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자로 살아간다는 것
2020년 어느 봄날에
by 자작가 JaJaKa May 23. 2022
오후에 커피 한잔을 마시다가 갑자기 인생이란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태어나서 어느 정도 살만큼 살다가 떠나는 것은 불가항력적인 일이다. 쉰, 예순, 일흔, 여든, 아흔, 얼마큼 살아야 살만큼 살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때가 되면 누구나 왔던 곳으로 가게 되어 있다.
그런데 왔던 곳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내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 이것이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우리들은 우리 부모님이 그랬던 것처럼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 키우고 자식들 뒷바라지를 하다가 자식들이 커서 출가를 시키고 나면 한숨 돌리나 싶은데 그 자식들이 사네 못 사네 하며 근심거리를 끊임없이 들고 와서 자식들 걱정에 살다가 어느 날 문득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 주름진 얼굴에 허연 머리카락, 등이 구부러지고 살이 빠져서 힘없어 보이는 노인이 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때 드는 생각이 세월이 언제 이렇게 흘렀나. 내가 언제 이렇게나 늙었지. 인생이 뭘까 등등이다.
우리는 결혼을 하지 않고 싱글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보통 인생의 삼분의 일은 부모님 곁에서 생활을 하지만 직장을 잡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면 남은 삼분의 이의 인생은 동반자와 함께 살아간다. 물론 과거와는 다르게 결혼연령이 늘어나서 늦게 결혼하는 사람은 인생의 반을 동반자와 살아갈 것이다.
그런데 꼭 결혼을 했다고 해서 앞에서 말한 것처럼 남은 인생을 처음 결혼한 사람과 함께 살아가지는 않는다. 결혼을 해서 끝까지 함께 늙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는 결혼을 해서 살아보면 알 것이다. 과거에 비해 이혼율이 점점 증가하는 것을 보면 결혼생활이 그렇게 녹록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의 작가는 결혼 한지 6년 만에 헤어졌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 청첩장을 돌렸을 당시 먼저 결혼한 기혼자들에게서 축하인사를 받지 못했다고 하면서 왜 결혼하려고 하느냐, 혼자 사는 것이 얼마나 편한데 그런 힘든 길을 왜 가려하느냐 등의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는 다시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일어나긴 하지만 그럴 때마다 힘들었던 결혼생활을 떠올리며 애써 마음을 억누른다고 했다.
그 작가처럼 결혼생활이 힘들었던 사람들은 후배나 누군가가 결혼한다고 하면 왜 하느냐며 말릴 것이다. 그것은 결혼을 해본 사람들 중에 지금 현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이 하는 말이고 안 해 본 사람들은 결혼에 대한 환상을 다들 가지고 있어서 결혼을 해보아야 비로소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환상과 현실에 대한 괴리감을 느낄 때의 그 좌절감은 경험을 해보아야 아는 것이다.
우리가 결혼을 하는 것은 단순히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좀 더 크게 보면 우주와 우주의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인연의 끈이 비로소 이생에서 부부라는 인연으로 만나게 된 것이다.
단순히 우연한 소개팅으로, 선을 봐서, 한 직장에서 근무하다가 감정이 생겼는데 그것이 발전을 해서 우연찮게 정말 우연찮게 시작된 만남이 결국에는 결혼을 해서 부부가 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부부로 맺어진 사람들은 태어나기 이전부터 이미 부부라는 관계를 맺기로 되어 있었다고 생각을 한다.
한평생 해로하며 살아가는 부부도 있고 서로의 성격차로 헤어지는 부부도 있지만 그것은 그들이 그만큼의 기간 동안만 관계가 지속될 인연이었던 것이다.
지긋지긋해하며 헤어지지 못하고 평생 동안 서로를 힘들게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고, 별 거 아닌 문제가 자존심 싸움이 되어서 순식간에 헤어지는 사람들도 있고, 남들이 보기에는 별 다른 일 없이 없어 보이지만 서로의 감정을 꼭꼭 숨긴 채 남처럼 살아가는 부부도 있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서로를 위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
동반자로 살아가는 것은 기본적으로 책임감과 인내심이 있어야 하고 더불어 서로에 대한 양보와 배려와 이해가 필요한 일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삼십 년 가까이 또는 넘게 살아온 사람들이 만나서 함께 산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로는 나도 나 자신이 왜 이러나 싶어서 나 자신이 싫을 때도 있고,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두 가지의 서로 다른 마음이 대립하여 힘들 때가 있다.
나도 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는데 내가 아닌 남이 나를 온전히 이해해주고 사랑해줄 것이라는 것은 착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상대방에게 그렇게 해주지 못하면서 상대방은 그렇게 해주리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일 뿐이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콩깍지로 인해서 결혼이라는 것을 했지만 즐거운 허니문 기간은 생각보다 짧고 우리들의 앞에는 서로가 참고 맞춰가야 할 일들이 수북이 쌓여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산다면 그들의 관계는 오랫동안 유지될 것이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그들의 관계는 삐걱대면서 위태하게 유지될 것이다.
우리 부모님은 이혼하지 않았지만 두 분의 결혼생활이 좋지 않았다는 것을 두 분의 말을 들어보지 않더라도 옆에서 며칠만 아니 몇 시간만 지켜보아도 금방 알 수 있다.
