯤 이 모든 순간들이 지나가고 사람들의 얼굴에 마스크가 아닌 따스한 봄날의 미소를 볼 수 있을까.


법정스님의 산문집에서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어서 봄이 온 것을 알 수 있다,라는 글을 보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삶이 힘들긴 하지만 우리들 모두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는 날이 있기를 봄이 오는 길목에서 나는 간절히 바라본다.


삶이 즐겁고 만족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나의 웃음, 우리의 웃음이 비록 삶이 힘들더라도 삶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기를......

그래서 작은 미소와 웃음이 삶을 행복의 길로 나아가게 할 수 있기를......




아직 이르기는 하지만 올해에도 저만치서 봄이 오고 있다. 봄이 오는 것이 조금씩 느껴진다. 이 봄 우리는 어떤 자세로 봄을 맞이해야 할까.


세상이 시끄럽더라도, 우리의 마음이 복잡하더라도, 삶이 퍽퍽하더라도, 인생이 힘들더라도, 다가오는 봄은 그 따스한 햇살로 감미로운 미풍으로 우리를 감싸줄 것이다.

힘을 내라고, 이만하면 괜찮은 사람이라고, 당신은 사랑스럽고 충분히 행복할 권리가 있는 사람이라고,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거라고, 우리는 모두가 다 소중한 존재라고. 봄이 우리에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한 생각이 바뀌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고 했던가. 다가오는 봄의 따스한 햇살에 볼을 스치는 청량한 바람에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뜬다. 세상이 조금은 달라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눈이 부시도록 푸른 봄날에 크게 호탕하게 목젖이 보이도록 웃자. 다시 오지 않을 이 봄을 두 팔 벌려 가득 안아보자. 행복은 가까이에 있을지도 모르니까.


나는 나 자신에게 말한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별로 대단할 것도 없는 나 자신을 귀한 사람이라고,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주는 사람이 아직 곁에 있다.’고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봄이 저만치에서 조금씩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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