우리 부모님처럼 한평생 헤어지지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함께 산 부부도 있지만, 아내가 아는 지인의 부모님처럼 부부 사이가 너무나 좋고 같은 취미를 공유하기도 하며 나이가 들어서도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존중하며 대하는 말이나 행동에서 본받아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은 그런 부부도 있다.
그런 나이 든 부부들을 보면 대부분이 책임감이 있고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배려하고 인내하고 이해하며 살아가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황혼이혼이 늘어나고 있고 은퇴를 한 남편이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하루 세끼 식사를 하면 삼식이라고 부르면서 너무나 싫어하는 이 현실 속에서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부부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아가기란 더욱 어려워졌다.
혼자 사는 것과 결혼해서 둘이 사는 것에 있어서 둘 다 장점과 단점이 있다. 장점과 단점 중에서 어떤 것이 더 커 보이느냐에 따라 싱글이냐 결혼이냐를 선택할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자식들이 커서 출가하기를 원하는 것을 보면 결혼이 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도 될까.
굳이 결혼해서 힘들게 살지 말고 혼자서 싱글로 살아가라고 말씀하시는 부모님들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을 보면 그래도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 아닐까. 옛말에 ‘혼자보다 그래도 둘이 낫다’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이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혼자 사는 것에 외롭지 않고 만족하고 있는 사람이면 혼자 살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헤어지기 싫고 같이 있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함께 살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결혼이란 누군가가 하라고 해서 또는 하지 말라고 해서 하고 안 하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본인의 선택과 결정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하라고 말하고 싶다.
나에게 결혼을 할까 말까 누군가가 묻는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네가 가야 할 길을 네가 찾지 못하고 있을 뿐 그 길은 이미 네 앞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어.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너무 많이 걱정하지 말고 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너의 본심을 따라가기만 하면 돼. 스스로에게 물어봐. 언제 더 행복한가. 혼자 있을 때 더 자유롭고 행복한지, 둘이 함께 있을 때 더 즐겁고 행복한지.”
나이가 차면 꼭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과거와는 다르게 결혼을 하고 안 하고 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각자가 어떤 삶을 원하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부부간의 관계를 좋게 하는 데 있어서 대화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을 많이 한다. 그렇다. 결혼 초기에는 이런저런 소소한 얘기들을 나누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부부간에 대화가 없어지기 시작한다. 꼭 필요한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대화 상대가 되지 않는지, 더 이상 관심의 대상이 아닌지 말수가 점점 줄어든다.
대화의 시간이 줄어드는 부부들을 보면 대부분이 서로에게 불만족한 상태가 많다. 부부간에 대화가 줄어들고 있거나 일상에서 대화가 사라지고 있다면 그건 위험을 알리는 신호로 봐야 한다.
대화할 거리가 없다고 해도 일단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대로 사소한 것부터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공통된 관심사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도 좋다. 대화를 하다가 역시 우리는 서로 맞지 않는다며 싸울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대화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우리 부부도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하며 대화를 하다가 서로 언쟁으로 끝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한다. 서로의 눈을 보며 서로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상태인지 대화로서 풀어가야 한다.
결혼 초기의 불타는 사랑은 많이 식었더라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서로에게 느껴지는 안정되고 편안함은 더 커졌을 것이다.
대화를 통해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면 그런 부부는 오래도록 좋은 부부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대화 자체가 되지 않는 부부들을 제외하고는 가급적이면 부부끼리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 너무 수다스럽다는 말을 듣지 않을 만큼 부부끼리 많은 대화를 나누도록 하자.
동반자라는 것은 인생이라는 험난한 길을 함께 걸어가는 사람이다. 인생이라는 망망대해를 함께 헤쳐 나가야 하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나의 반쪽인 것이다. 기쁠 때건 슬플 때건 어떤 어려운 일이 있어도 둘이 함께 극복하고 헤쳐 나가야 하는 인생의 동지인 것이다.
잠깐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아닌 인생의 끝을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를 만난다는 것은 일생에 있어서 엄청나게 크고 소중한 일이다.
우리는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서로를 존중하며 사랑할 것을 맹세하는 결혼서약을 했다.
인생의 고난과 역경을 함께 헤쳐 나가며 머리가 하얗게 세고 얼굴에 주름살이 늘고 힘이 빠져 어느새 마지막 인생의 황혼기에 이르렀을 때까지 부부가 그 세월을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주위를 둘러보면 알 수 있다.
머리가 하얗게 세도록 같이 사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며 사랑하면서 사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서로의 노력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가까이 있는,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가 한만큼 돌아오는 것이니 내가 먼저 손을 내밀고 내가 먼저 따뜻한 말 한마디를 하도록 하자. 인생이라는 멀고도 험한 길을 함께 걸어가는 남편이나 아내가 있어서 우리는 너무나 든든하고 그들이 있어 우리는 외롭지 않고 힘을 내서 함께 고난을 헤쳐 나갈 수 있다.
참고 인내하는 것이 인생이니 만큼 부부관계에서도 인내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하는 마음 변하지 말고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살기 위해서 지금 이 순간부터 노력을 해보는 건 어떨까.